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레오폴트 미술관에서 들여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다
1900 년대 어느 화파에서든 자유롭고 싶은 구스타프 클림트를 비롯한 화가들이
분리파를 창립하여 활동하던 시대의 작가들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클림트와 에곤실레 외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화가들이 있어 반갑다
그 세기말에 이런 꿈을 꾸는 작가들이 있었다니....
입구 쪽엔 비엔나 분리파의 전시포스터가 걸려있는데
한번 더 쳐다보게 하는 끌림이 있어 많은 시민들을 전시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렇게 멋진 포스터라니
눈길 한 번 더 가지 않았을까
이번에 알게 된 코코 슈카, 카를 몰, 게르스텔 등의 화가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을 모방해서 지었다는 쇤부른 궁전
내가 저 사각의 나무들 사이를 거닐 던 기억에 친근하게 느껴졌던 그림
임파스토기법이 강하게 드러나는 그림이다
그래 마로니에 꽃이 나무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야 하면서 반가워했다
내가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놀랐던 점은
일상을 예술로 바꾼 디자인 공방의 작품들이다
요제프 호프만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생필품도 예술가에게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다"
얼마나 앞서가는 생각인가
실제 이들의 작품전시장은 마치 내가 그들의 공방 안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으론 느낌이 다 전달되진 않는데
요 오묘한 와인잔은
지금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 예쁘다
이젠 에곤 실레 이야기로 넘어가야겠다
에곤실레의 인물화는 위 사진의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누구를 그려도 이건 에곤실레 작품인걸 하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할 때 미술관인 듯한 건물에 에곤 실레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는 걸 보았다
에곤 실레?
사실 그 때(2013년)는 에곤 실레라는 화가를 전혀 모를 때였다
만약 이 화가를 알았다면 자유시간이 적어 미술관 관람은 하지 못했겠지만
미술관 입구라도 서성이며 포스터라도 구경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겠지
이 자화상 그림
위 사진 속의 에곤 실레가 틀림없죠?
누가 봐도
어, 에곤 실레다~~
사실 이번 전시회의 주축이라 할 클림트 작품은
한국에서 열린 그의 작품전에서 혹은 벨베데레궁 미술관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큰 목마름은 없었다
나, 그의 대표작 <키스>도 비엔나 벨베데레에서 직접 본 사람이야 하는 자부심도 있을 만큼.
그래서 클림트보다 에곤 실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에곤실레의 작품은 그다지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기엔 좀 어렵다
다소 기이한 포즈와 그로테스크한 얼굴표현, 혹은 19금의 느낌이 나는 적나라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곤 실레의 이 데생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작품이 에곤 실레 작품이라고?"
이 작품은 비엔나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그린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정교한 데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후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 수 있었겠지
에곤 실레는 너무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교수법에 환멸을 느껴 아카데미를 그만뒀다고 한다
그러니 분리파가 결성되었을 때 얼마나 열광적으로 환영했을지 알 수 있다
아카데미 시절의 에곤 실레 사인이 멋져 찍어봤다
이렇게 강렬하게 표현한 자화상도 반가웠다
깊이 사색하는 느낌의 눈빛과 꼭 다문 입술에 비해
머리카락은 얼마나 리드미컬하고 생동감이 넘치는지
실레의 귀한 자화상을 만났다
에곤 실레의 엄마와의 관계를 볼 수 있는 작품 <어머니와 아이>
이 작품에서 보여지듯 어머니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에곤 실레가 돈을 버는 일을 했으면 했는데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니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그다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대신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엄마가 정을 듬뿍 주면서 양육하기도 어려웠을 테니
이 그림이 모자의 관계를 잘 말해주는 듯 보인다
아이를 안은 그악스런 손길과 사랑을 담지 않은 우울한 표정, 아이의 놀란 듯한 눈빛
그리고 거부하는 아이의 손이 둘의 관계를 다 말해주고 있다
사실 나는 이번에 에곤 실레의 풍경화를 발견하고 놀라웠는데
그동안 책을 통해 인물화를 많이 접했는데 에곤 실레 자신만의 화풍으로 완성한 풍경화가 참 좋았다
특히 시리즈로 그린 블타바강 가의 크루 마우(작은 마을) 그림들을 보면서
블타바강이라면 체코에서 부르는 몰다우 강 이름 아닌가?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풍경이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다
어! 느낌 있어하면서 크루마우를 검색하니 체스키크롬로프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어머나!
난 이 작품에서 왜 갑자기 체스키크룸로프를 떠 올렸는지 모르겠다
여행 중 만난 그곳이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이곳은
에곤 실레의 어머니 고향이라서 이곳을 자주 왔고 이곳에서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요절한 에곤 실레가 어머니의 사랑은 못 받았어도
어머니의 고향에서만은 영감을 얻으며 작품에 몰두했다는 생각에 참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에곤 실레와 구스타브 클림트의 수많은 드로잉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방
이 포스터는 누가 봐도 에곤 실레의 작품이다
분리파 화가들의 모임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맨 위의 가운데에 앉은 사람이 에곤 실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탁자 맨 아랫부분의 의자엔 사람이 없고 책만 놓여있다
이 자리는 이 분리파를 이끌고 에곤 실레에 많은 영감을 준 구스타브 클림트의 자리라고 한다
먼저 세상을 뜬 클림트의 자리
이 작품의 모델은 패션감각이 남다르게 보인다
실제 이 여인은 클림트와 예술적 동반자로 클림트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
에밀리 플뢰게다
이 수풀 속 여인이란 작품은 클림트가 파리의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을 때의 작품이다
금빛 반짝이는 클림트의 그림만 떠올리다가
이런 인물화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귀하게 여겨진다
특히 이 <큰 포플러 나무(다가오는 폭풍)> 란 작품에 눈길이 갔는데
내가 벨베데레궁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한 인물화의 반짝이는 금빛에 한번 놀라고
그의 풍경화에 두 번 놀랐던 경험이 있어 클림트의 풍경화라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좋다
아터제호수를 배경으로 한 풍경화와 캄머성 주변을 그린 풍경들
과장되게 그린 포플러 나무를 자세히 보면
인상파 화가들의 점묘법이 클림트 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이번 전시회 굿즈도 이 포플러나무 마그넷으로 픽했다
전통의 틀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운 예술을 꿈꾸었던 1900 년대 비엔나의 젊은 예술인들.
이들이 이끌었던 분리파 작가들은
분명히 한 시대 예술의 변화를 주도한 자유인이자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회화만이 아니라 공예, 건축 등에서 빛을 발해 오늘날 아름다운 비엔나를 만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