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바른 마음이 없다.
[없을 무(灬/8) 항상 항(心/6) 낳을 산(生/6) 없을 무(灬/8) 항상 항(心/6) 마음 심(心/0)]
큰 재산은 큰 속박이고, 재산이 적으면 근심도 적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동양에서도 富(부)를 배격하고 淸貧(청빈)을 최고 가치로 유유자적하게 사는 삶이 최고라는 선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최저생활로 살려고 해도 기본적인 衣食住(의식주)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럴 때 바로 떠오르는 말이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無恒産)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無恒心)는 성어다. 일정하게 생계를 유지할 바탕이 없으면 자칫 중심을 잃고 방종한 생활을 하거나 방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교의 亞聖(아성)인 孟子(맹자)가 바른 정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 강조했다.
이 이야기는 ‘맹자’의 梁惠王(양혜왕) 상편과 滕文公(등문공, 滕은 물솟을 등) 상편에 비슷하게 실려 있다. 齊(제)나라의 宣王(선왕)이 맹자에게 훌륭한 정치로 백성들에 어진 마음을 베풀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달라고 청한다.
仁(인)에 의한 德治(덕치)를 주장했던 맹자는 백성들이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내면 그것이 왕도라며 말한다. ‘일정한 생업이 없는데도 항상 바른 마음을 지닐 수 있는 사람은 선비만 가능합니다. 일반 백성은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無恒産而有恒心者 唯士爲能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무항산이유항심자 유사위능 약민즉무항산 인무항심).’ 양혜왕 상편의 끝부분에 나온다.
소국 등나라의 문공이 맹자를 정치고문으로 기용하며 바른 정치를 물었다. 맹자가 비슷한 취지로 답한다. ‘백성들이 사는 방도는 일정한 생업이 있으면 일정한 마음이 있고, 일정한 생활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이 없습니다(民之爲道也 有恒産者有恒心 無恒産者無恒心/ 민지위도야 유항산자유항심 무항산자무항심).’ 그러면서 진실로 일정한 마음이 없으면 방탕 편벽 사악 사치(放辟邪侈/ 방벽사치) 등 못하는 짓이 없다고 했다.
전제군주의 시대에서 백성을 하늘로 생각한 맹자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중심인 것은 당연하다.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먹고 입고 사는 기본적인 것을 향상시키는 것은 위정자들마다 약속하고 실천해 왔다. 그런데도 빈부의 격차는 점차 커지기만 하고, 이상적인 정책을 편다면서도 실업자는 늘어만 간다. 상대적으로 불만만 쌓이는 국민들이 많을 때 올바른 마음은 가질 수가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