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이 35℃까지 치솟으며 폭염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13일 경기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일 노동을 했다. 고양 물류센터는 쿠팡의 5대 '메가 물류센터' 중 한 곳이다. 연면적이 13만2,231㎡(4만 평)로 지상 7층 규모다. 축구장 17개 크기인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300여 명이 일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고(OB) 업무 중 ‘집품(picking)’을 했다. ‘쿠파고(쿠팡+알파고)’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지시하는 물건을 토트(상자)에 담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 포장 단계로 보내는 일이었다. 시작한 지 20분 만에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토트 5개를 채웠을 뿐인데 건식사우나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땀 흡수가 잘된다는 쿨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 여기저기 바른 데오드란트도 소용없었다. 땀 찬 허벅지에 바지가 엉겨 붙었고 뒷목에서 시작한 땀이 어깨를 타고 팔까지 내려왔다. 축축해진 KF94 마스크는 호흡을 더욱 가쁘게 했다.
노동자들은 고양 물류센터를 ‘인공 열돔’에 비유했다. 열기가 빠져나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열리지 않는 통유리가 있었다. 축구장 2.5개 크기의 작업장은 선풍기 9대와 환풍기 3개에 의존했다. 물건과 상자가 빼곡하게 차 있는 선반에는 그나마 뜨거운 바람조차 오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 한 층은 4-1, 4-2, 4-3의 렉으로 나뉘는 메자닌 구조인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뜨거웠다. 렉 가운데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열기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