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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바보] "나는 공주님 입니다." - 부제 : 흑기사,안녕.
" 공주님. 우리 예쁜 공주님. "
" 왜 ! "
" 응 ? 마미가 이렇게 부탁할게 ? 그러니까 우리 공주님. 한번만 ? 응 ? "
" 싫다고 했잖아. "
" 너, 정말 마미 속상하게 이럴꺼야 ?
이번엔 정말 대기업 아들이라고. 얼굴도 성격도 학벌도, 전부 떨어지지 않아.
엄마가 며칠전에 어떻하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어찌나 성격이 좋고 멋지던지, 응 ?
이름이 말이야 "
" 그만해. 듣기싫어. 나는 그렇게 선봐서 결혼하기 싫다고. 난 운명을 믿는다니까. "
" 정말, 마미 완전 속상했어. 공주님. "
내이름은 공주님.
아니, 그건 엄마가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부르는 애칭일뿐.
나는 사실 엄청 잘난집 외동딸이다.
엄마는 일찍 아빠를 떠나보내고 나를 홀로 외롭게 키웠지만,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지금 엄마는 최고급 호텔에 사장님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26살 밖에 되지않은 나에 짝을 찾아주겠다고 나에겐 가당치도 않은 대기업의 아들을 탐내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천하의 정진소, 나는 운명을 믿는다.
나에게도 분명 영화처럼 달콤하고 멋지고, 가슴시린 사랑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날, 엄마가 잠 든 틈을 이용해서 짐을 싸들고 집 밖으로 도주를 했다.
26살, 처음으로 반항으로 출가가 아니라, 가출을 선언했다.
[사랑하는바보] 나는 공주님 입니다. 그녀의 천방지축, 운명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START.
part 1 - 누가 내 운명인가 ?
하나, 둘, 셋. 짜잔.
" 안돼. "
" 야. 민서훈 !!!!!! "
" 안된다니까. 나 진짜 아줌마 알면 맞아 죽는다고 ㅠ_- "
" 이럴꺼야 ? 내가 가출해서 돈도 집도 절도 없는데 나를 버리겠다는 거야 ?
쉽잖아. 스키장에서 알바할테니까 돈은 바라지도 않아.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해. "
" 그냥 돌아가. 아줌마 위해서 선 좀 보면 어디가 덧나냐 ? "
" 됐다. 내가 진짜 너를 평생친구라고 생각하고 이 먼길, 강원도까지 기차를 타고 온 내가 미친년이다. "
여기는 스키장.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서 울상을 짖고 있는 이녀석은 나의 26년 친구, 태어날 때 부터
정진소의 평생 친구 라고 이마빡에 이름을 적어서 나온 녀석이다. 하하.
서훈이의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처럼 호텔사업을 하시다가 몇 해 전에 스키장 시작하셨다.
지금은 강원도에서 가장 유명하고 전망좋고 아름다운 스키장으로 소문이났다.
서훈이는 아버지 덕분에 경영수업을 받기위해 스키장에 내려와있기 때문에 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비싼 기차값을 포기하고 강원도로 한걸음으로 달려왔다.
" 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그런데 난 진짜 잘못없다 ? 아줌마가 나 죽이려고 하면 니가 다 막아줘야되, 알았찌 ? "
" 나의 평생 베스트뿌렌드. 민서훈. 니가 최고다, 최고. "
삐진 척 돌아서면 늘 녀석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이게 내가 민서훈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녀석에게 습관처럼 볼에 입을 마추고 녀석의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커피숍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한 듯, 바라봤지만 나는 상관없다. 왜냐고. 우린 친구니까.
" 아, 진짜. 이러지마. 나 이리뵈도 강원도 대운 스키장 이사장이라고, 응 ? "
" 히히. 서후나,후나. 나 스키장 구경 시켜줘. 나 스키도 타고싶고 "
" 내가 너 진짜 이럴 줄 알았어. 따라나와. "
넓고 아름다운 스키장,
1월이 넘어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스키장이었다.
신나게 스키를 타는 사람들,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 눈사람을 만드는 어린 아이들.
" 있다가 스키장비 다 빌려줄테니까 오늘은 스키타고 놀다가 나한테 와. 콘도 하나 빌려줄테니까 "
" 앗싸.진짜 서후니, 니가 짱. 짱. 역시 넌 내 평생 "
- 타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머리위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려왔다.
차가운 무언가가 내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나는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내 머리위로 떨어진 그 것은 엄청 큰 눈뭉치.
그리고 나에게 그 것을 던진 새끼, 아니 사람. 아니 몰라 인간이라고 해두겠다.
스키복을 빼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얼굴을 꽁꽁 감싸고 있는 한 젊은 남자였다.
동그란 눈만 보일 뿐 이었다.
