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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이후공(窮而後工)
곤궁한 후에 글이 교묘해 진다는 뜻으로, 문인이 여러 가지 곤란을 겪은 뒤에 그 감정이 좋은 글을 쓰는 결과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窮 : 다할 궁(穴/10)
而 : 말이를 이(而/0)
後 : 뒤 후(彳/6)
工 : 공교 공(工/0)
출전 : 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
이 말은 송(宋)나라 정치인이자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매성유(梅聖兪)의 시집(詩集) 서문(序)을 섰는데 거기 나오며,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내 들으니 시인 중에는 출세한 사람은 적고 대개 곤궁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된 것인가!
予聞世謂詩人少達而多窮, 夫豈然哉.
대개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상당수가 옛날 곤궁했던 사람들의 문장에서 나온 것이다.
蓋世所傳詩者, 多出于古窮人之辭也.
무릇 선비가 자신이 가진 것을 온축했다가도, 세상에 그것을 펼치지 못하면, 산자락이나 물가의 밖으로 자신을 내던지기를 좋아하여, 벌레나 물고기, 풀과 나무, 구름과 바람, 새와 짐승의 무리들을 보고 때로 그 기괴함을 찾기도 한다.
凡士之蘊其所有, 而不得施于世者, 多喜自放于山巓水涯之外, 見蟲魚草木風雲鳥獸之狀類, 往往探其奇怪.
그러나 마음속에는 슬픈 생각과 울분을 느끼는 심정이 응어리져 있어서 참을 수 없는 번민이 글을 통해 나타나 쫓겨난 신하나 외로운 과부가 탄식하는 것을 말하거나 인정상 말하기 어려운 바를 묘사하기도 한다.
內有憂思感憤之鬱積, 其興于怨刺, 以道羈臣寡婦之所嘆, 而寫人情之難言.
그러니 시인은 곤궁해질수록 더욱 작품은 공교로워지는 것이다. 그런즉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곤궁해진 다음에야 시가 공교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蓋愈窮則愈工. 然則非詩之能窮人, 殆窮者而後工也.
여기서 말하는 궁은 단순히 경제적인 빈궁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생활하면서 난관이 많아 뜻을 이루지 못하여 이로 말미암아 터져 나오는 평안하지 못한 감정을 말한다.
때문에 궁이후공이 담고 있는 의미는 생애를 통해 이런저런 곤란을 겪으면서 싹터 오른 감정이 곧 좋은 시를 쓰는 결과를 빚는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구양수는 이런 생각을 다른 글인 설간숙공문집서(薛簡肅公文集序)에서도 토로하였다. “뜻을 잃은 사람에게 이르러서는 외롭게 머물면서 고생스럽게 살다보니 마음은 괴롭고 생각은 위태로워 생각은 극도로 정밀해지기 마련이다. 아울러 감격하고 발분한 것들이 세상에 쓰일 바가 없어진 것들은 모두 문장 속에 담겨지게 된다. 때문에 말하기를, 곤궁한 사람의 말은 공교로워지기가 쉽다는 것이다.”
至于失志之人, 窮居隱約, 苦心危慮, 而極于精思, 與其所感激發憤. 惟無所施于世者, 皆一寓于文辭. 故曰; 窮者之言易工也,
구양수가 주장한 “시는 곤궁해진 뒤에야 공교로워진다”는 논리는 사마천(司馬遷)이 말한 “발분해서 글을 지었다(發憤著書)”는 논리나 한유(韓愈)의 “마음이 평안하지 못하면 울린다(不平則鳴)”는 생각을 계승한 것이다.
그는 궁이후공의 논지를 펼치긴 했지만, “시인은 출세하지 못하고 대개 곤궁하다”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때문에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곤궁해진 다음에야 공교로워질 것이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인데, 이 역시 사마천과 한유의 관점을 보충하고 발전시킨 견해였다.
⇒ 발분설(發憤說) 참조
⇒ 불평즉명(不平則鳴) 참조
■ 궁이후공(窮而後工)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향을 덜 받는 곳과 더 받는 곳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 양극화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다. 여행업과 소상공인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는 반면 온라인 거래와 배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가 탄력을 받으며 오는 11월에 단계적 일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해 짙은 어둠에 있던 분야가 서서히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간 굳게 닫혔던 국경이 열리면서 여행업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있다.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 자영업자들의 영업 조건이 좀 나아지리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어려웠고 코로나19로 더더욱 어려워진 곳이 있다. 바로 인문과 문화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이다.
