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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근로자의 80%가 일하고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이 됐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인력난이 시급하다고 아우성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효율성이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들도 '저녁있는 삶' 대신 '소득없는 삶'에 직면하게 됐다고 한숨이다. 도입 4년차에 들어선 주 52시간, 맷집 약한 중소기업도 연착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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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DSR에도 전세대출은 '열외'…갭투자 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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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제도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값은 영원히 잡을 수 없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집값을 끌어 올리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세를 내주고 있는 주택은 집값의 50~80%가 전세보증금으로 구성돼 있다. 전세낀 주택을 매매할 경우 집값의 20%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갭투자'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서울아파트 매매거래의 절반 이상(52%)이 갭투자였다.
◆정부가 전세보증→은행 전세대출 확대→갭투자 유발→집값 상승 '악순환'..7월 강화된 DSR에 전세대출은 '열외'
흑석동 상가 투자로 곤혹을 치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우면동 아파트 갭투자로 다시 구설에 올랐는데, 13억8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7억원을 꼈다. 집을 사기 위해 당장 필요한 돈은 6억8000만원에 그쳤다. 이렇게 산 집은 1년 보유만 했을 뿐인데도 시세가 6억원 올랐다.
그런데 갭투자 유인으로 작용하며 집값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는 전세보증금은 전세대출을 통해 손쉽게 빌릴 수 있다. 집값을 끌어 올리는 유동성 불쏘시개가 전세대출인 셈이다. 특히 빚을 내는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서 '규제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3곳에서 전세보증금의 90%가량을 보증해 주면, 은행은 리스크 없이 전세대출을 마음껏 해준다. 집값을 끌어 올리는 유동성 공급을 사실상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나서서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대출은 대출규제에서도 대부분 '열외'다. 이달부터 금융당국이 강화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도 전세대출은 제외됐다. 전세대출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1년치 이자를 뺀 원금은 DSR 계산시 '갚아야 할 빚'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서민대출로 통하는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마저도 이번에는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시켜버렸다. 이제껏 신용대출 원금의 10분의 1만 '갚아야할 돈'으로 계산해 왔는데 이달부터는 7분의 1로 대폭 확대한 것. 하지만 전세대출을 DSR에 넣어야 하는지 여부는 이번에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대출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무주택자의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정부의 공공연한 묵인 하에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는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된다. DSR 규제 강화에 따라 주담대,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규제가 헐거운 전세대출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예상가능한 수순이다. 은행권 영업 현장에선 최근 전세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다. 이미 '폭탄' 수준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사인간의 금융거래로 치부해 포함하지 않고 있는 전세보증금(임대보증금) 776조원과 개인사업자대출 399조원을 합치면 압도적인 세계 1위(2903조원 추정, 작년말 기준)다. 갭투자를 끊임없이 유발하며 매매가격을 밑에서 굳건히 떠 받치고 있는 전세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물 몇 번째 대책을 내놔도, 집값은 언제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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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벌어도 못 사는 집, 누구는 단돈 1000만원 차익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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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올해 상반기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아파트값 상승폭이 서울의 두 배를 기록했다. 23일 KB주택시계열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14일까지 인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13.97%, 경기는 13.67%였다. 서울은 7.13%로 인천과 경기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아파트 모습. 2021.6.23/뉴스1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면서 자산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자금이 있거나 대출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한편,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계층간 갈등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금부자 10억 로또에 몰려…차익 1000만원 단타 거래도 기승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 3만6116명의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경쟁률은 평균 161.2대 1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저렴해 '10억 로또'로 불렸다. 당첨되기만 하면 '10억을 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서다. 자력으로 분양가 전액을 납부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결국 돈이 돈을 버는 양상이다. 실제로 전방위적인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부자들은 집을 사고 팔며 시세차익으로 자산을 불리고 있다. 양도세, 취득세 등이 강화됐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경기도와 지방의 1억원 대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단타'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는 중에 투자처를 찾는 단타족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전국 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보유기간이 1년 이하인 거래건수는 6만5000여건으로 재작년 대비 7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투자자들은 취득세, 양도세, 중개수수료 등을 제하고 500만~1000만원이라도 수익이 난다고 판단하면 일단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주로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가 타깃이며 갭이 1000만원 내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커뮤니티 등에서도 '단타' 관련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투자자는 "공시가 1억 미만은 1~2년 정도 단타가 목적"이라며 "세금 처리하고 몇백이라도 먹으면 나쁘지 않은 투자인데다 수십채씩 거래도 가능하디"고 소개했다.
◆대출 없이 집사려면 11년…DSR 규제에 저소득층 내 집 마련 더 힘들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자금 여력이 안되거나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은 단타족들이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집값 올리는 것을 바라만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내집 마련에 나선다해도 그들이 올려놓은 집값을 그대로 치르려면 부담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도시에 살며 평균적인 소득을 버는 근로자가 대출 없이 수도권의 집 한채를 마련하려면 적어도 11년이 걸린다. 올 1분기 기준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인 8.6배(2007년 1분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의 경우 17.4배에 달했으며 지방도 4.9배로 직전 고점 4.4배(2017년 2분기)를 넘어섰다.
주택 시장에 의한 자산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달부터 가계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개별 차주(대출자) 단위로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금을 더해 원리금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한도가 덜 나오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대출 한도가 커지는 고소득자, 현금부자들의 부동산 투자는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우려다.
◆세대갈등 넘어 계층 갈등으로…"생활 기회의 격차 벌어져"
기회의 차이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점이 부족해 신축 아파트 청약 당첨 기회 조차 얻지 못하는 2030세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주택 매수에 나섰고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신혼부부·청년들의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무주택 중장년층은 혜택이 젊은층에 집중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단순 세대간의 갈등으로 한정지어 볼 것이 아니라, 계급간 갈등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금수저' 자녀세대와 '무주택' 기성세대들까지 고려해 집을 가진 60%와 집이 없는 40% 간의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 격차를 다른 수단에 의해 극복하거나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동산으로 인한 격차가 교육 등 여러가지 스펙 경쟁에서의 차이로까지 확산되면서, 주택 문제가 결국 생활 기회의 격차까지 벌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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