" 당신, 뭐야!!!!!! "
" 공주님, 하하. 괜찮아 ? 아 웃겨 ㅠ_- "
" 야. 민서훈. 넌 지금 이상황에 장난이 나와 ? 여기 스키장, 뭐 관리가 이따위야 ? "
뒤뚱뒤뚱,
조금은 장비가 무거운 듯. 장비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온 그 남자가 고개를 숙여서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는 그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어린시절부터 한대도 맞고 자란 적 없고, 더군다나 눈싸움을 해본적도, 그래서 머리 위로 눈뭉치가
가득 떨어져서 봉변을 당한 적도. 얼굴이 차갑게 척척하게 젖은 더러운 기분도 처음이었다.
" 쏘리, 쏘리. "
" 외국인인야 ? 너 한국말 못해 ? "
" 그럼 쟈기는 왜 반말 써 ? 나 알아 ? 나랑 동갑이야 ?
내 눈만 봐도 내가 몇살인지 전부 알아 마출 수 있는 마법사야 ? ㅇ_ㅇ "
" 내가 왜 당신 쟈기야 !!!!! "
" 그러는 쟈기한테 내가 왜 당신이야 ? "
" 아 뭐 이따위 새끼가 다있어 ? "
" 난 쟈기 새끼가 아닌데 ? "
" 아오 !!!!!!!!!!! "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눈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은 나랑 한 판 하자는 건지 계속 말꼬리를 질질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곁에 서있던 서훈이가 씩씩 거리는 나를 말렸다.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무례합니다.
숙녀분한테 그런 식의 말장난, 조금 예의 없는 행동 아닌가요 ?
사과는 필요없으니까 이만 가보세요. 공주님, 가시죠 ? "
그녀석에게 잔뜩 힘주어 한마디를 전하던 서훈이가 순간,
멋있어 보였지만 서훈이는 또다시 나에게 장난섞인 공주님이라는 인사를 건내는 바람에 내 인상이 구겨졌다.
" 철수. 철수야 ! "
막 돌아서서 서훈이와 리조트로 들어서려는 순간,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다.
막 마스크를 벗으면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름을 부르는 그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그녀석이었다.
" 형, 저 여기있어요 ! "
" 빨리와. 저기 위해서 사고났는데 조금 다쳤나봐. "
" 네 ? 알았어요. 빨리 올라가봐요. "
허둥지둥.
장난가득한 표정이 금새 진지하게 변하더니 구조대와 함께 그녀석이 사라졌다.
그런데 자꾸 그녀석의 동그란 눈동자가 눈에 아른거린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웬지 저녀석, 마음에 안든다. 저런 녀석, 그리고 그 맑은 눈동자.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이것이 그 녀석과 운명의 지독한 장난의 시작의 첫 단계인지도 모른채 .
part 2 - 정말 운명이라면 ?
넓은 창문.
푹신 푹신한 침대. 욕실에서는 따듯한 물이 흘러나왔다.
서훈이가 빌려준 콘도는 최고급. 역시 서훈이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조금 전에 서훈이가 건내 준 스키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챙겨쓰고 밖으로 나왔다.
" 같이 갈꺼지 ? "
" 안돼. 너때문에 계속 자리를 비웠더니, 아버지가 벌써 이상하다고 눈치챘어.
너 아버지한테 걸리면 바로 ㅠ_- 아줌마한테 연락할꺼야. 그러니까 진짜 조심하고 또 조심해 ? 알았지 ? "
" 걱정마셔요. "
" 아...... 천방지축 공주님. 제발 서훈이 좀 살려주세요. "
" 얏호! 스키, 스키 >< "
나는 서훈이의 말을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스키장비를 빼앗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9시가 넘은 시간,
사람들이 조금은 없는 시간이었다.
자주 서훈이에게 스키를 배웠기 때문에 나는 중급의 실력을 소유하기 때문에 중급자 코스로 향했다.
바람을 가르며, 스피드를 즐기면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저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평범하게, 아니. 돈없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늘 감싸안았고, 어려운일 힘들일은 모두 하지 않게 했다.
한마디로 엄마가 아니면 나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엄마라는 그늘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나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에게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반항을 시도한 것이다.
그깟 운명적 사랑을 꿈꾸기때문에.
" 후.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해 볼까 ? "
장비를 모두 마치고
스피드와 이 모든 답답한 마음을 날려버리기 위해서 내가 천천히 출발을 했다.
오랜만에 타는 스키라서 그런지
오늘은 시작부터 덜컹 거린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중급자니까 ?
" 어...어? 어....어!!!!!! 으아악.......!!!!! "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아니, 사실 몰랐다.
뒹굴 뒹굴.
몇바퀴를 구른건지 결국에 나는 스피드와 속력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듯 넘어지고 말았다.
머리가 핑 돌면서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다. 미치겠다. 큰일났다. 일어 설 힘도, 일어 설 마음도 없다. 잠이 쏟아진다.
" 괜찮아요? 저기요? "
누군가가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싶었는데 눈을 뜰 힘이 없다. 그때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구조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 어디가 다친거야 ? "
" 아무래도 발목을 삔 것 같고 머리에 조금의 충격을 받은 것 같아.
어서 아래로 데리고 가서 응급조치 해야 겠어. 알았지, 철수야 ? "
" 네, 형! "
나는 순간 철수라는 이름에 눈을 번쩍 떴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들지 않은 맑은 눈의 소유자.
