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지난주 北 핵과 미사일 관련 사후관리 훈련이 실시됐다. 북한 핵과 미사일 공격을 가상해 사후 관리훈련이 진행된 건 울산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전국에서 동시에 사이렌이 울리면 시작되는 민간 방공훈련이나 원전 인근 지자체들이 수행하는 방사능 방제 훈련과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울산에 밀집된 산업시설과 원전을 핵이나 미사일로 공격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화학공업 시설이 파괴돼 국가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울산지역 주민들이 직접 감내해야 할 인적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군의 최고 지휘부인 합참의장과 주요 작전 관련 장성급이 이번 훈련에 직접 참여한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치 않다.
북한이 공격해 올 경우 울산이 주요 목표권 5위 안에 포함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 軍 작전과 이동에 필수적인 기름이 울산에서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울산 정유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그들은 미사일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북에서 직접 발사하든지 아니면 잠수함을 해저로 이동시켜 울산 근접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다. 또 소수의 특수 대원들을 주요 산업시설이나 원전에 침투시켜 파괴하는 상황도 그들은 상정하고 있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일단 전쟁이 발생하면 울산지역이 적의 공격권 우선순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북핵ㆍ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파악, 저지하거나 무력화하는 건 군의 책무다. 반면 적의 공격으로 발생하는 피해 수습은 사실상 민간 몫이다. 주민대피와 구조, 방사능 제염, 현장 응급진료소 운영, 피해복구와 재건 등은 해당 지자체나 주민들이 나서야 할 대상이다. 정부 기관, 군의 통제나 지시에 따르다 보면 대처 시간이 한참 뒤지고 방법이 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창궐 당시 중앙기관의 일괄적 통제로 매 순간 환자가 발생하는 지방 도시들이 큰 곤욕을 치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울산에서 진행된 이번 사후 관리훈련은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훈련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부가 사후 처리 주도권을 군에서 울산시로 남긴 것은 적절한 조치다. 전쟁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군이 지방 피해를 일일이 파악하고 대처할 순 없다. 군과 민간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동시에 정부는 사후 관리 훈련에 소요되는 재원만큼을 해당 지자체에 따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훈련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예산을 배분하는 만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