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는 SNS에서 이슈가 된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이야기입니다. 신규교사인 저는 작년에 의정부고등학교로 발령받았습니다. 학교 이름이 낯익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학교였습니다. 포털 검색 순위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올해는 조금 조용히 넘어갔죠~? 이 기사를 통해 올해 의정부고 졸업사진과 그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워낙 재밌고 기발한 사진이 많았었죠.
올해도 웃기고 재밌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누구로 분장했는지 알지 못했는데요.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로 분장한 아이들.
따로 있는 모습만 봤을 때는 그냥 여장한 거라 생각했었는데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죠.
속 쓰림 복용약인 개비스X 광고를 따라 한 아이들. 어떻게 이걸 따라 할 생각을 했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분장의 퀄리티가 남다른 학생도 있었습니다. 영화 컨저링의 수녀귀신 분장을 했는데요. 분장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무섭네요. 제가 가르치는 반 아이라 저도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올해 고3인 이 학생은 좀비 분장을 했는데요.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분에게 부탁해서 메이크업을 받았다고 합니다. 졸업사진을 위한 아이들의 열정이 대단하죠?
이런 예측불허한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예년보다 이슈가 덜 되었는데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졸업사진을 찍는 날, 디스패치(언론매체)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검열한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타이틀만 보면 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 같은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해 졸업사진 준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졸업사진을 찍기 한 달 전,에 아이들에게 촬영계획서를 나눠줍니다. 졸업사진을 어떤 컨셉으로 찍을지 결정한 아이들은 촬영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데요. 학교에서 ‘촬영계획서’를 사전에 받은 이유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작년에 믹키유천을 패러디한 학생은 팬클럽에게 고소를 당했고, 어떤 학생은 여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실제론 여성을 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신상이 공개되어 마녀사냥처럼 인신공격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사례 때문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속상했던 건 아이들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점인데요. 수능을 앞둔 아이들이 졸업사진으로 비난받는 것이 안타까웠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몇몇 분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논란이 될 만한 컨셉이 있는지 ‘사전지도’를 했습니다. 컨셉이 우려되는 아이에겐 담임선생님이 ‘다른 거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졸업사진을 찍기 전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작년 사례를 얘기하며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정치풍자, 여성비하, 혐오물, 선정적인 것 등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교육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언론매체에서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기사를 올렸는데요. 그 기사에는 ‘아이들의 자유를 억압했다’, ‘사상 통제다’라는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속사정을 잘 아는 소속 교사로서는 무척이나 속상하더라고요.
첫댓글 기자님들아. 아이들처럼 열정을 갖고 제대로 된 기사 쓰시길.
수준 이하의 사이비 기자가 판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