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충북 진천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왔다. 57동아리에서 같이 음악방송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한 친구인데 얼굴은 본적이 없었다만 가톨릭 신자라서 그런지 기본적인 생각이 잘 맞으니 얼굴을 몰라도 재밌게 대화하던 친구다. 집에서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여 남부터미널 가서 진천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진천 터미널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차를 가지고 나왔다. 얼굴은 처음 보지만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반갑게 악수하고 배가 고프니 뭘 좀 먹자고 하니 추어탕 집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 동아리 관습은 찾아간 친구에게 대접을 한다.
그래서 밥값도 친구가 내고 같이 차를 타고 베티성지로 갔다. 가다가 친구 본당에도 들려서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베티성지로 갔다. 베티성지는 2번째 와보는 것이다. 둘레길이 있는데 한 5km 된다. 전번에 혼자 와서 둘레길을 돌다가 사슴같은게 튀어나오더니 산비탈길 타고 막 뛰어올라가는 걸 본 기억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니 그건 사슴이 아니라 고라니라는 것이다. 자기도 농사를 짓는데 고라니가 한번씩 내려와서 다 망쳐 놓는단다.
잡아서 냉동고에 넣고 꺼내먹으면 안되냐고 물으니 안된다고 하는거 같더라.
다시 차를 타고 친구 집엘 갔다. 조금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저거 우리 밭...저긴 우리 논) 한다.
집 마당엔 잔디가 아주 정갈하게 단장이 되어있고 집도 단단하게 아주 잘 지어진 집이었다. 이런 식으로 도시에서 갖추고 살려면 몇십억이 들어갈 것이다. 집에 들어가니 에어콘 돌리고 집 구경을 시켜주는데 친구의 정성이 가득담긴 집이었고 수목화 서예 기타등등 혼자서 일하는 작업실에 들어가니 몇년전에만 해도 막 배우고 있다고 했는데 그새 작가수준이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림도 잘 그리는거 같아서 이정도 실력이면 성화를 그러봐도 되겠다고 하니 망설였다. 유화로 성화를 그려보라고...그래서 성화작가가 되어 보라고 했다.
거실로 나와서 커피 한잔 마시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왔다.
친구 남편도 57년생이라고 했다. 근데 외간남자가 아내와 같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걸 보니 기분이 별론가 보다. 찌부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사가지고 온 양파니 뭐니 있기에 부엌으로 날라다 주고 인사하고 나왔다.
친구가 자기 차로 터미날까지 태워다 줘서 인사하고 언제 또 보게 되겠냐만 카톡으로 대화하기로 하고 헤어져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집으로 왔다. 조금 피곤했지만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친구야 고맙다.
알파칸 올림.
첫댓글 난 여자 친구들 몸에 손을 안 댄다. 그냥 악수 정도만 한다. 근데 어제는 여친의 등에 손에 댔다. 작업실에서 친구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있는 데 갑자기 손바닥에서 뭐가 따다닥 툭툭~ 튀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생각하길 이 친구 몸에 손을 대라는 것 같아서 여자 몸에 어디 손을 댈곳이 마땅치 않아 등판이 제일 무난할거 같아서 등에 손에 대고는 (너 참 대단하다. 이 정도 솜씨면 유화를 해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와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 악수를 하려는데 또 손바닥에서 통통 튄다. 손재주가 있는 친구니 손을 잡아주라는 거 같아서 악수를 하면서 손을 조물락~조물락~해주었다. 그리고 잘 있으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친구의 표정이 조금 변하는 거 같았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속으로 (은총을 받을 만 하면 받겠지 뭐~~~)하면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ㅋㅋㅋ~
57동아리 친구 중에 남자친구가 날 찾아온 적이 있었다. 사연이 좀 복잡한 친구였는데 그래도 상당히 건실하게 살아보려 노력하는 친구였다. 데리고 부대찌게 집에 가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 친구도 세례를 받았다고 하면서 본명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식사하면서 주소 적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헤어져서 며칠 후에 성당에 가서 매일미사랑 묵주랑 9일기도책이랑 이것저것 사서 포장을 해서 주소지로 보내주었다. 그걸 받고 이 친구가 다시 성당에 나간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혼자 사니까 신부님 하고 잘 지내보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얼마 전에 친구랑 연락이 되서 찾아가 보았다. 사장님이 되어있었다. 하도 기분이 좋아서 가지고 간 묵주를 목에 걸어주고 헤어졌다. 나는 이런 일 하는 게 참 기분이 좋다. 아마도 며칠 전에 만난 여친도 열심히 노력해서 성화 작가가 되어 연락이 올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를 생각하며 손을 조물락~조물락 해주었으니 하기 따라서는 대화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