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불가리아 벤투어 후기
루마니아의 첫인상 – 동유럽의 숨겨진 보석
루마니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고풍스러운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소박한 미소였습니다. 부쿠레슈티의 오래된 건물과 카페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아련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브라쇼브와 브란성에서는 중세의 이야기가 아직도 이어지는 듯했고, 드라큘라 전설이 깃든 성을 바라보며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작은 소도시의 골목길은 조용했고, 벤으로 이동하다 창밖으로 펼쳐진 카르파티아 산맥 풍경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루마니아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 있는 매력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불가리아의 따뜻한 인심
불가리아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성당의 둥근 돔 지붕, 돌길이 이어지는 마을, 그리고 길가에 늘어선 장터의 활기까지.
특히 플로브디프의 구시가지는 너무나 아늑했습니다. 색색의 전통 가옥들이 이어져 있고, 그 골목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의미가 충분했습니다.
소피아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성당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고,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이 나라 사람들의 신앙과 삶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벤투어의 편안함
버스 대신 벤으로 움직인 일정은 중년 여행자들에게 딱 알맞았습니다. 긴 대중교통 대기 없이 바로 원하는 도시로 이동할 수 있었고, 하루 2~3시간 남짓의 이동은 오히려 창밖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연결해 주던 벤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창문 너머 펼쳐진 포도밭과 산맥을 감상했습니다. 마치 가족 여행처럼 따뜻하고 친근했습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유럽의 다른 유명 여행지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화려한 관광객의 물결 대신, 소박한 사람들의 미소와 오래된 골목길의 정취가 기억에 남습니다.
70대가 되어 떠나는 여행이라서일까요? 젊은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풍경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벤투어는 단순히 나라를 본 것이 아니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제 마음은 ‘다시 가고 싶다’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첫댓글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떠나고 싶다.
익숙한 모든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골목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나고 싶다.
지도 없이 흘러가도 좋은 하루가 있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돌아오는 길엔 가볍고 조용한 마음 하나.
여행은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