눈을 뜨면서 동시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녀석은 내가 두번째로 싫어하는 환하고 밝은 미소를 짖는게 아닌가 ?
" 왜 웃어 ? 즐거워 ? "
" 쟈기, 참 이쁘다. 꼭 숲속에 잠자는 공주님 같았어, 방금. "
" 젠장........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없는거야 ? "
" 내가 이 스키장에 에이스, 꽃미남 꽃돌이 의사님이야. "
" 의사..... ? "
" 더이상 물어보지마.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면 온 몸이 다 부서질꺼야. 너무 황홀해서. 히히 "
" 또라이. "
나는 그말과 함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구조되었다는 생각과 환하게 웃는 녀석이 내 곁을 지키고 있다는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조용히 정신을 잃었다.
" 으음.... 여기에 하나, 저기에 하나. 이건 여기에다 하나. "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
나는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깔끔한 하늘색의 천장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스키장의 조그만 응급실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서있는 이녀석, 처음보는 의사 가운을 멋드러지게 차려입고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 일어났다 ? 나는 너무 깨어나지 않길래, 백설공주님인 줄 알고 입을 마출뻔했어. "
" 뭐야 ? 너 미쳤어 ? 미친놈이야 ? "
" 쟈기는 참 입이 거칠어. 여자는 조신하고, 아름다운 말만 해야지 인기가 많은거야. "
" 아. 시끄러워. 내 마음이거든 ? "
" 머리에 조금의 출혈이 있었어. 그래서 머리에 엄청 큰 대일밴드를 붙여놨거든 ? 머리는 며칠 못 감을꺼야.
그리고 발목을 조금 삐었어. 하루 이틀이면 걸을 수 있을꺼야. 그때까지 여기에서 가만히 있어, 알았지 ? "
" 됐어. 난 콘도로 돌아갈래. "
" 그건 위험해. 혼자 있으면 매우 힘들꺼야. 그러니까 여기 계세요, 공주님. "
녀석은 막 몸을 일으켜 세운 나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분홍빛의 이불을 다시 나에게 덮어줬다.
녀석이 가깝게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숨결, 그리고 향긋하게 번지는 녀석의 스킨냄새.
나도 모르게 순간 심장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녀석, 도대체 뭐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근데, 쟈기 눈꼽꼈다 ? "
" 아.......짜증나 ! 너 나가 !!! "
" 여긴 나의 집이자, 일터이자, 숙소야. 나는 가출할 마음없는데 ? "
" 민서훈, 불러줘. 내가 콘도에 없으면 걱정할꺼야. "
" 근데 쟈기, 어떻게 이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야 ? 애인사이 ? "
" 그런거 아니거든 ? 너도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마. 온 몸이 다 부서질껄 ? 너무 짜증나서 하하 "
나는 어린시절부터 친구가 없었다.
나에게 조금만 친하게 다가와도, 엄마는 그런 돈없고 가난한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말라면서 모두 친구들을 쫓아냈다.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그리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나는 견디지 못했다.
돈많기로 유명한 집 자식들이 어찌나 많은지, 늘 명품자랑과 남자자랑, 해외여행 등.
매일 그런 쓸때없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넘쳐대는 그곳은 내 인생 최고의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린시절부터 엄마가 그래도 인정해주는 서훈이에게 밖에 마음을 열 수 없었다.
서훈이가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26 년 동안 인생의 동반자였다.
" 안 그래도 쟈기기 일어나기 조금 전에 연락드렸어. 잔뜩 화가 나셨던데 ? "
"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당신한테 쟈기 소리를 들어야 되는거지 ? "
" 그러는 나는 왜 쟈기한테 당신 소리를 듣는거야 ? ㅇ_ㅇ "
" 아........젠장 "
" 철수. 그냥 철수라고 불러. 나는 그저 쟈기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거야. "
" 정진소, 그런데 너 몇살이야 ? 왜 반말 써 ? "
" 잊었어 ? 처음부터 반말을 쓴 사람은 쟈기였어. "
" 젠장,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 않네. 미치겠다. 너 같은 애 처음이야. "
드르륵, 쾅.
잔뜩 화가 난 소리로 문이 열렸다.
발걸음 소리 부터 사나운게 분명 서훈이겠지 ? 나는 빠르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순식간에 이불이 사라졌다. 잔뜩 씩씩 거리면서 내 앞에 서있는 서훈이, 정장을 차려입고 서있는 녀석이 보였다.
" 헤헤. "
" 미쳤지, 미쳤어. 내가 분명히 조심하라고 했잖아.
처음부터 니가 예전에 아무리 잘탔어도 초급부터 시작을 해야지 중급부터 올라가서 그 난리를 치니까 좋아 ?
신나 ? 미치겠어 진짜 ? 사고 안 치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미칠 것 같아 ? 어 !!!!!!! "
" 소리지르지 마라, 서후나 응 응 ? "
" 아.... 진짜 놀랐잖아. 회의 하다 말고 뛰어 나왔잖아. 그래도 뭐, 괜찮네. "
서훈이는 아빠 같았다.
