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100가구 중 7가구 미분양 당첨자 90%가 계약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2022. 11. 6.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역 관계없이 ‘완판’을 기록했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초기분양률이 93%까지 떨어졌다. 잇따른 금리인상 여파에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70%가까이 저렴한 분양단지도 청약이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1월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92.7%를 기록, 전 분기(100%)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2분기(91.3%) 이후 최저 수치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후 경과기간이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의 총 분양가구 수 대비 계약체결 가구 수 비율을 말한다. 즉 올해 3분기 들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 100가구 중 7가구가 미분양됐다는 얘기다.
서울의 아파트 초기분양률은 2020년 1분기 100%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2분기 99.9%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올해 2분기까지 줄곧 100%를 유지해왔다. 집값 급상승기였던 지난 2년 반 동안 분양만 하면 완판되던 부동산 시장이 올 7월 들어 깨지기 시작한 셈이다. 저금리기조가 이어진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양만 받으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투자심리가 ‘완판 행진’을 이끌었으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서울의 분양시장 역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말 청약을 실시했던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140가구 중 129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으나 이마저도 미분양됐다. 청약 당시에는 1순위 134가구에 208명이 신청해 마감에 성공했으나 당첨자의 90%이상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지하철 7호선 천왕역까지 도보로 5분인 초역세권 단지로, 84㎡의 공급가는 10억9500만~10억9700만원이다.
“서울이면 100% 완판”분위기 사라졌다. 인근 부동산 중계업자는 “초등학교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게 단점이지만 초역세권 입지만으로도 10억원 후반이면 완판이 예상됐던 단지”라며 “위치가 외곽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미분양이 많이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칸타빌 수유팰리스, 신독산 홀리힐 뉴포레 등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수도권 초기분양률도 경기도의 분양시장이 무너지면서 직전 분기(96.9%)에서 93.1%로 떨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3분기 초기분양률 100%를 기록한 이후 4분기 99.9%, 올해 1분기 100%로 완판행진을 이어갔으나, 올해 2분기 95.9%, 3분기 91.8%로 2개 분기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3일 마감한 경기 파주 e편한세상 헤이리는 일반분양 1036가구 모집에 1·2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으나 158가구만 신청하면서 878가구가 미분양됐다. 평택 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도 일반분양 1198가구 모집에 879가구만 신청하면서 319가구가 미분양됐다.
전국 아파트 초기분양률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80%대로 하락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93.8%였던 전국 초기분양률은 올해 1분기 87.7%, 2분기 87.7%를 연속 기록했으며, 3분기 들어 82.3%로 5.4%포인트 하락했다.
전 분기 초기 분양률 100%를 기록했던 부산은 79.0%로 21.0%포인트 하락했으며, 울산도 전 분기(35.4%)보다는 상승했으나 초기분양률 66.3%을 기록하는 등 5대 광역시 평균 초기분양률은 84.3%로 집계됐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