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콜레스테롤' 방치하면 벌어지는 일
심뇌혈관질환은 암 다음 위험…이상지질혈증 조기 진단·치료해야
英 NICE, 심혈관질환 위험도 무관하게 '스타틴' 치료 시작 권고
국내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은 심·뇌혈관질환이다. 2021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각각 인구 10만명당 61.5명, 44명이었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초응급 질환이 발생하면 사망과 직결되거나 평생 후유증을 안고 갈 위험이 크다.
심근경색은 재발할 경우 사망률이 최대 85%까지 오르고, 25명 중 1명은 퇴원 후 1년 안에 숨졌다. 뇌졸중도 환자 4명 중 1명은 5년 내 재발을 경험하고, 재발할수록 그로 인한 후유증의 정도가 심각해지고 사망률이 높다.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핵심 선행 질환인 이상지질혈증을 조기에 찾고 계속 치료해야 한다.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C)이 높은 상태인 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계속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병이 커지는 셈이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았다면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LDL 콜레스테롤 감소'로 어떤 약을 먹을지는 의사 판단하에 개별 환자의 위험도와 LDL-C 수치에 따라 정하게 된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에 다양한 종류의 알약이 전시되어 있다.
국내 진료 지침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식사와 운동 조절 등의 생활 습관 개선 요법을 했음에도 LDL-C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약물치료가 필요할 경우 '스타틴'이라는 성분의 약으로 1차치료를 받게 된다고 적혀있다.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같은 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하더라도 LDL-C 강하 효과가 더 우수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아시아인은 더 적은 용량으로도 치료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따라서 외국 지침 등에 제시된 스타틴 용량보다 적은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관계없이 스타틴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약 10년 만에 개정된 것이며, 이전 마지막 가이드라인은 2014년 발간됐다.
주목할 점은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관계없이 스타틴 복용을 원하는 환자나, 임상적 판단에 따라 만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을 수 있는 환자에게 스타틴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 부분이다.
또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미만인 환자라도, 스타틴 복용을 선호하거나 다른 위험 요인이 저평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에서 스타틴의 한 종류인 아토르바스타틴 20㎎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은 권고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환자에게서만 아토르바스타틴 20㎎을 권고한 바 있다.
NICE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보다 낮은 환자한테도 스타틴이 비용 효과적이라는 임상적 근거가 있으며, 이런 권고가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의 감소와 전체 인구 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진료 지침과 이번에 개정된 NICE 가이드라인을 봤을 때 스타틴 같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LDL-C 감소 및 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보인 치료법이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의 경우 약의 부작용,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 등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스타틴은 근육통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NICE 가이드라인은 "일각에서 스타틴 치료에 의한 근육통 등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최근 스타틴을 복용하는 많은 환자에서 근육통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근육통이 발생해도 이는 스타틴 복용 여부와 관계없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을 직접적으로 예방하고 필요한 치료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의료진과의 상담으로 본인에게 적절한 약을 처방받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