엄마는 나를 한번도 혼낸 적 없지만, 녀석은 늘 나를 따끔하게 혼을 내고
내가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내면 금새 나를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다시 예뻐해주는 아빠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이녀석을 너무 나도 사랑한다. 친구로써.
" 어 ? 그쪽은.... "
" 안녕하세요 ? 대운스키장 응급실 의사, 철수라고합니다. "
" 아무튼 잘 부탁해요. 무슨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주시고요, 이 녀석 사고치지 못하게 잘 감시해주세요. "
" 그럼요. 이사장님 부탁인데요. "
" 공주님. 난 희의가 있어서 가볼테니까 사고치지 말고 여기에 있어.알았어 ? "
" 알았어 서후나 ><"
서훈이는 다정하게 내 머리카락을 한번 헝크러트리고는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 나는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획 뒤돌아 누워버렸다.
" 쟈기 피곤하면 조금만 더 자. 배고프면 말해. 나는 나가있을게. "
녀석은 알아차린 건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지만 사실 녀석을 보고 있으면 자꾸 심장이 두근거리거 얼굴이 화끈거려서참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다. 서훈이에게는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 이 감정이 도대체 뭘까 ?
part 3 - 사랑이라면, 이게 사랑이라면. 좋아.
" 에이취 "
결국 감기가 걸렸다.
늘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듯하게 보냈지만 겨울이고, 춥기로 유명한 강원도.
결국 벌써 며칠째 스키장 응급실에 누워있을 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코를 풀어서 던져놓은 휴지는 잠깐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말끔하게 치워져있었지만, 나는 또 다시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유는
철수, 그녀석을 괴롭히기 위해서.
" 쓱싹 쓱싹, 룰루 랄라 ♪ 코끼리 인가요 ? 아니면 뭔가요 ? 코에서 콧물이 너무 많이 나와요 ><
코키리 만큼 나와요 오우 쉣트 코키리가 맞아요 코끼리가 찾아온거에요 ♪ "
" 그만해!!!!! "
" 아니야 . 나는 코끼리가 아니야. 하지만 그대는 코끼리 코끼리 끼리 ♪ "
흥얼 흥얼
녀석은 늘 내가 풀어놓은 휴지를 치울때마다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처음엔 무시했지만
나를 코끼리로 만들어 버리는 녀석이 미워서 그대로 들고 있던 배게를 던져버렸다.
" 그러는 쟈기가 그만했으면 좋겠어. "
" 뭐 ? "
" 공주님이면 공주님답게, 행동하면 좋잖아 ?
사실 난 괜찮아. 이런거 치우고, 그러는거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할 일이니까. 난 그렇게 컸으니까.
그런데 공주님이 코끼리가 되는 거, 나는 그게 싫어. "
녀석은 유일하게 나를 이긴다. 나를 꼭 할 말 없게 만들어버린다.
서훈이도 한번도 나를 이긴적 없었는데, 내 애교섞인 목소리에 넘어왔는데 이 녀석에겐 지독히도 못된 코끼리 공주님이었다.
속이 상했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울어 ? 우는거야 진소야 ? "
" ............... "
" 이런..... 큰일났다. 난 공주님이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 하는지는 동화책에서 못봤는데. "
" 미안. "
" .......뭐 ? "
" 미안해. 귀찮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그냥 혼자 있는 것도 심심하고, 아프기도 한대 투정부릴 사람도 없고. "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왜 뜬금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했으며, 왜 이녀석에게 만큼은 좋은사람으로 남고 싶은지를.
그저 나는 이녀석에게 코끼리 공주님이 되는게 싫을뿐이다.
그래. 그렇다. 그냥 그런 이유 일 뿐일꺼야. 그런거야, 하하. 그렇겠지 ?
" 하하. 뜬금없이.
공주님이 그런 말 하니까 진짜 안 어울린다 ?
내가 놀아줄게. 재밌게 해줄게. 심심하면 그냥 말로 해. 내가 눈치가 없어서 말하지 않으면 잘 몰라. "
" 왜 ? 니가 왜 나를 재미있게 해주는건데 ? 니가 뭔데 ? "
" 꼭 공주님한테 뭐가 되어야 되 ? "
" ....... 뭐 그냥, 나는. "
" 남자친구. 남자친구어때? 그러면 상관없는 거지 ? "
녀석의 동그란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장난끼 가득한 눈동자. 그렇지만 전혀 거짓없이. 남자친구?
뭐 예전에 사귀긴 했지만, 내가 지루해서 자주 자주 이별을 선언했고 진심으로 사랑한 적도, 가슴시린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그리고 지금 내 얼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처음엔 그렇게도 보고싫던 그 눈동자, 미소.
지금은 왜 이렇게 나를 가슴떨리게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좋다. 그냥, 이녀석. 좋다.
" 그.....그러니까 "
" 헤헤. 그건 좀 그렇겠지 ? 그러면 말이야 "
" 아냐!!!! 내가 언제 싫대 ? 그래. 그렇게 해 ! 대신 !!!!! 너 까불지마, 알았어 ?
