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은 집중시간은 10분 정도라고 하였지만, 건우는 3분도 되지 않았다. 동그라미 스티커가 붙은 바닥에 앉은 건우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곧 마루바닥의 골을 따라 검지 손으로 선을 그리고 되돌아와서 또 그렸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유아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어 또렷하게 대답하였다. 건우도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좀처럼 건우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드디어 건우에게도 대답할 기회가 왔는데 질문과는 다른 엉뚱한 답이었다.
'아이구, 어쩌누....'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것도 참 좋은 생각이야." 머쓱해 하던 건우는 나를 돌아보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복도에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교실까지 스며들었다. 아이들은 책상을 정리하고 차례대로 교실 안의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뒤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물비누로 거품 놀이를 하는 아이, 물방울을 튀기면서 계속 세면대 앞에 서 있는 아이에게 뒤에 친구가 기다리니 어서 씻어라고 잔소리를 하였다.
아이들은 테이블 위에 투명한 가림막을 세워놓고 복도로 가서 식판을 들고 까치발로 걸어와 각자의 가림막 앞에 놓았다. 건우도 국물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스레 식판을 책상 위에 놓고 마스크를 풀었다. 오똑한 코와 분홍색 입술. 맑은 눈과 함께 너무나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건우 옆에 나도 식판을 놓으면서 "건우가 이렇게 예쁜 아이였구나." 하였더니 수줍게 웃었다.
3시에 퇴근하면서 "건우야. 선생님은 이제 집에 가야 해."
"선생님, 내일도 오세요?"
"그래. 내일 또 우리 건우와 놀 수 있어" 건우의 손바닥에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건우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였다. 교실에 켜놓은 TV에서 악기 소리, 노래 소리가 나면 귀를 기울였다. 건우의 할아버지도 건우가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을 알고 계실까? 며칠 전 건우를 데리려 오신 할아버지에게 건우를 동네 피아노 학원에 보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관여할 입장이 아닌 것 같아, 건우의 손을 잡고 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가끔 건우 등원을 시키려고 유치원에 오신 할아버지를 먼 발치에서 잠깐 뵐 수 있었는데 큰 키에 세련된 차림이어서 피아노 학원에 보낼 경제적 능력은 있어 보였지만, 나의 임무는 건우의 활동보조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첫댓글 아이들은그저 잘 놀고
명랑하게 웃고 떠들면 좋지요.
맞아요.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