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내리는 날
11월 기온으로는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는 뉴스를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찬바람이 분다.
아무리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시대라고 해도 겨울이 오기는 오는 건가 보다.
조만간 눈도 내릴 것이다.
하늘이 열리고
흰송이가 춤을 춘다
사뿐사뿐 눈이 내려와
세상을 순백으로 돞는다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첫눈
친구들이 만든 합창단이 부른‘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노래를 며칠 전 우연히 들었다.
정호승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2절은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로 시작한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커플을 위한 찬가를 부른다.
장독간에 봉선화,
장독대 곁에 잠들고,
햇살 받아 방긋 웃으면,
양지쪽에 마주 앉아,
손톱에 봉선화를 올려놓고
비닐을 덮어 씌워
실로 찬찬히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손가락,
길 가든 사람도 나도 해 달라
손가락 내민다.
붉게 타오는 꽃잎에 찬 이슬 맺혀
오랫동안 물들 고운 꿈을 꾼다.
손톱에 꽃물 드리며,
첫 눈 내리는 날 붉은 입술이 되어
그대 손끝에 닿게 하소서
첫눈 내리는 날
첫 사랑에게 봉선아 물든 손을 맞잡고
사랑을 고백하여야 하는데
세월은 야속하기만 하다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도 첫눈 오는 날의 이야기다.
그런데 ‘바람에 날려 버린 허무한 맹세였나’라고 절규하는
서두부터가 비극적 분위기를 풍긴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로
이어지면 비오는 날 헤어진 커플도 첫눈 오는 날 헤어진 듯 공감하기 마련이다.
정호승 시처럼 만나도 ‘안동역에서’처럼 헤어지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모든이의 삶이 빛나기를 바란다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내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