내가 하는 말에 꼬치꼬치 토 달지말고, 그냥 내 말만 들어. "
" 공주님은 참 이기적여. 내가 무슨 공주님 흑기사야 ? 쳇...... "
그녀석은 한참을 투덜거리다가, 금새 베시시 웃더니 나에게 귤을 건냈다.
귤이 감기에 좋다면서 .
오늘 하루에 벌써 귤을 스무개는 먹이는 괴짜 의사, 철수.
하지만 나는 녀석이 건내는 귤을 받아들었다.
" 노력해볼게. 그런데 공주님도 너무 까칠하게 굴면 안되. 사실 철수가, 마음이 조금 물렁 물렁해 >< "
" 근데 너는 성이 뭐야 ? 그냥 철수야 ? "
"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면 안된다니까 ? "
" 뭐야. 재미없어. 나가 ! "
" 심심하면 나가래. 안 그래도 나가려고 했어. 너무 코 많이 풀지마. 머리 아파. "
하얀 의사 가운이 너무 잘 어울리는 녀석.
멍하니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일어 섰다.
사실 며칠동안 침대에 누워만 있었더니 살이 통통하게 찐 기분이다.
감기만 아니였다면, 아니. 감기가 걸려서 녀석이 나의 남자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감기가 참 고맙다.
그날, 지금 이 순간에는 이 감기가 이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더 큰 선물 같았다. 선물이었다.
" 으..으...으악 ! "
" 에이쿠. 또 넘어졌어. 완전 덜렁이야, 덜렁이. "
오늘로써 벌써 세번째.
자꾸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녀석을 따라다니면서 곁을 지키다가
네번째로 넘어지고 말았다. 철수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 스키 타고 싶다면서 ? 자꾸 이렇게 넘어지면, 또 심하게 다칠 것 같은데. "
" 안돼. 내일은 꼭 타야되 ! "
" 흠....... 그럼 같이 올라가. 내가 옆에 있어줄게. "
" 잘 타 ? 내 실력이 얼마나 좋은데. "
" 공주님. 공주님의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와 ? 그 눈, 아니면 코 ? 아니면..... 아니다. 코 구나 ?
코끼리니까 히히 "
" 야 ! 너 진짜 내가 까불지 말라고 했지 ? "
" 쟈기, 몰랐어 ? 내 별명이 까불이야. 까불이 히히 "
녀석은 헤헤 거리면서 웃으면서 또 말장난을 시작한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내가 먼저 스키장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응급실 안에는 서훈이가 앉아있었다.
" 서후나 ? "
" 왔어 ? 내가 조금 다쳤어. 철수씨. 조금 발 목을 삔 것 같은데, 봐주세요. "
" 네 ? 알겠습니다. "
" 근데 공주님, 왜 이렇게 병실을 비우고 돌아다녀 ? 몸 상하면 큰일 나 "
" 저 까불이랑, 데이트 좀 하느라고 . "
순간, 그렇게 느껴진걸까 ? 서훈이의 표정이 금새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었다.
가끔 서훈이가 화가 나거나, 마음처럼 일이 되지 않으면 짖는 표정. 철수가 서훈이의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던 손길이 멈췄다.
" 철수씨. 잠깐만 자리 비켜줄래요 ? "
녀석은 늘 장난꾸러기 같지만, 아주 가끔은 참 진지하다.
서훈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은 이유도 묻지않고 나를 향해 한번 미소를 짖더니 그대로 응급실을 나갔다.
서훈이의 차갑게 굳은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마주쳤다.
" 서후나, 왜그래 ? 헤헤 "
" 진지할땐 조금은 진지해지는 것도 예의야. "
"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 "
" 스물여섯살이면, 어떤 판단이 옳고 그른지 쯤은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처음부터 느꼈어. 니가 저새끼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 너 웬만하면 남자들이랑 말도 섞지 않고,
그렇게 까칠하게 대하지도 않는 다는 것 쯤은.
그래도 설마했어.
어머니가 선보라고 해서, 자꾸 대기업 아들 갖다 부치니까 잠깐 반항한다는 핑계로
너 여기 내려와 있는거니까. 그런데 니가 지금 누군지도,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사귄다고 생각하니까, 나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 "
" 민서훈 "
" 사랑, 지금 니가 느끼는 감정 사랑 같지 ? 그런데 한 순간이야 ?
넌 저런 새끼, 단 한번도 만나본 적 없으니까 그저 잠깐 관심가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 뿐이야 .
그러니까 괜히 상처주지 말고, 서울로 그만 내려가. "
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처음이다. 처음으로 지금 서훈이가 참 밉다.
내 사랑을 멋대로 정리해 버리는 서훈이도 미웠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슬프고 미운 건.
내 사랑을 축복해 줄 지 알았고, 늘 내 편이었던 서훈이가 꼭 다른사람 같은 느낌때문이었다. 아주 기분이 더럽게 슬프다.