지금 공연과 영화는 좌석 간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약이 많다. 대규모 대중 공연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인문학 강연도 온라인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장 강연은 줄줄이 연기되는 등 아직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인문과 문화 예술의 오프라인이 침체기를 맡고 있는 반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활성화하면서 대중과 접촉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과 문화 예술의 본령인 공감과 이해라는 측면에서 온라인 서비스는 현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사실 인문과 문화 예술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찍이 사마천은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했다. 이후에 그는 죽음을 생각하다가 역사 속의 인물을 떠올렸다.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겪고 '춘추'를 지었고 굴원은 조국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돼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눈이 멀어 '국어'를 남겼고 손자는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고서 '손자병법'을 지었다.
이처럼 역사적 인물들은 마음속에 맺힌 울분을 사상으로 문학으로 역사로 군사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에 사마천도 극단적인 선택을 포기하고 자신의 울분을 '사기'로 토해냈다. 이 때문에 발분(發憤)이 인문 예술의 창작 동기로 거론되게 됐다.
훗날 구양수는 발분과 조금 결이 다른 곤궁을 창작의 동기로 제안했다. "내가 듣기로 세상에 시인 중에 잘나가는 이가 적고 곤궁한 이가 많다고들 한다. 도대체 어찌 그러한가.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옛날의 곤궁한 이의 언어에서 나온 것이 많기 때문이다(予聞世謂詩人少達而多窮, 夫豈然哉. 蓋世所傳詩者, 多出於古窮人之辭也)."
시인이 곤궁하면 자연의 경물, 자신의 경험, 사회의 현상을 새로운 언어로 포착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에 구양수는 곤궁을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시인이 곤궁하면 곤궁할수록 시의 언어가 더욱 공교해진다. 그렇다면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시인이 곤궁해진 뒤라야 시의 언어가 더 공교해지는 것이다(蓋愈窮則愈工. 然則非詩之能窮人, 殆窮者而後工也)."
구양수의 주장은 '궁이후공(窮而後工)'으로 압축됐다. 구양수가 곤궁을 무한히 예찬했다기보다 곤궁의 절박함이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에너지가 될 가능성을 읽어내고 있다.
즉 물질적 곤궁과 창작의 곤궁은 시인이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반전의 영감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사마천의 울분론과 구양수의 곤궁론이 절망스러운 상황에 내몰리는 인문과 문화 예술의 종사자들에게 희망과 위안의 에너지가 될 수가 없다.
지금 인문과 문화 예술의 종사자들은 개인적으로 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회의와 전체적으로 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문과 문화 예술에도 양극화가 짙게 드리우는 만큼 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암이 옅어질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궁이후공'이 창작의 에너지가 아니라 배부른 자의 소리로 희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窮(다할 궁/궁할 궁)은 ❶형성문자로 穷(궁)은 통자(通字), 竆(궁)은 본자(本字), 穷(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구멍 혈(穴; 구멍)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躬(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窮자는 '극에 달하다', '가난하다', '궁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窮자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이를 종합해 보면 '매우 가난하다'이다. 