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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젊은인들에게 미치는 K-POP열풍
임 엘비라 (사할린국립대)
사할린주는 러시아 연방의 극동에 자리잡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대륙, 동해와 태평양 사이에 있다. 59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러시아 연방의 유일한 사할린주 면적은 87,100 평방 킬로미터이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라 사할린주의 총인구는 510800명이다. 사할린 다민족 인구 (약100여개)중에 84%는 러시아인이고 5.4%(3만 여명)는 사할린한인, 4%는 우크라이나인이다.
현재 사할린한인들은 1세가 돌아가시거나 한국에 영주귀국을 했고 2세는 대부분 한국에 나가려고 «사할린한인 지원특별법»을 제정하는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젊은 3,4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할린한인 1, 2세와 같이 한국에 나가려고 할까?
2010년 11월에 사할린한인 3세의 민족 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한국어와 민족의식의 정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가 다음과 같다. «한국에 이민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고 싶다» 9%, «그런 마음이 없다» 38%,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48%로 응답했다.
한국에 이민가기 싫은 이유는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어가 국어이고, 러시아가 모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한국으로 이민 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이 최근에 더 날카로워진 러시아 민족관계 때문이다. 최근에 인종 차별과 민족간의 문제가 아주 심각해졌다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소련시대가 붕괴된 이후 많이 혼란스러워졌다. 구소련인 국가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러시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008년 러시아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러시아 인구 중 이민자는 5%를 차지한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구소련 국가에서 1천2백만명이 이민 왔다. 카자흐스탄(29.3%), 우크라이나(17,4 %), 우즈베키스탄(17,2%), 키르기스탄(8,8%) 등의 순이다.
사할린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부터 석유천연가스개발 프로젝트가 실시되면서 민족구성이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구소련인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이주 노동자들이 많아졌고, 이들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기도 한다. 사할린외국인출입관리소에 따르면 2010년에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 약 28,000명이 거주등록 됐고, 약 4천명이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러시아 사회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언어 습득의 문제와 문화 차이, 그리고 러시아 사회의 편견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소련시대부터 모든 민족을 소베에트민족으로 동화시키는 국제주의교육 (International education)을 실시했다. 즉, 소련에 거주하는 모든 소수민족을 단일 언어(러시아어), 문화, 풍습 등을 가진 단일 소베에트민족으로 추정하고 교육정책을 세웠다. 그래서 사할린한인 3세는 자기가 한인이라는 의식이 거의 없었다. «한인임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자랑스럽다» - 48%,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40%가 응답했다. 어떤 젊은인들은 어렸을 때 자기가 한인이고 부모들이 한인이란 것을 부끄러워했고 한국 성과 이름을 가진 것, 검은 머리카락을 아주 싫어했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사할린한인 3세의 민족의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민족의식이 부족한 원인은 모르는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할린한인 1세는 어렵고 힘든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자녀들한테 조국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간에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하에서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로 사할린한인 3세가 한국어, 한국역사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자랑스럽게, 자신 있게 자기 민족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사와 뿌리를 알고 자신의 문화의 본질을 이해해야 힘이 생기는 것이다.
1990년 9월 30일에 소련과 한국이 국교 수립된 덕분에 한-러 간에 정치적, 경제적, 인적 교류가 발전되기 시작했다. 사할린한인들은 민족의식 회복과 한민족 전통, 문화, 언어 유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사할린교육기관을 비롯하여 사할린한인사회단체들이 주최하는 한국문화와 관련된 행사가 많아졌다. 하지만 늘 서운하고 아쉬웠던 점은 사할린한인 젊은이들의 부족한 열정이었다.
2012년 10월 18일부터 23일까지 <제1회 사할린 한국문화축제 - “한류열풍” 페스티발>이 개최됐다. 전통민요, 가요, 오페라, 한국 현대화가 전시회, K-POP 뮤직페스티발, K-FOOD한식축제, 전통무술 태권도 시범공연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K-POP 뮤직페스티발이 사할린국립대학에서 열렸다. 예상보다 사할린 젊은이들의 관심이 아주 높았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K-POP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게 됐다.
K-POP이 사할린뿐만 아니라 전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K-POP 팬이 5만 여명이 된다. 러시아 팬들을 대상으로 K-POP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K-POP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가수의 미모, 옷차림, 동작이 멋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눈화장을 하는 방법도 약간 달라졌다. 아시아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흉내 내고 있다. 그리고 K-POP가수를 닮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팬들이 적지 않다.
현재 K-POP에 대한 러시아 인터넷 사이트가 다양하고 각 그룹에 대한 블로그도 많다. 예를 들어서 제일 인기 있는 사이트는 yesasia.ru, koreanspace.ru, primamedia.ru, infokorea.ru 등이다. 각 그룹에 대한 정보는 vkontakte.ru(페이스북과 같은 러시아 사이트)에 모여 있다. 2012년 9월에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어로 인쇄된 K-POP에 대한 K-Plus란 잡지가 출판됐다. 2012년 가을에 한국에서 “Visit Korea Year 2012 K-POP Cover Dance Festival”이 개최됐다. On-line경쟁을 통하여 여러 나라의 1577개 팀이 참여했는데 그 중에 300개 이상은 러시아 팀이었다. 그 만큼 러시아에서도 K-POP 열풍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사할린국립대학에서 개최된 K-POP 뮤직페스티발이 예선을 걸쳐야 할 정도로 참가팀이 많았다. 신청된 팀은 30개였고 총 70여명이었다. 유즈노사할린스크시뿐만 아니라 꼬르사꼬브시, 뽀로나이스크시, 아니바시에서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나이는 약 13~22세였다. 사할린한인 3,4세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의 학생들도 아주 열정적이었다. 댄스와 노래를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K-POP에 대한 퀴즈 문제도 잘 풀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싸이 “강남 스타일” 춤도 다 같이 추었다. 약 500명을 모일 수 있는 공연홀이 만원이었다.