" 뭐라고 말해도 좋아. 날 욕해도 좋고, 나보고 어리다고 핀잔을 줘도 좋아.
하지만 내 사랑을, 그리고 철수를 욕하는 건 못 참겠어.
내 26 년 친구, 아니. 내 인생의 동반자 였던 민서훈. 오늘 참 실망이다. "
나는 서훈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차갑게 굳어버린 서훈이, 그리고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절대 그녀석을 잃고 싶지는 않은데, 녀석에세 상처를 주는 건 너무 싫다. 그건 끔찍하다.
내가 너무 미울 것 같다.
우리의 사랑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테니까.
내가 엄마를 너무 아프게 하면 할 수록, 나도 결국엔 마지막엔 아플테니까.
part 4 - 떠나보내야 한다면, 잔인하게.
" 아니야. 으앗 ! "
벌써 세시간 째, 초급코스에서 난리를 피고 있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많이 않아서 다치는 사람도 없는 듯,
계속해서 철수가 내 곁을 지키고 있지만 나는 계속 넘어지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어느새 엉덩이가 욱신거린다.
" 우리 공주님, 엉덩이가 하마만큼 커졌대. "
" 시끄러. 일으켜 세워줘. "
내가 손을 뻣었다.
녀석은 손을 잡았다가 금새 놓아버린다. 그대로 나는 또 엉덩이가 욱신거린다. 내가 화가나서 단숨에 일어났다.
그때.
" 쪽 "
녀석이 막 일어 선 나의 이마에 입을 마췄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워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금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우와. 쟈기도 부끄러움을 타는 구나 ? 헤헤 . 재밌다. 나는 진소 놀리는게 제일 재밌어 "
녀석은 늘 나를 이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참 싫은데 녀석은 참 좋아한다.
나는 씩씩 거리면서 나를 두고 막 내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 철수!!!! 너 있다가 죽었어 ! "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심장도 어느새 미칠듯이 달아오른 나는 이미 미친듯이 그녀석에게 빠져버렸다.
아니.
사랑해버렸다. 두렵지만 사랑해버렸다.
" 어디야 ? "
- 콘도야.
" 응급실로 와. 놀아줄게. "
- 쳇. 알았어.
아까 나에게 잘못한 걸 반성이라도 하듯이.
응급실엔 맥주와 땅콩, 그리고 오징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와인이 더 좋지만, 철수에 사정을 잘 아는 나로썬 그저 장난스럽게 웃는 녀석을 보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 근데 공주님. 나 궁굼한게 생겼어. "
" 뭔데 ? "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철수는 오징어 다리를 나에 입에 넣어줬다. 녀석은 몸통을 먹으면서, 나는 다리를 주는 센스. 참 얄밉다.
" 왜 여기에 와 있는거야 ? "
" 뭐 ? "
" 스키장에 놀러왔다고 하기엔 스키도 잘 못타고, 그것도 혼자 와있는 것 같은데.
심심하다면서 왜 여기에 이렇게 와있는거야 ? "
" 그게 궁굼해 ? "
끄덕끄덕.
녀석이 오징어를 씹어먹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왜 여기에 와있는지, 나도 잊은지 오래였다. 녀석과 이렇게 행복한 시간에 젖어 있는 바람에
나는 엄마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 운명을 믿기 때문이야. "
" 운....명 ? "
" 엄마가 선을 보래. 하지만 나는 싫어. 사람을 어떻게 정해진 만남으로 만나서,
사랑을 만들고 결혼을 할 수 있겠어 ? 나는 싫어. 운명적인 사랑을 믿거든. "
" 정말 공주님이구나, 진소는. "
" 비꼬는거야 ? 나는 진심이라고 !!! "
나를 순전히 공주님으로만 바라보는 녀석이 밉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녀석은 막 돌아서서 나가는 나를 뒤에서 조심스럽게 끌어 안았다.
" 나도 믿어. 그런데 사실 겁나.
공주님이 언제 떠나버릴까, 그게 좀 겁이 나. 꼭 그저 동화속으로 여행을 온 공주님 같아서. "
" 철수 "
" 나.... 공주님에게 진짜 마음을 줘도 되는걸까 ?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철수에 말이 옳았으니까. 나는 그저 동화속으로 관광을 나온 공주님 이었으니까.
강원도 스키장,
서훈이가 빌려준 콘도에서 머무른지도 어느덧 한달이었다.
핸드폰을 가끔켜면 엄마에게 온 전화와 문자, 음성메세지 때문에 핸드폰을 꺼놓은지도 한참이 되었다.
들어와서 목도리를 푸르고 침실로 향했다.
내 걸음이 멈춰섰다. 큰 창문이 있고, 그 앞에 놓여진 흔들의자에 엄마가 앉아있었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의 엄마였다.
" ......... 엄..엄마 "
" 여기 있을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머리 식히고 올꺼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안 오더라.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내려가자. "
" 엄마, 나는 "
" 정진소 ! 엄마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줄 아는거야 ?
