백두산 부대에…
“주훈(Zhu Xun) 작가가 백두산 그림을 백두산 부대에 기증한답니다.
4X2m 크기 그림을 직접 봤는데 소름 돋더군요.”
주훈(ZhuXun) 작가는 노신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중국 국가 1급 미술사였다.
그의 작품이 중국 기념우표 도안으로 사용된 바도 있었다.
더욱이 그는 한국계 중국인 3세였다.
그림도 볼 겸, 그의 입으로 기증 계기를 듣고자 백두산 부대를 찾았다.
그림은 누구나 오가며 볼 수 있는 복도에 걸려있었다.
주훈 작가는 ″예술엔 국경이나 민족적 한계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이는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의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기증 후 처음 본 그림 앞에서 한참 상념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이며 원천이니 야심차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이 그림이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처음 것은 찢어 버리고 다시 그린 그림인데 제 맘에 찹니다.
아무리 제 맘에 차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의미로 존재할 곳에 기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주훈 작가는 백두산을 그리려 80여 차례 올랐다.
그렇게 올라서 그가 그리려 했던 건 백두산의 아름다움, 위용이 아니라 의미였다.
“맞습니다. 제 뿌리가 그렇듯 우리 민족의 근원이 백두산이지 않습니까?
그간 본 백두산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백두산을 80여 차례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두산이 가진 그 의미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그리기로 한 겁니다. 그 경계를 넘어선 의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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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교 임관후 처음 받은 보직이 백두산부대 30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장 이었다.
그때 1소대는 강원도 양구에 있는 GOP부대 였다.
나는 연대본부에서 운행하는 부식보급 차량편을 타고 가다가 1소대가 주둔한 고지입구에 내려 가파른 산길을 타고 40분을 올랐다.
그때가 깊은 가을날, 산새소리도 없는 적막 같은 산골에 가끔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을 길동무 삼아 GOP 방커로 들어섰다.
그로부터 3년가까이 소대장, 유격교관, 행정장교, 중대장등으로 백두산부대와 함께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나 공기업 재직시 언론사 기자단과 함께 중국시찰단으로 백두산을 올라 백두산 천지에 손을 담글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백두산 부대에 기증한 백두산 그림을 보며 느끼는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