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음악회에 비엔나 요한슈트라우스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고 하니
비엔나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 음악회 실황중계를 보던 기억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빈필의 연주 맨 마지막은 상징적인 라더츠키 행진곡이다
박수를 유도하는 노장 지휘자의 얼굴엔 근엄하게 지휘봉을 휘두르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있어 관중과 시청자를 동시에 무장해제 시키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오늘 그 곡 연주를 듣게 될 줄이야
이번에 내한한 비엔나 요한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증손자인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에 의해 창단되었다
오늘 연주될 곡 리스트가 주로 요한슈트라우스 곡이다
2025년은 요한 슈트라우스 탄생 200주년 되는 해이다
그 기념으로 세계적인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폴카, 오페레타 박쥐 등 듣기에 익숙하고 활기찬 곡들로 구성되었다
밝고 희망찬 신년음악회와 어울리는 분위기다
특히 소프라노 임선혜의 음성을 가까이에서 들을 생각에 무척 들 떠있었다
한경아르떼 채널에서 옴부라 마이 푸 진행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가끔은 임선혜의 노래 좀 자주 불러주지 하는 아쉬움도 있긴 했는데 오늘 그 아쉬움을 제대로 풀었다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중 '빌랴의 노래'
오페레타 주디타 중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
오페레타 박쥐 서곡 중 '나의 후작님'
마치 임선혜를 위한 맞춤곡인 듯
노래와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다
그야말로 리릭소프라노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노래하는 모습이 저렇게 사랑스럽다니...
지휘자도 곡이 끝날 때마다 너무나 만족스런 미소와 익살스런 제스처로 답한다
내가 지휘하는 선율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색을 입혀주다니
하는 감동이 느껴지는 제스처다
연주가 끝난 후 다시 임선혜가 등장해 새해 인사를 독일어와 한국어로 함께 나눈 후
와인잔 두 개를 짠 하고 내놓으니 지휘자는 숨겨 나온 소주를 꺼내 부어 원샷을 한다
그리고 임선혜가 부른 곡이 안네의 폴카다
(앙코르곡이 궁금하시면 연주장을 나설 때 안내데스크에 적힌 앙코르곡을 확인하시길)
술을 마시면 웃음이 나온다며 어찌나 웃음소리를 코믹하게 내며 부르는지
이 노래 다시 찾아 듣고 싶다
오늘 지휘자의 열정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이번 콘서트 안내 블러셔에 소개된 사진은 한 참 젊을 때의 모습인가 보다
이 때는 배가 안 나왔다
이 사진에서 느꼈을 것이다
(어허? 사진엔 배가 좀 덜 부각되었는걸)
등장하는 데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복부비만이 심해 보였다
그런데 지휘대에 올라설 때는
뱃속에 가벼운 풍선을 넣은 것처럼 폴짝 뛰어올라간다
그리고 어찌나 귀엽게 지휘를 하는지(귀엽다고 해서 죄송해요)
오늘 연주된 곡들이 거의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곡이었는데
처음 듣는 왈츠곡들이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가진 왈츠곡이 존재했었다니...
특히 액셀레이션 왈츠(가속 왈츠)는
소절마다 천천히 출발했다가 가속이 되는 느낌을 왈츠 속에 잘 녹아내었는데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 내 몸까지 함께 가속페달을 밟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가속왈츠, 제목만큼이나 참 재밌는걸
틱톡(똑딱) 폴카도 아주 유쾌하고 즐거웠다
연주자들 모두 입으로 틱톡 틱톡하며 소리 내는 부분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들렸다
연주회는 역시 눈으로 즐기는 음악이다
'크라펜 숲 속에서'라는 곡은 프랑스풍의 폴카였는데
숲 속의 뻐꾸기 소리를 내는 연주자와
새소리를 내는 연주자가
서로 경쟁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웃음바다가 되었다
서로 자신의 악기를 부각시키려
무대 앞까지 나와 울려주는 새소리, 뻐꾸기소리는 한동안 숲속에 머물고 있는 착각을 일킨다
아 그리고 마지막 앙코르곡이 라더츠키행진곡이라니!
마치 내가 비엔나 빈 무지크페라인 극장에 180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손뼉으로 함께 박자를 맞추며 신나게 즐겼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한마디로 유쾌한 음악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