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먼 옛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나라의 왕자가 미쳐 버렸다. 왕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 왕자는 왕국을 이어받을 유일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마법사들과 기적을 행하는 자들과 궁중 의사들이 소집되었다.
그들이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허사로 돌아갔다.
아무도 젊은 왕자를 도울 수가 없었다. 왕자는 여전히 미쳐 있었다.
미쳐 버리던 날, 왕자는 돌연 옷을 벗어던지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가 그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수탉이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마침내 왕은 왕자의 정신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슬픈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왕자는 끝까지 미친 채로 살아가야만 했다. 모든 의술의 명인들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희망의 빛이 비쳐 왔다.
한 사람의 현자, 신비가가 왕궁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게 왕자를 치료할 기회를 달라."
왕은 의심했다. 그 자 스스로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왕자보다도 더 온전한 정신이 아닌 듯했다. 하지만 그 신비가는 말했다.
"오직 나만이 왕자를 고칠 수 있다. 미친 자를 치료하려면 더 미친 자가 필요하다.
그대의 잘난 척하는 사람들, 기적을 행하는 마법사들, 그대가 아는 의술의 명인들은 모두 실패했다.
왜인가? 그들은 미친 자에 대해서는 ABC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친 자의 길을 한 번도 여행해 보지 않은 자들이다."
그 말이 꽤 논리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왕은 생각했다. 해롭지 않은 일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그리하여 그 신비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왕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비가는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탁자 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수탉처럼 홰를 치며 마구 울어 제쳤다.
탁자 밑에 있던 왕자는 깜짝 놀랐다. 왕자는 이해할 수가 없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지금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나 아는가?"
늙은 신비가가 대답했다.
"난 수탉이다. 난 그대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수탉이다. 그대는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는 초보자에 지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제 막 이 분야에 입문한 자에 불과하다."
그러자 왕자가 말했다
"오, 당신 또한 한 마리 수탉이라면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신은 꼭 인간처럼 보인다."
신비가가 말했다.
"나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 나의 정신, 나의 영혼을 진정 자세히 들여다보라. 나 또한 그대처럼 한 마리 수탉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되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을 약속하고,
이 세상 전체가 자신들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결론내렸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다. 어느 날 돌연 늙은 신비가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윗옷을 입었다. 왕자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짓을 하는가? 수탉이 인간의 옷을 입으려 하다니, 제정신으로 하는 짓인가?"
신비가가 대답했다.
"아니다. 난 다만 저 바보들, 저 인간들을 속이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기억하라.
설령 내가 인간의 옷을 입다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수탉의 본성은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고.
아무도 그럴 바꿀 수 없다. 인간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대는 내가 인간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왕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더 흐른 뒤 늙은 신비가는 왕자를 설득해 옷을 입게 했다.
겨울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고, 날이 몹시 추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신비가는 궁중으로부터 음식을 배달시켰다. 왕자는 매우 경계하면서 말했다.
"비열하게시리,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저자들처럼 먹으려 하는 것인가?
저 인간들처럼? 우린 수탉이고,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수탉처럼 먹어야 한다."
신비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대 자신이 수탉의 본성을 버리지 않는 한 아무런 변함이 없다.
그대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고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 한 사람의 인간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대 수탉의 본성은 여전히 진실되게 남아 있다."
그렇게 해서 늙은 신비가는 서서히 왕자을 설득해 인간 세계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마침내 왕자는 온전하게 정상을 되찾았다.
그대와 나의 경우도 이와 같다. 그리고 기억하라. 그대는 이제 막 입문한 자, 단지 초보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는 자신이 한 마리 수탉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지금 다만 ABC를 배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경험 많은 자이며, 그대를 도울 수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실패했다.
그래서 그대는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대는 수많은 문들을 두드렸다.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 수없이 찾아 헤맸다. 그러나 도움이 되어 준 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나는 그대를 도울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낯선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대와 같은 길을 여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같은 미치광이, 같은 정신 착란의 길을 나는 걸어왔다. 똑같은 슬픔과 번뇌의 날들을, 똑같은 악몽과 가위 눌림의 날들을 지나왔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단지 그대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그대를 유혹해 그 정신 착란으로부터 빠져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이 한 마리 수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자신이 하나의 인간 육체라고 생각하는 것도 똑같이 미친 짓, 더 심하게 미친 믿음이다.
자신을 한 마리 수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 착란이다.
하지만 자신을 하나의 인간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정신 착란이다.
그대의 진정한 존재는 그 어떤 형태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형태가 수탉이든 인간이든 상관없다. 그대는 '형태 없음'에 속해 있다. 전체와 완전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그대가 자신을 어떤 형태로 생가하든 그것은 정신 착란이다.
그대는 무형의 존재이며, 어떤 육체에도 속해 있지 않다. 어떤 계급, 종교, 어떤 교리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떤 이름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다.
형태가 사라진 상태, 이름이 사라진 상태로 되지 않는다면 그대는 결코 온전한 정신이 아니다.
삶의 길 흰구름의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