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의 백세 일기 중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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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입니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첫째, 노선(老仙)입니다.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이지요.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습니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습니다
. 선도 악도 다 털어 버렸습니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습니다.
건너야 할 피안(彼岸)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습니다.
다만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지요.
둘째, 노학(老鶴)입니다.
늙어서 학처럼 고고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하지요.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습니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압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지요.
또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기도 합니다.
셋째, 노동(老童)입니다.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 한 공부를 합니다.
시경(詩經) 주역(周易)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인터넷 카페에 열심히 들어갑니다.
수시로 동지들과 어울려 여행도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냅니다.
넷째, 노옹(老翁)입니다.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을 말하지요.
집에서 손자들이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킵니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합니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