이렇게 엄마 실망시켜서, 엄마 가슴이 찢어지고 또 찢어져서 엉망이 되었는데도 그깟 사랑 하나 믿고
엄마를 이렇게 실망시킬꺼야 ? "
나는 엄마를 한번 쳐다봤다.
눈물로 고여버린 엄마의 눈동자, 그리고 나는 그런 엄마의 눈을 보고 느꼈다.
내가 지금 엄마를 참 많이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지금 엄마를 참 많이 울렸다는 것을.
" 쥬스 마실래 ? "
" 공주님 ! "
나는 냉장고를 열어서 쥬스를 꺼냈다.
컵을 꺼내들었다. 자꾸 손이, 손가락이 자기 멋대로 흔들거린다. 철수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눈물이 차오른다.
엄마를 이길 수 없다. 아니, 나는 엄마를 버릴 수가 없다.
" 쨍그랑 "
결국엔 들고있던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엄마가 놀라서 달려오는 순간, 나는 컵을 치우려다 유리에 손이 베였다.
내 아픈 심장처럼,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 괜찮은거야 ? 어쩌면 좋아 ? 진소야 "
" 미안해, 엄마. 내가 잘못했어.
내려갈게요. 내려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
나는 겉옷도 챙겨입지 않고 콘도를 나왔다.
뛰고 또 뛰었다.
보고 싶다. 그녀석이 너무 보고싶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다.
놓고 싶지 않지만,
놓을 수가 없었지만 녀석을 놓지 않으면 그녀석의 심장에 너무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을 알기에.
하나, 둘, 셋. 벌컥.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철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오늘도 마찬가지로 응급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어느새 흘러버린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바닥을 닦고 있던 철수가 바닥을 적시는 피를 보고 나를 바라봤다.
" 진소야. "
" 아파. 치료해봐. "
나는 어느새 피로 얼룩진 손을 녀석에게 보여줬다.
철수는 응급상자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의자에 앉혔다. 녀석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의 손을 잡았다. 자꾸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느새 소독이 끝이 났다. 하지만 내가 이젠 녀석에게 건낼 상처는 도대체 누가 치료할 수 있을까 ?
녀석의 따듯한 손 길이 떠났다. 나는 녀석의 눈을 바라봤다.
" 공주님. 있잖아, 지금 공주님 눈이, 엄청 많이 흔들린다 ? "
" 나한테 마음 주지마. 이젠 재미없어. "
" .........응 ? "
" 너 재미없어. 이젠 하나도 재미없다. "
" 공주님 "
" 무슨 뜻 인지 알겠지 ? 이젠 더이상 나, 재미있게 해주지 않아도 되. 실증났어, 재미가 없어.
너도 알잖아 ? 나 변덕 심한건. 이젠 너도 실증났다. "
" ........ "
" 잘지내. 그 동안 재밌었어. 나 같은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여자. "
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참았던 눈물이 결국엔 세어나왔다. 녀석이 나를 안고 있어서, 절대 눈물을 보지 못 할테니까 나는 눈물을 쏟아냈다.
" 나도 즐거웠어. 재밌었어.
너같이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여자. 처음이었지만 나는 참 좋았어.
묻지는 않을게. 무슨 이유든, 이렇게 우리가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하잖아 ?
나는 늘 니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는 당당한 여자가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진짜 울지마.
나는 공주님이 울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는 아직도 동화책에서 배우지 못했거든. "
" ................ 안울어. "
" 공주님. 난 언제나 공주님의 흑기사야.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흑기사. 기다릴게. 그것만 잊지마. "
녀석은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참을 철수에 품에 안겨있던 내가, 내가 먼저 녀석을 밀쳐내고 일어섰다.
빠르게 눈물을 닦았지만 이미 번질대로 번진 눈물은 얼굴에 가득 남아있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막 응급실을 나가다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녀석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결국엔.
" 아니. 기다리지마. 너처럼 흑기사가 되어준다는 남자들은 널리고 널렸어. 착각하지마, 철수.
니가 내 흑기사였지, 영원한 흑기사는 절.대 될 수는 없다고. "
아팠겠지?
동그란 니 눈동자가 금새 눈물로 고여버렸으니까.
늘 깨끗한 니 눈동자에, 가슴에, 심장에 얼룩이 졌겠지.
나를 미워하겠지.
그래, 차라리 나를 미워하면서 잊어.
헤어져야 한다면 차갑고 잔인하게 이별을 말해줄테니까, 나를 잊어줘. 나는 너를 평생 가슴속에 남길테니까.
\ 이별 후
" 운명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미치도록 아픈 사랑을 하고 왔어.
운명이 될 수 없는 그녀석을 어떻게든 내 운명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나는 자신이 없었어, 서훈아.
너무 너무 욕심이 생겨서 미친년 처럼 날뛰면, 결국엔 그 모든 상처가 철수게 가슴에 세겨질까봐.
그래서 차라리 나는 잔인하게
녀석을 버리고 돌아섰는데, 하하. 결국에는 이렇게 내가 주저앉아 버렸어.
녀석의 가슴에도 나의 가슴에도 상처로 가득해. 내가 꿈꾸었던 그깟 운명덕분에. "
나의 곁에 앉아있는 서훈이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자꾸만, 이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철수를 찾고 있었다.
