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경색으로 '청약률 0'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올해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시장은 다른 어느 해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새해 첫 달부터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1·11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올해 부동산 시장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받는 울산의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 1,000만원 시대'를 열며 비교적 승승장구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다 도심 재개발 붐을 타고 남구와 중구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북구 등에도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선보여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기도 했다.
청약가점제·담보대출규제 강화
◇잇따른 정부 대책 발표= 정부는 올 1월 이른바 '1·11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민간 분양아파트의 과도한 분양가 인상을 통제하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실수요자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청약가점제 도입, 수도권과 지방투기과열지구내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이 골자다. 이 대책으로 공공 택지지구내 분양아파트에 적용돼 온 분양가상한제가 9월부터 민간택지의 분양아파트로 확대됐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내집 장만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한 청약가점제도 9월부터 도입됐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수가 많은 사람에게 당첨의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청약가점제 도입 이후 청약시장에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첨이 되면 최장 10년까지 다시 청약할 수 없기 때문에 청약통장 사용이 신중해지면서 청약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지역 '전매제한' 고전
◇계속되는 규제= 울산지역은 이달 3일에서야 중구와 북구, 동구 등 일부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남구와 울주군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전매제한'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풀린 후 분양된 북구의 월드시티가 분양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따른 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남구와 중구, 북구, 동구 등 4개 지역은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와 함께 지방의 주택투기지역 대상으로 계속 남아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더욱 장기화되고 있다.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 주택투기지역 제한을 받고 있는 남구의 경우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이 대부분 분양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도 무용지물
◇'청약률 0'아파트 등장=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분양한 남구 신정동 해모로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154가구)가 지역에서는 최초로 '청약률 0'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평균 1,046만~1,170만원으로 주변시세보다 다소 저렴하고, 울산 최고 학군과 교통망을 갖춘 곳이어서 업계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어 분양한 중구 성안동 라인에이미 아파트(54가구)도 지난달 20일부터 3일간 분양을 실시했으나 3순위까지 청약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건설사의 인지도도 낮고 108∼128㎡ 54가구로 이뤄진 소형 단지지만 인근 시세보다 값이 현저히 낮아 이같은 결과는 뜻밖이었다.
또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갔던 중구 반구동 다모필하우스(28가구)도 분양신청자가 1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지역에서 3번째 '청약률 0'를 기록했다.
고분양가에 위축된 실수요자
◇연말 고 분양가 아파트 잇따라= 이처럼 지역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분양가상한제 등을 의식한 이른바 밀어내기식 고분양가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됐다. 하지만 고분양가는 움추렸던 실 수요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달 분양한 북구 매곡동 월드시티는 114~310㎡ 2,686가구로 울산지역에서 분양한 단일 아파트로는 최대 규모였다. 분양가는 3.3㎡당 750만-850만원으로 북구지역 아파트 분양가로는 처음으로 평균 800만원선을 넘었다.
이달들어 분양한 남구 야음동 '번영로 두산위브'와 '강변 센트럴하이츠'의 경우 일부 규모대의 3.3㎡당 분양가가 1,300~1,400만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들 아파트의 청약 실적은 대부분 실패작이다. 3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두산위브는 72%, 월드시티는 24%, 강변 센트럴하이츠는 고작 7%의 청약율을 기록했다. 이들 아파트 모두 '무순위' 청약을 통해 만회에 나서고 있지만 잔뜩 움추린 실 수요자들을 자극하진 못하고 있다.
넘쳐나는 미분양 아파트
◇미분양 확산 '대란'수준= 울산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모두 4,318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이달초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북구 매곡동 월드시티, 남구 신정동 센트럴하이츠, 남구 야음동 두산위브, 울주군 온양읍 휴엔하임 등의 미 분양물을 합칠 경우 울산지역 미분양 가구수는 현재 7,0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분양주택을 구·군별로 보면 중구의 경우 996가구, 남구는 1,411가구, 동구 17가구, 북구 390가구, 울주군 1,504가구인 것으로 나타나 미분양이 중구와 남구, 울주군에 집중돼 있었다. 이달 미분양 물을 합칠 경우 북구와 남구는 더욱 늘어난다. 미분양 아파트의 급증은 현재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지역 10여개 아파트 건설사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강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