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또는 제3의 후보로 대선 유세를 벌이던 로버트 F 케네디 Jr가 23일(현지시간) 대선 레이스를 멈춰 세운다고 선언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공화당 지지자, 민주당 지지자 어느 쪽에서 나온 것인지를 처음부터 물었고 지금도 묻고 앞으로도 물을 것이라고 영국 BBC가 다음날 지적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그의 지지율은 지금 작고 보잘 것 없는 수준이 됐다. RealClearPolitics이란 웹사이트가 각종 여론조사 평균을 구했더니 그의 지지율은 5%에 그쳤다. 그런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선거에서는 케네디에게 한 표를 던진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나 카멀라 해리스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케네디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빠진 것은 민주당의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데 따른 흥분이 일으킨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3의 정당 캠페인 역사를 전공했고 보수 싱크탱크 Institute for Policy Innovation에서 일하는 메릴 매튜스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대결했을 때 사람들은 제3의 옵션을 갈망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가 그림에 등장하고 민주당 지명을 받자 바뀌었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질 스타인, 좌파 운동가 코넬 웨스트를 비롯한 무소속과 3당 후보들을 반영한 지지율 조사는 케네디의 지지율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넌지시 알려준다. 몇몇 사례들을 볼 때 그의 존재는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민주당에게는 그렇지 않았는데 거의 모든 조사에서 그 격차는 미미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케네디가 확보했던 진보로 기울어진 상당한 덩어리가 이미 해리스의 부상 때문에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을지 모른다고 믿는다. 매튜스는 RFK Jr의 유세 중단 선언이 트럼프에게 “약간의 반등”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난 얼마 만큼이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케네디는 지지율을 상당 폭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격전지 주들에서는 몇 표만으로도 그 순간 아주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선거 결과를 뒤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케네디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트럼프의 캠페인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려고 애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주당 가문 출신인 그는 전날 연설의 대부분을 민주당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유세 대부분을 민주당의 성취를 들이밪는 데 썼다. 올해 봄 스윙 스테이트의 대표 격인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대선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을 때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어릿광대라고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에게 한 표를 던지라고 얘기하겠다는 그의 결정은 케네디를 비판했던 이들의 마음 속 의심을 더욱 굳힐 것이다. 'Third Parties, Outsiders, and Renegades: Modern Challenges to the Two-Party System in Presidential Elections'를 집필한 멜리사 스미스는
"내 생각에 그를 지지하는 몇몇은 트럼프에 표를 던질 것이며, 어느 쪽 후보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은 어느 쪽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돈 문제로 힘겨워하던 케네디 캠프가 그대로 레이스에 남아 있거나 막판에 사퇴했다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선거 날이 두 달여 남은 상태라 스미스는 케네디가 뛰는 것이 “역사에 삑(blip, 레이더 화면에 반짝 나타나는 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선거 경쟁에서는 재빨리 오랜 소식이 돼 많은 놀라움이 날아가버릴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트럼프가 케네디 지지 표가 남긴 것들을 더 많이 쥘 좋은 위치인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 전문가 토비 파브리지오는 메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캠페인에 좋은 소식이다. 단순명쾌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케네디의 지지는 트럼프에게 약간의 리스크(위험)도 안긴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기이하다(weird)"고 규정하며 공격했는데 미국 정치의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케네디는 백신을 접종하면 큰일 난다는 둥 쓸데없이 자신을 공격할 불씨를 제공해 왔다.
이번 DNC 회의장 밖에서 한 신문은 “케네디는 기이하다”는 큼지막한 제목을 달고 판매됐다. 돼지새끼 사체를 뉴욕 센트럴파크에 파묻었다거나 뇌 속의 기생충 때문에 기억이 상실됐다는 등 음모론에 가까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런데도 해리스 캠프는 직접 RFK Jr 이름을 성명에 박지는 않고 이날 소식을 알렸다. 해리스 캠프의 젠 오말레이 딜론 본부장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느라 도널드 트럼프에 지친 미국인 누구에게나 우리 캠페인은 당신을 위한 캠페인”이라고 확장형 메시지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