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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2월 10일, 명절 끝이라 그랬는지 크게 한 일도 없는 것 같아도 온 몸이 늘어지는 듯 피곤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하여 찜질방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제가 사는 곳은 풍무동 서해아파트입니다. 주로 애용하는 찜질방은 현대프라임빌 아파트 앞에 있었고요. 평소에는 구307도로를 이용해 그 곳을 가지만 풍무초등학교 개학이 코앞이었고 풍무중학교는 이미 개학을 한터라 그 동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풍무중학교 통학로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거론된 부분들의 해결 상태 점검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엘지 자이 공사 현장 때문이었습니다. 노파심에 이전 시청분들과의 간담회 때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통학로 확보가 중요하니 자이 측에 꼭 좀 말씀드려달라는 부탁을 한 적도 있었기에 뭔가 대책이 세워져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눈으로 본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서해아파트에서 풍무중학교로 가는 통학로는 공사현장과 거의 경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방치되어 있었으며, 덤프트럭들이 통행할 길과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의 분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삼용아파트에서 풍무초등학교로 오는 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곳은 담을 둘러놓기는 했지만 너무나 부실했으며, 담 건너편 폐가들이 철거된 땅은 파헤쳐진 그대로 놓여있었습니다. 이곳은 중학생도 아닌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길이었습니다. 신안아파트 혹은 삼용아파트의 어린 아이들이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 가기 위해 걸어 다니는 길 말입니다. 엘지라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큰 회사입니다. 자이라는 명성만으로도 아파트 가격이 달리 형성되는 가치를 지닌 곳입니다. 그런 회사가 짓는, ‘자이’라는 브랜드가 자랑스러운 아파트가 우리 풍무동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2000평정도의 공원이 자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도 우리에게는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랑스러움과 감사함이 이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의 위험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노파심입니까? 안전에 대한 안일한 생각이 부른 참담한 사고들을 우리는 많이 보았습니다. 그 일들이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고 내 일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0.00001%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고가 생겨 일을 겪는 사람에게는 100%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 일산에 갔었습니다. 백석역 근처에 터미널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니 땅을 파헤친 정도가 풍무동의 자이 현장과 비슷했습니다. 그 곳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 근처였으며 일산을 관통하는 도로가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험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사 현장은 바깥에서 전혀 보이지 않게 담을 둘러놓았으며, 그 담은 견고하게 보였습니다. 담 바깥은 사람들이 느끼기에 혐오스럽지 않도록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입구만이 살짝 열려 있었습니다.
김포와 일산의 차이입니까? 행정적인 구속력의 차이입니까? 아니면 시공사간의 차이입니까? 이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산의 공사현장은 사람들 눈에 바로 보이는 도로변이라 회사의 이미지 등을 생각하여 모든 것에 신경을 썼고 김포 풍무동의 자이 현장은 도로변이 아닌,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라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일까라고……. 설마 그것은 아니겠지요. 학교가 사방에 있고 그 학교를 가기 위해 자이 현장을 매일 아침 지나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그 곳, 대로변이 아니더라도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매일매일 신경 쓰고 매일매일 체크해보아도 안심되지 않을 그런 곳에 자이 현장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회사측이나 그 회사를 관리해야할 시청측에서 잊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가진 저는 아이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을 놓아두고 이러한 길로 학교를 다니라고 해야 하는 저는 아이에게 참 미안합니다. 찜질방을 가며, 포장은 꿈도 꿀 수 없는 통학로를 덜컹덜컹 지나며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길이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이야. 엄마가 많이 애썼는데 그래서 여기 폐가들도 다 철거하고 이런 잡목들도 베어버리고 길도 단단하게 다지고 경찰초소도 만들기로 했는데, 그런 데…….”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엘지 자이 공사 담당자분들께 그리고 시청의 담당 공무원분들께. 완공될 때까지 모든 여건을 완벽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져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요. 아이들이 걸어 다녀야 하는 길, 그 길만큼은 마음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회사의 얼굴을 걸고, 김포의 자존심을 걸고 아이들이 다녀야 하는 통학로만큼은 안전할 수 있도록 제발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주시기를 감히 풍무동의 어머니들을 대신하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봄방학이란 기간이 주어진 것을 감사히 여기며 그 기간 동안 자이가 있어 오히려 마음 든든한 풍무동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3월이 우리 모두에게 힘들지 않은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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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십니다.
사진으로 봐도 너무 허술하기 짝이없네요 ...
좋은 지적해주셨군요. 잘 봤습니다.
우정 한 번 지나가봐야겠군요. 지나가본지가 오래되어서.... 잘 봤습니다.
좋은 지적이며, 저도 한 번 둘러 봐야겠군요.. 이 글은 카페지기님이 직접 기고한 글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서해아파트에서 대책회의가 논의되고 있는 듯 하네요. 이제 본격적인 삽질이 시작되는 시점이니 확실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죠.
왜 알아서들 좀..못해줄까....
기사가 나간 이후 조성범기획담당관님께서 대책을 세우도록 주택과 등에 이야기하겠다고, 잘 안되면 시장님께 말씀드려서라도 해결책을 찾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정왕룡의원님께서도 주택과와 자이소장과 만남의 자리를 만드시겠다고 하셨으니 개학전에 방안이 나올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