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을 다녀온 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제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 버린 풍경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유독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밥이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다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밥이 예수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부용대와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한참을 달려서 점심을 먹으러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의 ‘하동고택’이란 간판이 붙은 집으로 안내되었는데, 오른쪽 입구에 ‘하회동 안동 고택’ 이란 돌비석 간판도 서 있었다. 하동이란 이름은 경남 하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의 아래쪽에 위치한 집이란 뜻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좁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ㅁ자형식으로 지어진 기와집 고택인데 축담을 높이 올려서 방들이 모두 이층처럼 높았다. 우리의 예약 장소는 그 이층의 시원한 마루청이었다.
안동의 유명한 찜닭과 간 고등어 정식, 장소와 메뉴를 보고 운영진의 각별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꼈다. 주말이라 손님들이 자꾸 들어오고 서빙 하는 사람들은 높은 축담에 가득 놓인 신발들을 요리조리 비껴가며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데, 집 구조상 일하기가 아주 불편해 보였다. 그 옛날 이 고택에서 일하던 하인들의 허리가 얼마나 구부러졌을까 생각하니 내 허리에 통증이 오는 것 같았다.
음식이 나왔다. 간 고등어는 자주 먹어보았지만, 안동의 별미라는 찜닭 요리는 처음인지라 모두 호기심과 기대를 하며 음식을 맛보았다. 육수에 볶았을 것 같은 쫄깃한 당면은 간이 적당했다. 닭고기 조각을 찾아 먹어보니 조금 퍽퍽한 느낌 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목이 마른 초여름 날씨에 국물이 없는 밥을 먹는 것이 힘들어 국물김치가 인기였는데 몇 번이나 다시 보충해 왔다. 배가 고팠던지라 모두 맛있게 먹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멀리까지 가서 커피를 가져오신 어느 선생님 덕에 느긋하게 즐기는 시간, 대청마루 후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도산서원, 이육사 문학관을 둘러본 뒤 분수가 솟아오르는 월영교를 아쉽게 작별하고 귀로에 올랐다.
저녁 메뉴는 청도 추어탕, 미꾸라지를 갈아서 들깨를 넣고 끓인 다소 걸쭉한 추어탕이 나왔다. 시래기가 부드럽게 씹히는 고소한 맛이었다. 양이 많지 않아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는 김해 해반천 부근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A 추어탕 집을 떠올렸다.
청도의 추어탕과 김해의 추어탕을 점수로 매기자면 요리 맛에 애향심을 보태어 김해 추어탕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편견일까
김해지방의 음식도 나름의 특색이 있고 맛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맛을 개발하고 관광상품화 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 아니던가.
다른 지방의 음식을 먹어보고 맛을 비교해 본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넉넉했던 그날의 기행, 회장님과 운영진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저의 개인적인 취향임을 밝힙니다.)
첫댓글 ㅎㅎ 어느새 문학기행 2탄이 올라와 있네요
안동음식보다 김해음식이 낫다는것 알앗습니다
좋은날 좋은사람들로 음식맛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좀 아쉬웠습니다.
글솜씨 못지 않게 음식솜씨도 좋으신
이은정선생님 작년 추어탕에 이어 올해는
잔치국수 한번 해주세요
사랑채 뜯으면 마당이 더 넓어지겠네요 ㅎ
저도 어제 사진 한장씩 다시보며 그날의 여운을 삼켰네요. 역시 기행문의 흔적도 사진처럼 향기가 진합니다. ^^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