窮자에는 그 가난한 정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우선 窮자의 갑골문을 보면 宀(집 면)자에 人(사람 인)자, 呂(등뼈 려)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이것은 집에 뼈가 앙상한 사람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금문과 소전을 거치면서 人자는 身(몸 신)자로 바뀌었고 宀자도 穴(구멍 혈)자로 바뀌면서 '궁하다'라는 뜻의 竆(궁할 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 '궁하다'라는 뜻은 竆자가 쓰였었지만, 지금은 이체자(異體字)였던 窮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窮(궁)은 ①다하다 ②극에 달하다 ③마치다, 중단하다 ④궁하다(가난하고 어렵다), 궁(窮)하게 하다 ⑤가난하다 ⑥이치에 닿지 아니하다 ⑦외지다, 궁벽(窮僻)하다 ⑧작다, 좁다, 얕다 ⑨궁구(窮究)하다(파고들어 깊게 연구하다) ⑩연구하다 ⑪드러나다 ⑫궁(窮)한 사람 ⑬의지(依支)할 데 없는 사람 ⑭궁려(窮廬: 허술하게 지은 집, 가난한 집) ⑮나라의 이름 ⑯크게, 매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진(盡), 다할 갈(竭),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일이나 물건을 처리하거나 밝히기 위하여 따져 헤아리며 이치를 깊이 연구함을 궁리(窮理), 어려움이나 난처함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상태나 처지를 궁지(窮地), 곤궁하고 궁색함을 궁색(窮塞), 궁경에 빠진 적군을 궁구(窮寇), 생활이 곤궁한 지경을 궁경(窮境), 몹시 가난하고 궁함을 궁핍(窮乏), 한 해의 마지막 때를 궁랍(窮臘), 딱하고 곤란함을 궁곤(窮困), 속속들이 깊이 연구함을 궁구(窮究), 극도에 달하여 어찌 할 수 없음을 궁극(窮極), 북극 지방의 초목이 없는 땅을 궁발(窮髮), 외따로 떨어져 구석지고 몹시 으슥함을 궁벽(窮僻), 곤궁하게 살아가는 상태를 궁상(窮狀), 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을 궁민(窮民), 아주 어렵고 곤란하게 된 사람을 궁객(窮客), 더 할 수 없이 괴로움을 궁고(窮苦), 산 속의 깊은 골짜기를 궁곡(窮谷),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함을 곤궁(困窮), 어디까지나 캐어 따짐을 추궁(追窮), 가난하여 궁함을 빈궁(貧窮), 공간이나 시간 따위의 끝이 없음을 무궁(無窮), 몹시 궁함을 극궁(極窮), 더할 나위 없이 곤궁함을 지궁(至窮), 곤궁한 것을 잘 겪어냄을 고궁(固窮), 외롭고 가난하여 궁핍함을 고궁(孤窮), 가난한 사람을 구하여 도와줌을 진궁(振窮), 가난이나 궁핍을 벗어남을 면궁(免窮), 가난한 친구와 친척을 일컫는 말을 궁교빈족(窮交貧族), 궁지에 몰린 쥐가 기를 쓰고 고양이를 물어 뜯는다는 뜻으로 사지에 몰린 약자가 강적에게 필사적으로 반항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서설묘(窮鼠齧猫),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구막추(窮寇莫追), 피할 곳 없는 쥐를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서막추(窮鼠莫追), 곤궁해질수록 그 지조는 더욱 굳어짐을 이르는 말을 궁당익견(窮當益堅),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막다른 골목에서 그 국면을 타개하려고 생각다 못해 짜낸 꾀를 일컫는 말을 궁여지책(窮餘之策), 막다른 처지에서 짜내는 한 가지 계책을 일컫는 말을 궁여일책(窮餘一策),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궁년은 자기의 한 평생을 누세는 자손 대대를 뜻으로 본인의 한 평생과 자손 대대를 이르는 말을 궁년누세(窮年累世), 온갖 힘을 기울여 겨우 찾아냄을 이르는 말을 궁심멱득(窮心覓得), 가난한 마을과 궁벽한 땅을 일컫는 말을 궁촌벽지(窮村僻地), 가난하여 스스로 살아 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궁부자존(窮不自存),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종일 일함을 일컫는 말을 궁일지력(窮日之力), 운수가 궁한 사람이 꾸미는 일은 모두 실패한다는 뜻으로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궁인모사(窮人謀事), 성정이 음침하고 매우 흉악함을 일컫는 말을 궁흉극악(窮凶極惡), 궁하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우면 예의나 염치를 가리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궁무소불위(窮無所不爲), 하늘과 땅과 같이 끝간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궁천극지(窮天極地),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궁변통구(窮變通久),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거듭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궁리궁리(窮理窮理),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後(뒤 후/임금 후)는 ❶회의문자로 后(후)는 간자(簡字)이다. 