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부의 꿈 - 채석강(彩石江) - 이초우 꼭 한 번 다녀가라고 나에게 자주 전갈을 준 채석강
우리가 오기 전, 이미 신들이 문자를 만들어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을 문장으로 남겨 수십만 권의 책을 쌓아 둔 신의 서재 쌓인 책들 아래층에는 인쇄물 같은 물때가 쩌려 검게 빛나고 높은 층의 책들, 수천만 년 먼지 옷 입고 퍼석퍼석 쌓여 있다
신들이 기록해 둔 저 책들의 문자들, 하얀 구슬 파도가 쏴, 하고 부서져 밀려온다 저 파도의 포말은 신이 만든 글자의 씨앗이 되었고 파도의 주름은 문장의 행이 되었으며 문단을 가른 것은 파도의 질서가 무너져 조용해진 틈새였다는 것 아무리 연구와 실험을 한다 해도 저 유물 같은 고서에 이미 그 해답이 있거늘,
137억 년 전, 대 폭발로 인한 우주 기원설, 빅뱅의 원초물질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일어났는지, '호미니드(사람과의 동물) 의 출현'이란 신들의 예언서에는 440만 년 전 침팬지에서 나온 한 갈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라는 유인원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인간의 조상이 될 것이라고 이미 기록해 두었으며, 수천 수백 광년이 걸리는 우주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에 관한, 성단星團과 성단을 단숨에 뚫고 지나갈 '웜홀 우주 여행법'도 기술돼 있다는데,
누가 저 책들을 열어보고 신들의 문자를 해독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선사시대의 어부 한 사람이, 그가 꾼 꿈으로 해독하였으며, 나 역시 그 어부의 꿈이 구전으로 전해 온 것을, 여기에 처음으로 밝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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