釵頭鳳(채두봉) - 陸游(육유, 1125~1210),
자 무관(務觀), 호 방옹(放翁)
釵=비녀 차, 비녀 채
*釵頭鳳(채두봉)이란 詞牌(사패), 곧 사의 곡조 명칭.
釵頭鳳 봉황 비녀 머리 陸游(송나라의 시인)
紅酬手黃藤酒(홍수수황등주) 빨개져서 황등주를 따라주는 손에 滿城春色宮牆柳(만성춘색궁장류) 도성의 궁궐 담장엔 버들로 봄빛 가득하다 東風惡(동풍오) 봄바람은 싫어요 歡情薄(환정박) 환희의 정이 야박하지요 一懷愁緖(일회수서) 한 번 품은 시름의 단초에 幾年離索(기년수색) 별리의 쓸쓸함 몇 해일런가 錯 錯 錯(착착착) 어긋났다 어긋나 잘못이로다 春如舊(춘여구) 봄은 옛날과 다름없건만 人空瘦(인공수) 사람만 덧없이 초췌하다 淚痕紅浥鮫綃透(루흔홍읍교초투) 눈물 흔적 교초를 뚫고 붉게 젖는다 桃花落 閑池閣(돠화락 한지각) 복사꽃이 떨어진 쓸쓸한 연못의 누각이여! 山盟雖在(산맹무새) 비록 산과 같은 맹세가 있었지만 錦書難託(금서난탁) 비단의 편지를 의탁하기 어렵네 莫 莫 莫(막막막) 없구나, 없어, 참으로 없구나
*鮫綃:남해(南海)에 산다는 전설 속의 교인(鮫人), 즉 인어가 짠다는 얇고 가벼운 비단이다.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 임방(任昉)이 편찬한 『술이기(述異記)』에 따르면, 그것은 '용사(龍紗)'라고도 부르며, 그것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는다고 한다.
答陸游 육요의 편지에 답하다 唐婉(송나라의 시인)
世情薄 人情惡(세정박 인정오) 세상의 정이 박절한가? 인정이 그릇되었을까? 雨送黃昏花易落(우송황혼화이락) 황혼 무렵 빗속에 보내니 꽃은 쉬이 떨군다 曉風幹(효풍간) 새벽에 부는 한 줄기 바람이 淚痕殘(루흔잔) 눈물을 흘린 흔적 없애줄까? 慾箋心事(욕전심사) 이 내 심사를 편지로 써보려다 獨語斜欄(독어사란) 비스듬한 난간에서 중얼거린다 難! 難! 難!(난난난) 어렵다 어려워 정녕코 어렵구나 人成各(인성각) 각자 남이 되었거니 今非昨(금비작) 지금은 옛날이 아닐세 病魂常似秋千索(병혼상사추천삭) 병든 마음은 늘 천추인양 쓸쓸해라 角聲寒(각성한) 오싹한 뿔피리 소리 들리니 夜闌珊(야란산) 밤에 난간에서 비틀거린다 怕人尋問(박인심문) 사람이 물어볼까 두려워 嚥淚裝歡(연루장환) 눈물 삼키고 기쁜 듯 화장한다 瞞! 瞞! 瞞!(만만만) 속이자, 속여 아무도 모르게 |
紅酥手 黃縢酒 (홍화수 황등주)
불그레한 고운 손으로 황등주 따라주는데
*酥(연유 수, 치즈 수; sū):깨끗하고 매끄러운 것의 비유.
*縢(봉할 등, 묶을 등; téng)
黃縢酒: 不是指紹興黄酒, 而是指用黄紙封口的宮酒.。
見四川文藝出版社2000年5月出版的《宋詞300首》第195頁。
滿城春色宮牆柳 (만성춘색궁장류)
성 가득 봄빛이요 담장에는 버드나무
東風惡 歡情薄 (동풍악 환정박)
동풍이 심술궂어 즐거운 정 엷어졌네(우리 인연 끊어졌네).
一懷愁緖 幾年離索 (일회수서 기년이색)
늘 수심 품고 몇 해 동안 헤어지고 나서 찾았던가.
錯 錯 錯 (착 착 착)
이건 아냐, 잘못됐어, 뭔가 잘못 됐어.
2 절
春如舊 人空瘦 (춘여구 인공수)
봄빛은 예와 같으나 사람은 덧없이 야위어 가니,
淚痕紅浥鮫綃透(누흔홍읍교초투 )
눈물 흔적 붉게 젖어 얇은 비단에 어리네
.(수건이 눈물에 젖어 발그레한 뺨이 비침)
*浥(젖을 읍; yì)
*綃(생사 초; shāo,xiāo)
*鮫綃(교초: 전설에 鮫人이 생사로 짠 직물을 뜻하며,
의미상 薄紗와 통한다.),
蛟綃(교초: 물에 젖지 않는 비단)로 된 이본도 있다.
