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상대성 이론
/주영헌
저 나무,
죽었는지 알았더니 새순이 돋고 잎사귀가 핀다.
반은 죽었지만, 반은 살았다.
삶과 죽음의 그늘이 함께 자란다.
노인,
낡은 보행기를 끌고 간다.
육십갑자 하고도 한참을 더 감아야 되돌아갈 수 있는 어린 날
보행의 초심을 기억하려는 듯
조심조심 발을 떼고 있다.
굳어 버린 왼쪽 발은
함께 보행하던 오른발의 진심을 되짚으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공존共存이란
삶과 죽음이 서로의 등이 되어주는 일
생이 또 다른 생의 배후로
후생後生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지해 주는 일
잘려나간 밑동에서 새 줄기 돋아난다.
노인이 아이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다.
생生의
특수 상대성 이론.
-덧붙임
불교에서의 연기법의 정의는,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나고
이거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
로, 시간과 공간이 서로 같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에 구애되지 않고 살리면,
시공을 초월한다고 말하고
인연을 살린다고도 말한다.
‘생멸生滅’에 대해 『능가경』에
흥미 깊은 이야기가 있다.
능가왕이 부처님께 질문을 했다.
“세존이여, 사람이 죽어 아직
다음 생을 받지 않을 때,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부처님이 답하셨다.
“왕이시여, 식물의 종자에서 싹이 나올 때,
종자가 먼저 없어지고 그 후에 싹이 나옵니까?
아니면, 싹이 나온 후에 종자가 없어집니까?
종자가 없어진 순간에 싹이 나온 것입니까?”라고.
이 부처님의 답을 들은 능가왕은
“종자가 없어진 그 순간에
싹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했다.
“싹이 생길 때와 종자가 없어질 때는
같은 순간입니다.
그곳에는 전후가 없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앞의 마음이 없어졌을 때,
동시에 뒤의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라고.
이 문답으로 알 수 있듯이,
우리들은, 분별의 세계,
상대의 세계에 있어서
종자가 없어졌다든가,
싹이 생겼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상에서 보면,
생기는 것도 멸하는 것도
전후는 있을 수 없고
생멸이라고 하는 같은 현상을
한쪽에서는 ‘생生’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멸滅’이라고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참으로 생멸불이生滅不二이다.
노자도 『도덕경』 제2장에서,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고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긺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음과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오강남은,
“그러므로, 가지고 못 가짐은
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의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
길고 짧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
높고 낮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악기 소리와 목소리도
서로의 관계에서 어울리는 것,
앞과 뒤도 서로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시인의 시도 그것을 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의 글을
만나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