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이제 우리의 제1철학은 정보철학이 되어야 한다
정보혁명 이후 철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철학자, ‘철학 리부팅’을 선언하다
이른바 정보혁명은 우리의 세계와 우리 자신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개념 자체가 철학적 탐구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섰던 적은 없었다. 최근 정보 개념이 철학의 본격적인 관심사나 주요 주제로 부상했다. 그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바로 《정보철학 입문》의 저자,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가 있다.
스스로를 ‘정보철학자’로 규정하는 플로리디는 정보의 본성과 수학적 뿌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의 종류와 구조, 심지어 우리 자체인 유전자 정보 등 정보의 다양한 층위와 측면에 대해 철학적으로,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그 자체로 정보로서, 또한 정보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새로운 윤리까지 제시한다. 정보혁명 이후 새롭게 변화한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철학을 ‘리부팅’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워진 철학인 정보철학을 위한 입문서인 이 책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식의 새로운 문 너머로 첫걸음을 내딛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 저자 소개
루치아노 플로리디
Luciano Floridi
19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철학자. 주요 연구 분야는 컴퓨터·디지털 윤리와 정보철학, 기술철학이다.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영국의 워릭 대학교에서 논리학의 대가인 수전 하크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세계적 철학자 마이클 더밋과 함께 연구했다. 초기에는 논리학과 분석철학을 연구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몸담았던 바도 있다. 워릭 대학교와 하트퍼드셔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등에서 가르쳤고, 2009년에는 괴팅겐 과학원의 ‘가우스 교수’로 선정된 최초의 철학자가 되었다. 현재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보의 철학 및 윤리학 교수 겸 디지털 윤리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볼로냐 대학교에서도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사회학 교수로 있다. 강의와 연구 외에도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 정책적 응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일생의 저술 프로젝트 인 ‘정보철학의 원리’(Principia Philosophiae Informationis) 4부작을 완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 목차
감사의 글
서론
1장 정보 혁명
정보 사회의 등장 | 제타바이트 시대 | 제4차 혁명 | 인포스피어의 삶
2장 정보의 언어
데이터 기반의 정보 정의 | 데이터 이해하기 | 아날로그 데이터 대 디지털 데이터 | 이진 데이터 | 데이터/정보의 유형들 | 환경적 정보 | 의미론적 내용으로서의 정보
3장 수학적 정보
수학적 커뮤니케이션 이론 | 잉여성과 노이즈 | 수학적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몇 가지 개념적 함축들 | 엔트로피와 무작위성
4장 의미론적 정보
사실적인 의미론적 정보 | 정보성 분석 | 연역의 스캔들 | 바-힐렐 카르납 역설
5장 물리적 정보
맥스웰의 도깨비 | 양자 정보 | 비트에서 존재로
6장 생물학적 정보
유전적 정보 | 신경 정보
7장 경제적 정보
완비 정보 | 비대칭 정보 | 완전 정보 | 베이지안 정보
8장 정보의 윤리
새로운 환경 윤리로서의 정보 윤리 | ‘자원으로서의 정보’ 윤리 | ‘생산물로서의 정보’ 윤리 | ‘표적으로서의 정보’ 윤리 | 정보 윤리에 대한 미시윤리적 접근 방식의 한계들 | 거시윤리로서의 정보 윤리
에필로그: 피시스와 테크네의 결혼
참고문헌
해제: 플로리디의 제일철학으로서 정보철학 ─ 신상규
📖 책 속으로
/ 그래서 우리는 매우 급진적인 형태의 이런 리엔지니어링을 가리키기 위한 말로 리온톨로자이징re-ontologizing, 즉 ‘재존재화’라는 신조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스템(예를 들면, 회사나 기계 혹은 어떤 인공물 같은)을 새로 설계하거나 건조하거나 구조화할 뿐만 아니라, 아예 그것이 본래 가진 성격, 즉 그것의 온톨로지ontology, 즉 존재론을 근본적으로 변형한다. 이런 의미에서 ICT는 단지 우리 세계를 리엔지니어링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존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27쪽)
/ 인포스피어는 진정한 의미의 ‘물질’ 세계가 배후를 뒷받침하는 그런 가상 환경은 아니게 될 것이다. 오히려 세계는 인포스피어의 일부로서 점점 더 정보적으로 해석될 것이고 그래서 결국은 인포스피어가 세계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이런 전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인포스피어’라는 말은 정보 공간을 지칭하는 하나의 방식에서 그냥 ‘실재’와의 동의어로 의미가 바뀌어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점점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닫게 될 정보 형이상학이다. (38쪽)
/ 시간이 흐르면서 윤리학은 도덕적 가치의 중심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에 관한 협소한 개념에서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시민으로부터 생물권으로 점차 이동해 왔다. 인간이 삶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는 새로운 아테네적 환경으로서 인포스피어의 등장은 도덕적 피동자로 분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개념을 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정보 윤리는 이런 전반적 흐름의 가장 최근 발전과 생명 중심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생태적 접근 방식을 대표하는 셈이다. 그것은 환경 윤리를 인포스피어와 정보적 대상들의 어휘들로 번역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거주하는 우주는 그냥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208쪽)
/ 비유를 들자면, 우리는 두 개의 화학물질이 섞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혼이 성공적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올바른 유형의 헌신이 이루어진다면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여지가 많다. 피시스와 테크네 사이의 성공적인 결혼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극히 중요하며, 그래서 우리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정보 사회는 번영을 위해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하고 있지만, 번성해야 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환경도 똑같이 필요하다. 내일이나 내년의 세계가 아니라 다음 세기나 다음 천년의 세계를 상상해보라. 피시스와 테크네의 결별은 우리의 행복과 우리 서식지의 복지 둘 다에 철저한 재앙이 될 것이다. 기술 찬양론자와 녹색 근본주의자는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자연 사이의 유익하고 공생적인 관계를 협상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