발걸음(彳; 걷다, 자축거리다)을 조금씩(문자의 오른쪽 윗부분) 내딛으며 뒤처져(夂; 머뭇거림, 뒤져 옴) 오니 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後자는 ‘뒤’나 ‘뒤떨어지다’, ‘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後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幺(작을 요)자, 夂(뒤져서 올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後자는 족쇄를 찬 노예가 길을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後자를 보면 족쇄에 묶인 발과 彳자가 그려져 있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後자는 ‘뒤떨어지다’나 ‘뒤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後(후)는 (1)무슨 뒤, 또는 그 다음. 나중 (2)추후(追後) 등의 뜻으로 ①뒤 ②곁 ③딸림 ④아랫사람 ⑤뒤떨어지다 ⑥능력 따위가 뒤떨어지다 ⑦뒤지다 ⑧뒤서다 ⑨늦다 ⑩뒤로 미루다 ⑪뒤로 돌리다 ⑫뒤로 하다 ⑬임금 ⑭왕후(王后), 후비(后妃) ⑮신령(神靈)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앞 전(前), 맏 곤(昆)이다. 용례로는 뒤를 이어 계속 됨을 후속(後續), 이후에 태어나는 자손들을 후손(後孫), 뒤로 물러남을 후퇴(後退),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같은 학교를 나중에 나온 사람을 후배(後輩), 반반씩 둘로 나눈 것의 뒷부분을 후반(後半), 핏줄을 이은 먼 후손을 후예(後裔),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뒤에서 도와줌을 후원(後援), 뒤의 시기 또는 뒤의 기간을 후기(後期), 중심의 뒤쪽 또는 전선에서 뒤로 떨어져 있는 곳을 후방(後方), 뒤지거나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후진(後進), 맨 마지막을 최후(最後), 일이 끝난 뒤를 사후(事後),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후(午後), 바로 뒤나 그 후 곧 즉후를 직후(直後), 그 뒤에 곧 잇따라 오는 때나 자리를 향후(向後), 앞과 뒤나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 때 늦은 한탄이라는 후시지탄(後時之嘆),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 때 이르는 말을 후생각고(後生角高), 내세에서의 안락을 가장 소중히 여겨 믿는 마음으로 선행을 쌓음을 이르는 말을 후생대사(後生大事),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을 후회막급(後悔莫及) 등에 쓰인다.
▶️ 工(장인 공)은 상형문자로 무언가의 도구(道具)의 모양이다. 본디는 巨(거)와 같은 갈고랑이 모양의 자 같고, 그것은 신에게 기도(祈禱)드릴 때 쓰는 것이기도 하였다. 또 석기(石器)에 구멍을 뚫는 연장도 工(공)이었다. 工(공)은 孔(공), 空(공)과 음(音)이 같아서 구멍, 구멍을 뚫다, 궤뚫고 빠져 나간다는 뜻도 나타낸다. 또 도구(道具), 일, 관리(官吏)란 뜻으로도 되었다. 그래서 工(공)은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서 그 일에 종사하는 직공(職工) 또는 어떤 직업 종류의 명칭을 나타내는 말 (2)공업(工業) 등의 뜻으로 ①장인(匠人) ②기교(技巧), 솜씨 ③일, 기능(技能) ④공업(工業) ⑤인공(人工) ⑥여공(女工) ⑦벼슬아치, 관리(官吏) ⑧악인(樂人), 음악(音樂)을 연주하는 사람 ⑨공교하다(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 ⑩잘하다, 뛰어나다 ⑪정교(精巧)하다, 정치(精緻)하다 ⑫만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학문이나 기술을 닦는 일을 공부(工夫), 많은 노동자를 써서 물건을 만들거나 가공 또는 생산에 종사하는 시설을 공장(工場), 공장이나 토목과 건축 등에 관한 일을 공사(工事), 자연물이나 거칠게 만든 물품에 인공을 가하여 유용한 물품을 만드는 생산업을 공업(工業), 작업이 되어 가는 정도를 공정(工程),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을 꾸밈을 공작(工作), 물품을 만드는 품삯을 공가(工價), 때나 기회가 우연히 생기거나 어긋나거나 하는 일이 썩 기이함을 공교(工巧), 물건을 만드는 재주와 기술을 공예(工藝),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 쓰는 기구나 연장을 공구(工具), 공사하는 기간을 공기(工期), 공사를 실시함을 시공(施工), 옹기장이로 옹기를 만드는 사람을 도공(陶工), 공사를 마침을 완공(完工), 공사를 다 마침을 준공(竣工), 천연물이나 덜 된 물건에 인공을 더함을 가공(加工), 나무를 다루어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목공(木工), 사람이 하는 일로 사람이 자연물을 가공하는 일을 인공(人工), 공사를 시작함을 착공(着工), 공사 따위를 시작함을 기공(起工), 고용살이 하는 직공을 고공(雇工), 배를 부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사공(沙工), 천천히 하여도 늘 끊임없이 꾸준하게 하는 일을 불식지공(不息之工),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뒤에서 일을 꾸밈을 이면공작(裏面工作), 연주하는 곡은 다르지만 그 절묘함은 거의 같다는 뜻으로 방법은 다르나 결과는 같음을 이곡동공(異曲同工), 인간의 능력은 모든 사물에 다 능할 수 없다는 뜻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잘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임을 능불양공(能不兩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