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의 화원 – 오대산
1. (호령봉에서 바라본) 멀리는 황병산, 그 앞은 동대산
幽禽啄蠹響彭鏗 새가 벌레 쪼아 먹는 소리 똑똑 울리기에
夢裏疑聞叩戶聲 꿈결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는가 생각했지
睡起捲簾山雨歇 잠자리에서 일어나 발 걷으니 산에 비 걷혀
不知春草上階生 어느새 봄풀이 섬돌에 돋았는지도 몰랐구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2007
―― 석주 권필(石洲 權韠, 1569~1612), 「춘일만흥(春日漫興)」
▶ 산행일시 : 2025년 5월 17일(토), 맑음
▶ 산행인원 : 5명(악수,자연,다훤,메아리,하운)
▶ 산행코스 : 상원사주차장,수정암 갈림길,1,342m봉,1,404m봉,주릉 1,533m봉,호령봉,감자밭등,호령봉,
1,533m봉,가래터골,중대사자암(적멸보궁) 입구,상원사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9.7km
▶ 산행시간 : 7시간 36분(09 : 45 ~ 17 : 21)
▶ 갈 때 : 상봉역에서 KTX 열차 타고 진부(오대산)역에 가서, 군내버스 타고 상원사주차장으로 감
▶ 올 때 : 상원사주차장에서 군내버스 타고 진부에 가서, 저녁 먹고 걸어서 진부(오대산)역에 가서,
KTX 열차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22 – 상봉역
08 : 42 – 진부(오대산)역
09 : 45 – 상원사주차장 버스종점, 산행시작
10 : 02 – 서대 수정암 갈림길
10 : 35 – 능선, ┫자 서대 수정암 갈림길
10 : 52 – 1,342m봉
11 : 25 – 1,404m봉
11 : 29 – 안부
11 : 53 - 주릉 1,533m봉
12 : 00 – 호령봉 직전 안부, 점심( ~ 12 : 50)
13 : 03 – 호령봉(虎嶺峰, 1,565.5m)
13 : 55 – 감자밭등(1,430m) 직전 안부
14 : 56 – 호령봉
15 : 25 – 1,533m봉
15 : 40 - ┫자 갈림길 안부, 휴식( ~ 15 : 50)
16 : 50 – 가래터골, 적멸보궁(중대사자암) 입구
17 : 07 - 상원사
17 : 21 – 상원사주차장, 산행종료, 휴식( ~ 17 : 45)
18 : 20 – 진부터미널, 저녁( ~ 19 : 50)
20 : 24 – 진부(오대산)역
21 : 45 - 상봉역
2. 회리바람꽃
4. 족도리풀
5. 노루삼
6. 노루귀
8. 멀리 가운데는 발왕산
9. 연영초
10. 홀아비바람꽃
작년에는 KTX 열차가 진부역에 도착하면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들를 틈이 없이) 상원사 가는 군내버스를 타야
했는데 오늘은 버스가 13분이나 느긋하다. 택시와 원만히 타협하여 버스 운행시간이 약간 조정되었는가 했더니 옆
좌석의 연만한 여자 분이 지난달에도 이 버스를 탔는데 오늘처럼 이러지 않고 곧바로 출발하더라고 한다. 어쨌든
KTX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얼른 버스를 탄 것은 수확이 있었다. 금세 버스는 상원사까지 가는 승객으로 꽉 찬다.
많은 승객들은 서서 가야 한다. 버스는 상원사까지 50분이나 걸린다.
그 많던 승객들은 상원사주차장에 내려 뿔뿔이 흩어진다. 상원사, 수정암, 중대사자암, 적멸보궁 가는 대로가 한산
하다. 오대산 풀꽃은 이 대로 주변부터 눈길은 끈다. 피나물, 삿갓나물, 참꽃마리, 광대수염, 산괴불주머니, 족도리
풀 등이 반긴다. 이곳도 어제 종일 비가 내렸다. 계류가 잔뜩 불었다. 상원사 법문하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가로수 열주 전나무가 작년보다 더 크고 더 굵어진 것 같다. 사열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덩달아 씩씩하다.
서대 수정암 가는 산길로 든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 길은 올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 수정암을 오가는 신도들이
등산객을 만나면 국공에 바로 신고하고 그러면 국공이 출동한다고 한다. 비지정탐방구간이어서 일까? 탐방을 제한
하다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5월 15일까지인 산불방지 출입금지기간도 지났다. 이 길 또한 꽃길이다.
특히 회리바람꽃이 흔하다. 이른 봄에 왔더라면 노루귀가 장관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길섶은 노루귀 꽃이 지고
나서 돋아난 잎이 무성하다.
