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
신석초
바다에, 끝없는
물ㅅ결 위으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虛無)에 쏘는 화살 셈치고서.
돌알은 잠깐
물 연기를 일고,
금빛으로 빛나다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물결은,
그냥 가마득할 뿐…….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허무적, 시각적
◆ 표현 : '허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다 → 대자연이자 '허무'의 표상.
* 허무에 쏘는 화살 → 원관념은 '돌'이며,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결과도 없는 행위를 의미함.
바다라는 큰 존재에 대한 인간의 왜소함이 느껴지는 표현임.
* 돌알 → '유한한 존재'의 표상이다.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순간성을 상징함.
* 내 화살(돌)을 /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 바다의 거대함에 놀라움과 숙연함을 느낌.
* 돌팔매질
→ 바다를 향한 인간의 항거이다. 삶에 대한 의욕이나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절대 허무라는 우주적 질서에 대해 돌팔매질은 미약한 행동에 불과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돌을 던지는 것이 또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 제재 : 돌팔매질
◆ 주제 :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허무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허무에 대한 도전
◆ 2연 : 인간 존재의 나약성
◆ 3연 : 대자연의 거대함에 대한 경이
◆ 4연 : 인간적 허무감의 증폭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돌팔매'라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순간성과 허무함을 보여주는 시이다. '돌알은 잠깐 / 물 연기를 일고 / 금빛으로 빛나다 /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라고 노래한 제2연은 이런 주제를 형상화하여 보여 준 것이다. '돌'이 물 위에서 파문을 일으키다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모든 존재들은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대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바다'는 허무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대자연을 의미한다. 그리고 '돌팔매'는 대자연 앞에서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욕이나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다.
1연 : 시적 화자가 끝없는, 한없이 넓은 바다 앞에서 돌을 던지고 있다. '허무에 쏘는 화살'이라고 그 돌을 말하고 있다. 즉, 아무런 소용이 없음에도 돌팔매질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바다라는 큰 존재에 대한 한 인간의 왜소함이 느껴진다.
2연 : 내가 던진 돌알은 햇빛 때문에 금빛으로 빛나다가 잠깐 물보라를 일으키며 금세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바다를 향해 인간이 아무리 많은 돌을 던지더라도, 끝없이 도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바다는 꿈쩍하지도 않는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다.
3연 : 시적 화자가 아무리 돌팔매질을 하여도 전혀 요동하지 않는 바다 앞에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하는 물음에서 바다의 거대함을 느끼게 한다.
4연 : 잠잠한 바다 앞에 화자가 서서 바라보고 있다. 멀고 가마득한 바다를 보며 바다라는 큰 존재(대자연)에 도전하는 인간과 그 도전을 하찮게 여기는 바다가 보인다.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 더 읽을거리
이 시에 제시된 시적 사건은 너무나 단순하다. 바다에 돌팔매질을 하는 행위와, 바다 위에 잠시 물연기를 일으키고는 금빛으로 자취없이 사라져 가는 돌멩이, 그리고 그 말없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의 화자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 시 속에 담겨진 의미는 자못 심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는 바다를 통해서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탐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시에서 바다는 공간적으로 볼 때 무한의 세계 또는 시간적으로 영원한 그 무엇을 표상한다. 그 무한의 바다 앞에 하나의 점으로서 인간이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인간이 무한의 세계, 영원한 세계를 향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는 행위일까? 극히 짧은 순간 바다 위에 물연기를 일으키면서 금빛으로 반짝 빛나다가 사라져 가는 돌멩이 하나, 아마도 그것은 세계 위에 홀로 '내어던져진 자'로서 인간의 모습이 아닐른지. 그리고 까마득한 바다의 물결 위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돌멩이의 모습은 바로 얼마간 지상 위에 존재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마는 인간의 덧없는 자취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잠깐 물연기를 일고 / 금빛으로 빛나다 /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허무에 쏘는 화살'일 것이 분명하다.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 돌멩이가 사라져 가는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그러기에 '바다에 끝없는 / 물결 위으로 / 내 돌팔매질을 하다'란 행위는 결국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돌멩이나 화살같이 덧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 목숨의 살아 있음을 스스로 증거하고 허무와 맞서 이겨내보려는 안타까운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 위의 존재로서 인간의 숙명적 한계성과 허망함, 그리고 고절감에서 벗어나려는 애절한 몸부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하는 바다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두 번 다시 되풀이될 수 없는 일회적 인생, 그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극명한 인식의 순간에 불현 듯 엄습해 오는 아스라한 절망감과 공포감이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작가소개]
신석초 : 신응식시인
출생 : 1909. 6. 4. 충청남도 서천
사망 : 1975. 3. 8.
