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습관 만들기
⑤ 꿈의 시작, 원고지 1천 매
어릴 적 다니던 학교에 가본 적이 있는가. 당시엔 높게 보였던 학교가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배움의 길처럼 꿈의 길 역시 이와 같다. 한 분야에 미친 듯이 정진하다 보면 그토록 우러러보았던 ‘롤 모델’들이 작아 보인다. 당신의 키가 점점 커지면 당신이 꿈꾸던 이들의 모습은 거꾸로 점점 작아진다. 그리하여 어느 날 당신은 마침내 그들을 추월하고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대가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마법의 길이 그렇다. 당신이 동경하는 작가나 저술가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배우고, 글쓰기에 매진하고, 그 글이 원고지 1천 장을 넘어서면 훌쩍 성장한다. 이어 1만 매를 넘으면 꿈에 다가가고 3만 매를 넘으면 웬만한 고수를 추월할 것이다. 그 상황은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하기 어렵다. 마치 눈에 안대를 차고 달리는 느낌까지 들 것이다. 그러나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그렇게 글쓰기 고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력은 일단 글을 써본 경험에서 나온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글 잘 쓰는 법으로 “소설이든 아니든 1천 매짜리 원고를 책 쓰는 심정으로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책을 써본 이는 원고지 1천 매가 의미하는 바를 안다. 보통 단행본 한 권은 원고지 800매에서 1,000매 사이다. 대략 250~300페이지 분량이다. 글쓰기의 지름길은 모름지기 다작이다. 표정훈의 말은 일단 많이 써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고지 1,000매를 채우는 일은 높은 산을 하나 오르는 것과 같다. 계획이 서야 한다.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장시간 투자해야 한다. ‘목표’ 의지, 투자‘는 험준한 고봉등산을 위한 3가지 요소일 뿐 아니라 글 짤 쓰는 3가지 조건이기도 하다.
글쟁이에 도전했다면 매일, 1년간 손을 자판에서 떼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마치 그 모습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과 같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면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는 것이다. 회사 일을 잠시 잊은 채,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단절한 채, 책과 글의 숲 속으로 순간이동 해야 한다.
그 길이 어디 쉽겠는가. 모든 경험에는 마녀가 있다. 글쓰기 여정에도 예외는 아니다. 늘 게으름의 덫과 졸림의 그물, 그리고 바쁜 일상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종종 등, 어깨에 통증이 오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누구도 함께하지 않는 고독은 회의를 부르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고립은 절망을 부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꿈이 있는 당신은 ‘빵 굽는 타자기’에 앉아 타자를 치던 폴 오스터와 다르지 않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 당신의 영혼은 어느새 마법의 망토를 입고 하늘로 비상한다.
☆ 나를 소개하는 글쓰기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려는 이들은 내 소개 글부터 써보자. 이때는 별명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글쓰기훈련소’ 카페의 메니저인 내 닉네임은 ‘황금지우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담겨 있다.
황금지우개, 내 닉네임이다. 황금지우개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목록 즉 ‘황금 리스트’를 지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황금 목록은 무엇일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결국 가장 소중한 책 목록을 만든 다음, 그것을 하나씩 지워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석 같은 필독서 목록, 그것을 한 권씩 읽으면서 지우는 남자. 나는 황금지우개다.
[과제] 자신의 닉네임을 소개하는 글을 다음과 같은 형태로 쓰시오.
사례1) 내 닉네임은 ‘머위 풀’이라. 시골에 가면 집 주위나 담장 부근에 가장 많이 보이는 먹는 나물이다. 잎은 쌈이나 나물로 먹고, 줄기는 삶아 껍질을 벗겨 볶아 먹기도 하고, 새우를 넣고 끓여 탕으로도 먹는다. 흔하면서 우리에게 좋은 먹을거리다. 잎과 줄기를 잘라 먹어도 계속 자란다. 추위에도 강하다. 병충해도 없다. 비료를 안 주어도 잘 자란다. 흔하면서 강하고 어디서나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머위! 나도 머위 같은 풀이 되어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 싶다.
사례2) 서책(書冊). 내 온라인 닉네임이다. 한자로는 글, 또는 글씨 書 , 책 또는 책을 세는 册. 굴비를 엮듯이 글로 지어진 세상의 모든 책을 한 책, 두 책 엮어보고 싶다. 직접 책을 써보고 싶은 것도 닉네임에 들어있는 욕심이다. 낚싯바늘에 물고기가 물려서 줄줄이 딸려 오듯이 많은 책이 줄줄이 엮이는 세상을 꿈꾼다.
☆ 벌레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다른 생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랜 옛날,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벌레였다. 그런 면에서 다른 내가 되는 일은 새로운 눈을 갖게 하고 깨달음을 얻게 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후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쳐들어 보니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보였고, 그 배는 다시 활 모양으로 휜 각질의 칸들로 나뉘어 있었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듯, 둥그런 언덕 같은 배 위에 가까스로 덮여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바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프란츠 카프카, 〈변신〉
<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임정섭, 경향BP, 2013)’에서 옮겨 적음. (2020.10.14.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