오늘따라 수정암을 오가는 신도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비구간이라 잰걸음 한다. 묵직한 박배낭을 멘 남자
등산객 한 분과 마주치고 수인사 나눈다. 산정에는 오늘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고 한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맑은 날
이다. 조망이 어떨지 발걸음이 조급해진다. 두 차례 사면 길게 돌아 오르다 가파른 긴 한 피치 바짝 오르면 능선에
다다르고, ┫자 갈림길 왼쪽은 수정암으로 가고 우리는 1,342m봉을 향해 직진 직등한다. 등로는 잘 났다.
1,342m봉을 넘으면 등로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능선에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얼레지 꽃들이 온몸 흔
들어 우리를 맞이한다. 내내 조망 트이지 않는 숲길이니 풀꽃들과 걸음걸음 눈 맞춤하며 간다. 1,404m봉은 돌길
등로 오르내리막이다. 안부에 내리고 다시 나지막한 봉을 넘은 안부께에서부터 여태 보이지 않던 홀아비바람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오대산 주릉인 1,533m봉까지 긴 오르막이다. 주로 홀아비바람꽃과 얼레지에 삼보일배하며
오른다.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는데도 힘 드는지 모르고 오른다.
15. 멀리 가운데는 가리왕산
16. 앞 왼쪽는 소계방산, 그 뒤는 석두산, 사남산, 형제봉
17. 피나물
18. 감자밭등 가기 전 안부
20. 홀아비바람꽃
한강지맥 주릉 1,533m봉이다. 오른쪽은 비로봉으로 가고 왼쪽은 호령봉으로 간다. 등로가 아주 사납다. 우거진
덩굴 숲을 뚫고 나아가려니 이내 팔심이 부친다. 그렇지만 등로 주변은 화원이고 등로는 발걸음 조심스러운 원로(園
路)이다. 양지꽃이 무리지어 합세한다. 호령봉 가기 전 야트막한 안부에서 가까운 왼쪽 사면이 우리의 베이스캠프
다. 화원이기도 하다. 자리 펴고 둘러 앉아 점심 먹는다. 곰취이며 당귀, 참나물은 주변에 널려 있다. 돼지고기 볶아
오고 데운 오리고기는 보온통에 담아왔다. 탁주 술맛이 착착 달라붙는다.
백운거사 이규보(白雲居士 李奎報, 1168~1241)의 춘일도 이러했음이 틀림없다. 그의 「춘일잡언(春日雜言 三
首)」 3수 중 제2수이다.
꽃은 나를 향해 붉은 마음 바치는 듯
버들은 누굴 맞기에 청안을 들였는가
좋은 경치 느꺼운 정 왜 이리 밀려오나
술 없이야 헛되이 보내는 것을 어찌 견디리
花專向我披心赤
柳欲迎誰擧眼靑
景物惱情何大逼
可堪無酒也虛經
ⓒ 한국고전번역원 | 이훈종 (역) | 1979
지난주 킬문 님이 두 차례 이곳을 들렀다고 했는데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홀아비바람꽃과 양지꽃,
얼레지, 진달래는 물론 곰취, 당귀, 참나물 등도 완전 모르쇠이다. 잡목 숲 헤쳐 호령봉에 오른다. 너른 헬기장인
호령봉 정상은 함부로 걷지 않도록 발걸음이 조심스러운 양지꽃 꽃밭이다. 눈 들어 바라보면 동대산 너머 황병산,
가리왕산, 발왕산, 계방산, 소계방산, 석두산, 사남산, 형제봉이 아련히 반갑다.
감자밭등을 향한다. 넙데데한 사면이다. 밀림이다. 잡목과 덩굴 숲이 우거졌다. 그들은 내 목 감아 조르다 배낭 붙들
기 일쑤다. 안면 블로킹하고 온몸 비틀며 뚫는다. 풋워크(Foot Work)하니 나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더디다. 박새 숲
이 나오면 등로는 다소 풀린다. 일행 저마다 등로 개척하여(?) 내린다.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연호하여 서로 떨어
진 거리 가늠하며 내린다. 감자밭등 가기 전 안부는 박새와 홀아비바람꽃, 곰취가 한데 어울린 너른 초원이다.
감자밭등을 오르기에는 시간이 늦었다. 하늘 가린 숲속의 연속이라 거기에 오른들 별다른 조망이 트일 것 같지 않다
는 핑계도 생각해냈다. 뒤돌아간다. 방금 내려온 길 찾지 못하고 새로이 등로 개척한다. 박새 숲 오르다 덩굴 숲에
막히면 옆 걸음질 잦으니 어쩔 수 없이 온 사면을 누빈다. 땀범벅에 후줄근해져 호령봉이다. 하늘금 뭇 산 다시 둘러
본다. 베이스캠프. 지킴이 자연 님이 그새 반갑다. 배낭이 더 무거워져졌다.
