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활동 중국인 의심 50여개 계정 지난해 네이버 뉴스에 12만개 댓글 '댓글 조작' 연구 보도 후 도피 행각...닉네임 바꾸고 과거 작성 댓글 삭제
2020년 2월 ‘차이나 게이트’ 논란 당시 중국 댓글부대로 의심된 트위터 유저의 글. 그가 ‘좌표’를 찍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가 찬반을 누르거나 신고를 했다. /당시 해당 트위터 캡처
지난달 가천대 연구팀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중국 댓글부대 움직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댓글부대가 활동한 무대인 네이버는 "모두 한국인 계정"이라며 중국 댓글부대의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에서 중국 우월주의를 강조하고 국내 지역·세대·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댓글을 달던 중국인 의심 계정들이 최근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한국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댓글부대 활동을 추적하는 윤민우 가천대 교수 연구팀을 인용해 "이들은 닉네임을 바꾸거나 과거 댓글을 무더기 삭제하는 등 사실상 도피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댓글부대 계정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은 지난달 22일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중국 댓글부대에 대한 국내 언론보도가 나온 뒤부터라고 한다. 윤민우 교수 연구팀은 당시 "2023년 9~11월 사이 50여 개 계정이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 중국 우월주의나 한국 비하, 국내 갈등 조장 댓글을 3만 개 이상 달았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단순 계산을 하자면 이 50여 개 계정이 지난해 네이버 뉴스 섹션에서만 12만 개 이상의 댓글을 썼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이 댓글 여론조작 연구 결과를 내놓은 뒤 몇몇 계정은 닉네임을 바꾸고 활동을 중단했다. 다른 계정은 작성한 댓글 550여 개를 삭제했다.
연구팀이 이 계정을 중국 댓글부대로 본 근거는 미 국무부의 ‘글로벌관여센터(GEC)’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이 규정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공작 계정 특징이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에서 댓글 여론조작 등 영향력 공작용 계정 이름을 지을 때 중국 병음 또는 어법을 사용한다. 또 작성 글 가운데 ‘코로나 19 미국기원설’ 등이 꼭 포함돼 있고, 현지 언어에 대한 맞춤법 오류가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또 댓글에 중국어가 섞인 경우가 있다. 이런 계정들은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인지 SNS 등에서 서로 팔로우 하는 양상이 있다.
신문에 따르면 네이버 측은 해당 계정이 "모두 한국인 계정으로 파악됐다"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우리 국민 명의를 도용했을 소지도 없다는 게 네이버 측의 결론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용 탐지 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 해당 계정들의 활동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었다. 네이버 측은 또한 댓글 정책상 하나의 계정으로 하루 20건 이상의 댓글을 작성할 수 없으므로 조직적 활동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민우 교수 연구팀은 "단순 IP 또는 계정 추적이 아닌 작성글의 성격과 빈도, 연계 방식 등을 빅데이터로 종합 분석해야 (댓글 여론조작 여부) 판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연구한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부교수도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만 봐도 어떤 계정이 갑자기 SNS에서 중국, 러시아 혹은 다른 국가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반복해 게재하고 공유할 경우 ‘의심 계정’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네이버 방식으로는 댓글 부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도 "네이버가 계정들 모두 한국인 것이라고는 했지만 중국 댓글부대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네이버 측이 댓글 부대의 실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넘어간 우리 국민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이 악용했을 경우 네이버가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데다 네이버 서버 일부가 중국에서 운영 중이라는 점도 주 교수는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가 화웨이 장비 수천 대를 구매했다는 사실도 2018년 4월 언론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