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일기 / 신카와 가즈에
나는 하늘에서 해를 훔친다
달을 훔친다 공기를 훔친다
비를 훔쳐 마른 입술을 축인다
바람을 훔쳐
돛을 부풀려 바닷길을 재촉하기도 한다
바다에서 소금을 물고기를 해초를
그뿐이랴 반짝이는 저편의 해안을 훔친다
땅에서 오곡을 훔친다
채소와 사탕수수와 흙 속의 토실한 감자를 훔친다
짐승의 가죽과 고기와 뼈를 훔친다
면화를 훔친다 누에를 훔친다 파피루스를 훔친다
광석을 훔치고 석유를 훔치고
지치지도 않고 매일 지하수를 훔친다
그런데도 이런!
장롱을 열쇠로 잠그고
보잘것없는 집 대문도 자물통을 또 채우고
다시 꼭꼭 확인하면서 집을 나서는 나의
이 천박함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혹시 소매치기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좌를 보고 우를 보며 조심조심 건너는 나의
이 졸렬함
세상 생긴 이래 모두 활짝 열어놓고 마음대로 가져가라는
하늘 밑에 살면서도
땅 위에 있으면서도
日録 / 新川和江
わたくしは天から日を盗んだ
月を盗んだ 大気を盗んだ
雨を盗んで干割れた口唇を癒した
風を盗み
帆に孕ませて潮路をいそいだこともあった
海からは塩を 魚を 海草を
そうしてかがやく向う岸を盗んだ
地からは五つの穀物を盗んだ
青菜と 砂糖黍と 土中にふとる藷を盗んだ
けものの皮と 膏肉と 骨を盗んだ
棉を盗んだ 山繭を盗んだ パピルスを盗んだ
鉱石を盗み 原油を盗み
飽くことなく日々地下水を盗んだ
しかるに ああ
小抽出しに鍵をかけ
陋屋の戸にさらに鍵をかけ
念入りに確かめなどして出かけてゆくわたくしの この卑しさ
横断歩道を渡るにも
何を奪われるのを怖れてか
右を見左を見 おどおど渡るわたくしの このいじましさ
開闢いらい開けっぱなし とらせ放題の
天の下に住んで
地の上に在って
- 황종원 번역
❖ 신카와 가즈에 (新川和江) 1929년생, 이바라키현(茨城県)출신
좋은 시로 많은 상을 받았고, 여성 시인을 중심으로 한 시 전문 잡지 <현대시 라 메르>를
공동 발간, 편집을 하여 신인 발굴 등에 힘썼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신카와 가즈에>의 <도둑 일기>에서는 끊임없는 욕망을 가진 인간과
아낌없이 내어주는 하늘과 땅을 노래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소한 것이라도 남에게 잘 내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고생을 다하여 생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 천지의 만물을 훔쳐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시인은 심지어 자신이 쓰는 시도 원래 자기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것을 가져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것과 서로 통합니다.
이 시의 원래 제목은 ‘일록(日錄)’으로 일기(日記)와 비슷한 뜻이지만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제가 마음대로 <도둑 일기>로 의역(意譯)하였습니다.
- 황종원 / 아타바 교역 사장, 일본 시, 문학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