갈림길 1,533m봉에서 오른쪽 온 길로 내린다. 아까 오를 때 보지 못한 꽃들을 본다. 1,404m봉 직전 안부 ┫자 갈림
길에서 왼쪽 사면을 내린다. 가래터골이다. 인적이 뚜렷하다. 골에 다다라서는 너덜 닮은 돌길이다. 젖거나 이끼 낀
바위가 되게 미끄럽다. 쭉쭉 내린다. 그러다 숨차면 가던 걸음 멈추고 풀숲 헤쳐 계류 폭포 들여다본다. 시원하다.
이윽고 중대사자암 오르는 대로와 만나고 비로소 등로가 풀린다.
23. 앞 봉우리와 그 너머 능선은 계방산으로 가는 한강기맥
24. 멀리 가운데는 계방산, 그 오른쪽은 소계방산
25. 호령봉 정상에서
27. 얼레지
31. 가래터골
진부 가는 버스시간이 여유가 있다. 상원사에 들른다. 대찰이다. 본전은 문수암(文殊庵)이다. 문수암 주련이 인상적
이다. 탄허(呑虛, 1913~1983) 스님의 글씨다. 다른 절에도 걸린 선시다.
萬事不如退步休 세상만사는 물러가 쉬는 것만 못하니
百年浮幻夢中漚 백년인생 뜬 구름 같고 꿈속이며 물거품 같네
趙州不是爭胡餠 조주스님이 호떡을 아까워 한 것이 아니라
要使時人劣處救 사람들로 하여금 쉬운 곳에서 깨닫게 한 것이네
蒲團兀兀欲何爲 방석에 우뚝 앉아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更問深山老古錐 깊은 산속 선지식에게 다시 한 번 물어 보게나
空山雨雪無人境 텅 빈 산에 눈비 내려 사람 없는 곳에서
驀地相逢是自家 문득 만나고 보니 바로 자기 자신이네
摘何爲妄摘何眞 무엇을 거짓이라 하고 무엇을 참이라 할까
眞妄由來總不眞 참과 거짓 본래 모두 참이 아니네
霞飛葉落秋容潔 안개 걷히고 낙엽 져 가을모양 깨끗하니
依舊靑山對面眞 청산 그대로 눈앞 가득 참이네
祖印恒作七佛師 조사의 심인으로 칠불의 스승 되시더니
大智亦爲菩薩首 큰 지혜로 또한 보살 가운데 으뜸이네
刹刹現身示無身 온 세상에 몸을 나투되 몸 없는 몸을 보여
普令衆生超三有 중생으로 하여금 삼계를 벗어나게 하셨네
진부 가는 버스를 타려고 미리 줄선다. 거의 만차다. 월정사 앞 승강장에 많은 사람들이 내려 버스는 헐렁해진다.
버스는 쾌속으로 달려 금방 진부다. 우리는 단골식당에 들러 뒤풀이 겸해 저녁 먹는다. 삼합에 입이 더욱 즐겁다.
이에 취했음일까. 산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부역 출발 KTX 열차시간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음식점을 나왔다.
네온사인 휘황찬란한 다리만 건너면 바로 진부역인 줄 알았다. 단체로 최면에 걸렸다.
다리 건너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곳 경비원에게 진부역 가는 길을 물었다. 다리 건너지 말고 오른
쪽 길을 쭈욱 따라 가다 보면 진부역 가는 길이 나올 거란다. 진부역까지 2km나 되고 열차시간은 20분 정도 남았
다. 택시를 부르기에는 늦었다. 달음질한다. 서바이벌 게임이다. 다행히 일행 모두 살았다. 열차가 들어옴과 동시에
우리도 승강장에 도착한다. 이때 가쁜 숨은 상봉역에 도착할 때까지 다 가라앉지 않았다.
32. 천남성
33. 연영초
34. 가래터골
35. 참꽃마리
첫댓글 ㅎㅎ 저녁에 고생 하셨네요. 그날 오대산 다른 곳에 간 오지 팀은 거의 빈 손이었다고...?
하여튼 야생화 천국입니다.
이번주가 오대는 적기일 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시겠습니다.
내년에는 오대에 노루귀 보러 일찍 가려고 합니다.^^
오대산에서 마주칠 뻔도 했으려나요. 좋습니다. 근처에서 다른 산행 멋스럽습니다.
혹시 동피골 아니면 감자밭등을 오시려나 했지요.
호령봉 코스는 조망, 풀꽃 등이 아주 좋습니다.^^
아직도 얼레지를 볼 수 있다니 오대산의 봄은 많이 늦네요.
바람이 일어 얼레지를 사진 찍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오대산 봄은 이제 한창입니다.
산상의 화원을 만났습니다. 지난 주 곰배령보다 더욱 많은 꽃들이 반겨주었습니다..역시 발길이 무서운가봐요^&
곰배령도 오대산도 황홀한 꽃길이었습니다.
이제 내년을 기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