桃花落 閑池閣 (도화락 한지각)
복사꽃 떨어진 연못가의 누각은 스산한데(고요한데),
*閒으로 쓰인 본도 있다.
山盟雖在 錦書難托 (산맹수재 금서난탁)
산을 두고 굳은 맹세 하였건만 편지조차 못 부치니
*雖 대신에 猶 자를 쓴 본도 있다.
막 막 막 莫 莫 莫
아서라, 말아라, 이 마음 어이할까.
和 釵頭鳳 (화 채두봉)
- 唐婉(琬으로 쓰인 이본도 있음)
채두봉에 화답하다. 당완
1 절
世情薄 人情惡 (세정박 인정악)
세상살이 경박스럽고 인정은 사나운데
雨送黃昏花易落 (우송황혼화이락)
황혼에 비 내리니 꽃잎은 쉬이 지네.
曉風乾 淚痕殘 (효풍건 누흔잔)
새벽바람 건조해도 눈물자국 남아 있고,
欲箋心事 獨語斜欄 (욕전심사 독어사란)
이 심사 전하고자 난간에 기대어 홀로 읊조리네.
난 난 난 難 難 難
어렵고 힘들고 막막하구나.
2 절
人成各 今非昨 (인성각 금비각)
사람은 각각 따로 되었고 오늘은 그 때가 아니네.
病魂常似鞦韆索 (병혼상사추천삭)
괴로운 영혼은 언제나 그넷줄처럼 오락가락.
角聲寒夜闌珊 (각성한 야란산)
뿔피리 소리 차가워도 추억은 아름다웠죠.
*闌(가로막을 란{난}; ⾨-총17획; lán,làn)
*珊(산호 산; ⽟-총9획; shān)
*夜闌珊: 지난날의 아름다운 정경에 대한 추억
怕人尋問 烟淚裝歡 (파인심문 연루장환)
헤어진 것을 남들이 물어볼까 두려워,
눈물을 감추며 즐거운 척하네.
瞞 瞞 瞞 (만 만 만)
흐르는 눈물 감추고 감추고 또 감춥니다.
*瞞(속일 만; ⽬-총16획; mán)
이하 동아일보=애달픈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수]〈213〉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2023-05-19 03:00업데이트 2023-05-19 04:41
야박한 세태, 사나운 인정,
황혼녘 빗속에 쉬 떨어지는 꽃잎.
새벽바람에 말라버린 눈물, 그 흔적만 남았네요.
시름을 편지로 쓰려다 난간에 기댄 채 내뱉는 혼잣말.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어요!
우린 남남이 되었고, 어제와는 달라진 오늘,
그넷줄처럼 흔들리는 내 병든 영혼.
경보 알리는 싸늘한 호각소리, 밤이 이미 깊었네요.
누가 물어볼까 봐 눈물 삼키고 짐짓 즐거운 척.
감추고 감추고 또 감춰요!
(世情薄, 人情惡, 雨送黃昏花易落. 曉風乾, 淚痕殘. 欲箋心事, 獨倚斜欄. 難, 難, 難!
人成各, 今非昨, 病魂常似鞦韆索. 角聲寒, 夜闌珊. 怕人尋問, 咽淚裝歡. 瞞, 瞞, 瞞!)
―‘채두봉(釵頭鳳)’·당완(唐琬·1128∼1156)
시인의 첫 남편은 고종사촌인 육유(陸游).
금나라에 중원을 뺏긴 남송 조정에서 주전파의 선봉으로 활약하여
애국 시인이라 칭송받는 그 인물이다.
부부는 금실이 좋았지만 시어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갈라서야 했다.
각자 재혼한 둘은 후일 봄나들이 길에서 우연히 상봉한다.
아내를 내친 죄책감에 시달렸던 육유는 ‘채두봉’이란 곡조에 맞추어 시를 짓는다.
‘마음 가득 시름 안은 채 몇 해나 떨어져 있었던가요.
내 잘못, 다 내 잘못, 내 잘못이지요’라며 울먹였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한과 자책이었다.
여자 역시 같은 곡조로 독백처럼 화답한다.
야박한 인정세태는 진즉 경험했지만 오늘처럼 빗줄기가
낙화를 재촉하는 시간 앞에선 더 심란하네요.
글로 쓰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이별의 아픔,
사무치게 용솟는 그리움이 너무 힘들어요.
그런들 무슨 소용 있나요. 눈물도, 상처도 감추고 애써 즐거움을 가장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