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운치

[홍재석]

한옥의 운치

홍 재 석

전래 되여 온 한옥(韓屋)은 단조롭지만 아담하며 고풍스럽다. 자유로움의 소박한 인정이 쌓이는 매력을 풍긴다. 예쁜 한복차림의 버선코처럼 들어 올린 기와지붕의 추녀곡선은, 아름다움으로 돋보이지 않는가. 지난날 기와집은 갖은자의 부의 표시로 당당하였다. 한옥에서 지붕처마는 집의 본체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 기와 골의 물 흐름 같이 빗물과 햇빛 가림으로 대청마루를 시원하게하며 공간 이용에 편리성을 갔었다.

부엌 아궁이의 따뜻한 온돌문화는 조상님들의 지혜로움으로 한민족의 유산이 아닐까.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격언도 삶의 편안함을 일컫는 말이다. 아기를 등에 업고 키우던 “띠개비”도 어머니의 등으로 아기의 배를 따뜻하게 함으로 아기들의 소화력을 도울뿐더러. 어머니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가슴에 아기를 업는 방식보다는, 세계적인  부상으로 한류바람은 한옥의 운치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나는 어제 봄날 꽃놀이 겸 글감 소재를 찾기 위하여, 전주(全州) 한옥마을로 나들이를 갔었다. 430여년 전에 건축한 경기전(慶基殿)은 면면히 이어지는 역사성의 숨결을 느꼈다. 모자람이 있는 듯한 한옥의 고전미와 국보인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에서 천하를 호령하신 범성을 배알했다.

이곳에는 왕으로서 1년밖에 집권을 못한 수양대군의 작은아들인 8대 예종의 태실이 있었다. 9대 성종4년에 전주사고(全州史庫)를 먼저 지었고, 이후 14대 선조 11년에 경기전을 건립하였다는 비문의 기록도 있다.

선조 25년 당쟁이 극심한 가운데 임진왜란으로 당시 충주와 성주에 있던 사고는 모두 소실되었단다. 오직 전주사고의 이조실록(784권 614책 47궤)만이 남아서 이조 513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자료가 된 것이란다. 얼마나 귀중한가.

옛 사람들이 사용한 안방, 건너방, 대청마루, 평마루, 쪽마루, 부엌 등의 집 구조와 굴뚝 뒷간의 배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용실(舂室)의 곡식이나 음식을 쌓아두는 공간을 보면서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다시 느꼈다.

우리나라의 한옥은 다양한 형태의 공간으로 온습도 조절의 환경적 고려를 하였다. 오밀조밀한 건물의 구조는 한옥만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특히 한옥에서 앞마당의 중요성과 정원의 조경미는 자연과의 친근감을 준다. 정이 담긴 후정(後庭)은 여인들의 공간으로 배려의 미덕이 아닐는지.

한옥의 단점인 넓은 대지면적과 목재자재 확보의 문재점도 있다. 또한 방온, 방음, 방수 처리를 보완하면 밀폐된 아파트 보다는 훨씬 위생적이고 건강상 더 좋은 주택 공간이 되지 않을까. 전주는 오목조목한 옛 건물을 잘 보존하고 한옥의 긍지를 지키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창살의 운치가 조화로운 한국관에서의 오찬으로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토속적인 참기름 맛으로 식욕을 채웠지. 이 고장 명소인 덕진공원을 벗과 손잡고 자박자박 거니는 낭만은 옛 한옥의 운치처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삶을 영위하는 주거공간인 가옥은 더 없이 소중한 생활의 터전이요.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닌가. 옛 조상들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한옥은 점점 사라저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은 아파트 선호시대로 변했다. 이는 농촌의 몰락과 무관하지 않다. 도시의 인구집중과 경제적 원리로, 투기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병폐 때문이 아닐는지.

요즈음의 집들은 콘크리트 건물이 태반이 아닌가. 도시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마천루의 웅장한 위용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육체적 편리함보다 정신적 불안과 공포감이 더 크지 않을까?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 보다는 한옥의 운치와 견고성은, 천년의 고찰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우리들이 느끼지 못하는 크고 작은 지진의 재앙은 끝이 없으리라.

나도 80년의 세월 속에서 시골의 초가집, 도시의 한옥, 과수원내의 단독 주택, 2층 양옥집, 아파트까지 살아보았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연친화적인 자유로움과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한옥생활이 가장 추억에 남는다.

지난 70년대에는 농촌의 주택개량을 위한 시범취락건설을 정부시책 지원 사업으로 추진하였다. 이제는 그 반대로 농촌에 현대식 한옥마을 조성을 지원하는 당국의 시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음 세대와 앞을 바라보는 시대적 소명을 생각해야 한다. 농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만 나라의 대본으로 뿌리를 키우리라. 이는 한옥의 운치를 살리고 많은 산에 조림의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 우리민족의 얼이 담긴 전통한옥의 문화적 유산을 지켜나가는 농촌개혁의 하나의 방도가 되지 않을까?

누구나 집의 욕심은 한이 없고 만족할 줄도 모른다. 큰집을 가졌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삶의 복음자리로서 부드러움의 아늑한 운치가 있어야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리라. 2011.4.16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오고서

[일곡]

좋은 곳을 여행하셨군요.항상 건강하셔서 우정을 속삭이며 글감을 찾아 여행을 즐기시면 명문을 울여내는 정감의 꽃이피리라 생각합니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리아]

우리들의 삶을 영위하는 주거공간인 가옥은 더 없이 소중한 생활의 터전이요.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닌가. 옛 조상들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한옥은 점점 사라저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감 있는 한옥 마을을 둘러보셨군요. 선생님 작품을 읽으며 역시 옛것이 최고라는 느낌이 듭니다. 여행기 감상 잘 하였습니다.

[제월(霽月)]

'전주는 오목조목한 옛 건물을 잘 보존하고 한옥의 긍지를 지키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창살의 운치가 조화로운 한국관에서의 오찬으로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토속적인 참기름 맛으로 식욕을 채웠지.
이 고장 명소인 덕진공원을 벗과 손잡고 자박자박 거니는 낭만은 옛 한옥의 운치처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선생님.

[좋은집]

"누구나 집의 욕심은 한이 없고 만족할 줄도 모른다.
큰집을 가졌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삶의 복음자리로서 부드러움의 아늑한 운치가 있어야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리라."

감상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