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 연습 (호너 에코폰 다이아토닉 C key)
늙으면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늙음은 고요한 시기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하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외로움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 아닐까?
지갑을 여는 것 외에 어디를 가나
늙음은 환영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늙어 지갑이 두둑한 이가, 어디서나
거리낌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지갑이 항상 뚱뚱해도 지독한
결핍의 시대를 살아와 아끼는 게
몸에 배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돈이 한 번 들어오면 자물쇠를
채울 줄만 알고 열 줄을 모르면
환영은 커녕 소외당하기 쉽상이다.
나는 지갑을 열 줄 모르는 면에서는
스쿠루지만큼, 어쩌면 더한 구두쇠다.
베푸는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일년, 삼백육십오일 중에 삼백예순 날은
내 지갑은 훌쭉하다 못해 영양실조 상태다.
남 보기가 뭐해서 주로 천원 짜리로 채워
넣고 다닌다. 슬픈 허세다.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않은)지가
십오년 째로 접어들었으니 어찌 지갑이
살이 오르고 윤기 자르르할 수가 있겠는가?
일을 못하게(안하게) 된 것은 십년 넘게 건강에
발목잡혀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부터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고 그 보다는
지나치게 섬세(예민하다고 해야겠지만)한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데다 해소하는 능력도
너무 부족해서 자꾸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피해왔다.
부지런하지 못한 것도 지갑을 얇게 만든
원인일 것이다.
늙어가면서 삶에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주팔자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고, 단 한번도 점집을 찾아 점바치에게
길흉화복을 물어본 적이 없다.
어찌보면 현실주의자인 것 같지만
나는 늘 이상주의자(환상주의자라는 표현이
맞겠지만)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런 성향에 지독히도 불만스러웠지만
타고난 성향인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부턴지 용띠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고,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그러면 그대로 살아야
하지 않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열두 띠 상징 동물 중에 유일하게 용은
땅이 아닌 하늘이 본거지인 동물,
아니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렇기에 나의 이런 비현실적인
성향은 용띠로 태어난 태생적인 문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주의, 낭만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재 利 財에
밝지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면서 은행 돈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스런 짓이다.
옛 직장에서 후배 직원 중에 자기는 시골
형님 명의로 농협으로부터 일반 금리의
절반 수준의 농가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하고
있는데 증권회사 출신이면서 왜 그러지
않느냐며 으아하게 생각한 직원이 있었다.
단 한번도 대출을 받아 이용해본 적이 없는
나는 자본주의에서 무능력한 것은 틀림없다.
나의 이런 성향은 아마도 빚지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신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은 것일게다.
아버지의 근면검소하신 성향을 물려받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가끔 안타까워한다.
자식은 무모를 닮는다는 데 내 사랑하는
아이들도 나의 좋지않은
성향과 생활방식을 물려받고 닮지 않았을까
염려가 될 때도 있지만 그저 그들의 성향과
능력에 맞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할 뿐이다.
일백만원 복권에 당첨되면
통장에 넣어놓고 들여다 보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고, 멋진 옷을 사입고 흐뭇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해외
여행을 가면서 즐거워 하는 사람도 있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여정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잃어야 한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선택은 각양각색이다.
행복을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누구는 이런 결정을 하고, 또 누구는
저런 결정을 한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편리하고 화려한 도시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소박하고 단순한
자연의 삶을 사람도 있다.
결국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행복하기 위한 것이고 그것은 바로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록펠러에게 "충분한 것은
어떤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 그는
'하나 더 있는 상태(one more!)'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언제나 충분한 상태,
만족스런 상태는 없고 늘 뭔가 부족하다.
특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국 그 모든 선택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늙으면 삶이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외로움을
견디는데 무척이나 힘들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쇠락해져가는 늙은 시기의
삶은 아무리 용을 써도 이를
피할 재간이 없다.
외로움을 뛰어넘어 고독을 사랑하는
연습, 감사하는 연습만이 늙은
삶을 그래도 덜 빠시락하게 하지 않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늘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삶이라
누추하고 힘들지만
간접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삶 - 환희롭고, 슬프고, 상큼하고,
가슴 찢어지고,가슴 뭉클하고, 미소 짓고,
배꼽 잡고 웃고, 행복하고, 따스하고, 화나고,
분노하는 -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삶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책, 음치라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감히
엄두도 못낼 노래 부르기, 그리고 이 나이에도
한참 부족한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날마다
게을리 하지 않는 감사연습, 이런 것들이 있어,
몇몇 소박한 취미 덕분에 늙음의 힘든
삶을 가끔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첫댓글 즐감 합니다.
운암님
반갑습니다.
즐거우셨다니
저도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