학력 : 호세이대학교 철학
수상 : 1967년 예술원상
경력 : 1965~1966 한국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1965 한국시인협회 회장
1961 서라벌예술대학교
1960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작품 : 도서 9건
본명은 신응식(申應植), 일명 유인(唯仁). 호는 석초(石艸) 혹은 석초(石初). 충청남도 서천 출신. 아버지는 신긍우(申肯雨)이다.
[생애 및 활동사항]
향리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한학을 공부하다가 상경하여 1925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신병으로 중퇴하였다. 이 무렵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다. 1931년 일본으로 건너가, 호세이대학[法政大學] 철학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사상의 영향을 받아 카프(KAPF :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맹원으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프랑스문학 특히 발레리에 크게 심취하였으며, 1935년에는 『신조선(新朝鮮)』 편집일을 맡아보았고, 1948년 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을 지내기도 하였다. 1954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1957년에는 논설위원 겸 문화부장에 취임하였다. 그 뒤 예술원회원(1960), 한국시인협회 회장(1965), 한국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1965∼1966) 등을 역임하였다.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의 문단 활동은 1931년신유인(申唯仁)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일보』에 「문학창작의 고정화(固定化)에 항(抗)하여」를 발표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이 논문은 볼셰비키화한 카프의 창작방법론의 강요에 항의하는 내용으로서, 카프의 창작방법론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발레리의 작품 「텍스트씨」를 읽은 감동 등으로 사상적 고민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박영희(朴英熙)의 전향선언과 함께 1933년 탈퇴원을 제출하고, 이듬해 카프의 해산과 함께 관계를 끓었다. 1935년 무렵부터 이육사(李陸史)와 알게 되어 막역한 지기(知己)가 되었고, 서정주(徐廷柱)·김광균(金光均)·윤곤강(尹崑崗) 등과 함께 1937년 ‘자오선(子午線)’ 동인으로 참가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호접(胡蝶)」·「무녀의 춤」을 『자오선』 1호에 발표하였고, 이어 1939년『시학(詩學)』지에 「파초(芭蕉)」(1호)·「가야금(伽倻琴)」(2호)·「묘(墓)」(4호) 등을 발표하였다. 『문장(文章)』과 『인문평론(人文評論)』이 폐간되자 침묵을 지킴으로써 친일 문학에 동조하기를 거부하였으며, 광복과 더불어 1946년 제1시집 『석초시집(石艸詩集)』을 간행하였다.
이어 1959년에는 제2시집 『바라춤』, 1970년 제3시집 『폭풍의 노래』, 1974년 제4집 『처용(處容)은 말한다』와 제5시집 『수유동운(水踰洞韻)』을 간행하였다. 그는 대체로 엄격한 구성과 고전적 심미성을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전개하여왔는데, 이러한 작품 세계는 발레리와 노장사상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다.
즉, 사고의 조직성을 추구한 발레리(Valery,P.A.)의 엄밀성과 명석성을 형태적인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 노장사상의 출세간적 달관(出世間的達觀)의 경지를 담아 보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과작에 속하는 그의 작품 가운데 45연 427행으로 된 장시 「바라춤」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시는 이승의 내적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서 동양정신과 서구시적 요소의 이중적인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상훈과 추모]
1969년 예술원상을 수상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신석초 [申石艸]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