학생들이 K-POP 페스티발의 포스터를 보고 대학을 찾아와서 많이 고마워했다. 벌써 2,3년이나 K-POP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사할린에서 K-POP 친구를 찾는 기회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또는 사할린은 전문으로 K-POP춤을 배우는 곳이 없고 학생들이 대부분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따라하니까 한번 K-POP무대에 서서 경쟁해 보고 싶었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자기 실력을 노래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번 K-POP페스티발을 준비한 필자는 예상치도 못한 큰 보람을 느꼈다. K-POP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보잘 것 없는 트랜드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을 말해보겠다.
K-POP트랜드가 다민족을 합치는 힘을 갖고 있다. 그전에 온 세상이 영어 노래만 인정한 젊은이들이 아시아 언어 즉 한국어로 노래를 들으며 즐긴다는 것을 아마 아무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또는 이제까지 늘 생각하던 유럽 미모가 아름답다는 의식도 무너진 것 같다. 유럽인 미모뿐 만 아니라 아시아인들도 아름답고 검은 머리카락, 아시아눈도 예쁘다는 것을 인정한다.
K-POP트랜드가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 가치, 태도를 갖는 힘을 키운다. 자신과 다른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과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읽어 내고 다른 문화에 속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감정과 사고,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K-POP 트랜드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마음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의식주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나라의 언어를 알게 되면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K-POP 팬들이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에 나갈 수 있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K-POP 트랜드가 사할린한인 3,4세 정체성에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사할린한인 중 K-POP 팬들이 아직 젊으니까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몇 년 전만해도 사할린한인이 아닌 다른 민족이 한국노래를 듣고 즐기며 사할린한인이 K-POP그룹과 닮았다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반대로 사할린한인 젊은이들은 K-POP 아이돌과 닮았다는 것을 자랑으로 느끼며 그의 언어를 알고 같은 민족이란 것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K-POP 열풍은 모든 젊은이들한테 자신감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기의 민족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큰 변화이다. 외국에 살면서 민족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더욱 더 그렇다. 자기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민족문화를 즐기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K-POP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최근에 사할린 한인 3,4세들이 한국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갖게 되고 한국어를 배우는 재미를 더욱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한국어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꼭 알아야 한다” – 44%, “알았으면 좋겠다” – 46%가 응답했다. “자녀들이 한국어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꼭 알아야 한다” - 53%, “알았으면 좋겠다” – 33%가 응답했다.
2012년 사할린국립대 한국어과 신입생들이 처음으로 일본어과 보다 많았다. 또는 경제학과나 일본어과에서 공부하다가 한국어과로 옮기는 학생도 있다. 그 외에 사할린한국교육원을 통하여 여러 지원 프로그램으로 한국 대학으로 공부하러 가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앞으로 사할린에서 초중등학교를 비롯하여 대학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K-POP 열풍' 이라면 이 또한 반길 만한 일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사할린의 K-POP열풍'을 확인한 우리들은 2012년을 마감하는 송년행사로 '사할린 K-POP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한다. 그리고 사할린K-POP팬들의 교류 마당 블러그 http://vk.com/skwave를 개설했다.
성점모. (2008, July 29-August 3). 사할리한인의 역사. 제2차 사할린한인 역사회복을 위한 국제워크숍 in Sakhalin, 사할린국립대학. pp. 42-48.
임 엘비라. (2006, December 2-3). 사할린국립대학 및 민족교육. 제5회 동북아코리안네트워크국제회의. 대한한의사협회. pp. 28-33.
임 엘비라. (2007, August 16-23). 사할린국립종합대학 경제 및 동양학부 한국어과. 재외동포 교육자 초청연수. 국제교육진흥원. pp. 233-237.
Bok Zi Kou. (1993). Korean on Sakhalin. Yuzhno-Sakhalinsk.
Dzhurinskiy, A. (2008). Concepts and Reality Of Multicultural Education: Comparative Study. Moscow: Academia.
Kostanov, F.I., & Podlubnaya, I.F. (1994). Korean School on Sakhalin: historical division. Yuzhno-Sakhalinsk.
Vulfson, B. (2008). Moral and Citizenship Education in Russia and in the West. Moscow: Psycology Social Institute.
[필자 소개]
임 엘비라.
사할린국립대 한국어과 학과장
사할린한인 3세
사할린국립대 한국어과 제1회 졸업생
첫댓글 이 민족의 국권은 고사하고 이 민족의 혼마져 빼앗아 갔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강제로
국가를 빼앗긴 채로 또다시 그들에게 강제로 징용및 징병을 끌려가서 죽을 고생을 해야 했던
태평양 전쟁의 희생자들의 명예는 고사하고 그들의 고생의 댓가로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아다가
국가의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미명아래 다 쓰고서도 그 영혼들을 달래주기는 커녕
그 후손들은 그야말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야 했으니 이렇게 원통한 일이 또 어디에 있습니까?
http://blog.daum.net/hblee9362/454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