녀석이 있을 수 없는 이곳에서 나의 심장이, 가슴이, 눈이 녀석을 찾고 있었다.
"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하하...... 다시 만나길 바라는 내가 나쁜 사람이겠지 ?
다시 만나도 우린 어쩔 수 없을테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서훈아, 난 그녀석 다시 보고싶어. 다시 만나고싶어."
" 진소야 "
" 내가 말하는 운명이라면, 정말 우연처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않을까 ? "
" 정신차려. "
" 사랑해. 니가 잠깐의 호기심이라고 했던게 내 진짜 사랑이었어, 민서훈. "
나는 운명을 믿는다. 그리고 운명적은 사랑도 믿는다. 그래서 내가 철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그정도로 나는 그녀석을 사랑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과 이별을 했다.
나의 하나뿐인, 공주님의 하나뿐인 흑기사. 철수야, 안녕. 잘지내니 ?
[사랑하는바보] "나는 공주님 입니다." - 부제 : 흑기사,안녕.the end
Hi,안녕.
하하 >< 오늘의 첫인사는 상큼하게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바보입니다.
오늘 단편, 어떤가요? 달콤하지않으셨나요? 하하, 달걀 날아오는소리가 ㅠ_- 큭큭.....
즐겁게 시작했는데, 역시 마지막은.
제가 쓰고 민망해집니다. >< 번외를 원하십니까 ? 번외를 쓸까요, 말까요. (아,완전못됐죠?하하)
여러분들.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저에겐 힘이고, 희망이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이유라는 걸 알고 계시죠 ?
그럼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 ! 짜이요 >< !
첫댓글 번외 써주세요 이번에는 약간 애교가 철철 넘치네요 ㅋㄷㅋㄷ 항상 너무 재미있게가구요 지금은 슬프지만 나중에는 해피엔딩이 되길 바랄께요 아름다운 이야기 항상 잘 보고갑니다 건필해주세요
★슬퍼질때、님.안녕하셨어요?하하! 네네. 너무 너무 슬픈 이야기만 쓰니까, ㅠ_- 제가 너무 슬퍼져서 가끔 올리는 조금은 발랄한 분위기에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하하! 가끔은 발랄한 분위기도 좋잖아요 ? 네네 ! 늘 좋은 소설,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번외 써주세요 ㅜㅜ 완전 재밌는거가태요오 ㅜㅜ
★PINK PIG님.안녕하세요? 하하! 이번소설은 발랄하고 코믹하게 그릴려고 많이 애를 섰답니다. ㅠ_- 알아주셔서 감사하고요, 번외편은........흠흠. 아직 준비는 못했습니다. 번외편은 고려해볼게요 >< 그럼 늘 좋은하루되세요
사랑하는바보 님의 소설은 항상 잘 보고있어요~ 볼때마다 너무 잘쓰시는거 같아요+_+..!!번외 써주세요~ 진소랑 철수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ㅜㅜ
★소녀이옵니다님.안녕하세요?하하! 네네 >< 제소설 사랑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리플 써주신것같아요. 히히! 번외편을 원하시는군요 ㅠ_- 아아........ 이거, 걱정입니다. 제가 번외는 잘 쓰지 않아서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 >< 더 좋은 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와우 번외가 필요해효♡ 우리철슈헤헤.. 대기업외동딸이라는공주님에게운명으로아름다운사랑이될수있었으면좋겠어요! 저도운명을믿는타입이라~ 운명이꼭이뤄졌음좋겠어효헤.. 사랑하는바보님소설은언제나마음을훈훈하게꺄. 번외원츄♡
★N홀릭님.안녕하셨어요?하하!운명을믿으세요?저도 운명을 믿습니다 하하! 늘 제 소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훈훈하게 변한다니.....이거 제가 더 기분이 좋은대요? 늘 좋은하루보내시고요 감기조심하세요
이대로라면 철수가흑흑흑너무불쌍하자나요흑흑흑번외를원해요흑흑흑흑흑흑번외안써주면흑흑흑흑나이제다신바보님꺼소설안볼꺼에요흑흑흑흑
★신이린*님.안녕하세요?하하! ㅠ_- 네네......불쌍한가요? 하지만 철수는 늘 씩씩하잖아요? 하하 안그런가 ? ㅠ_- 제소설 다신 안 보실꺼에요 ? 저 울꺼에요......어떻게 그렇게 심한말씀을 하세요. 그래도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 아자
와아- 기다렸어요 > <! 제목만 보고 달콤하고 상큼한 이야기 일꺼라고 생각했는데 딱 맞았어요 헤헤- . 진소도 저렇게 헤어지는거 원치 않았을거 같은데 참 용기(?)가 대단한거 같구요. 철수도 많이 안타까워요 ㅠ 한순간의 장난같아서.....<- 번외편!! 번외편 원해요! 철수의 진심이 궁금해요 ! 요번편도 잘읽었어요 너무 재미있었구요 감기조심하세요 !
★초록색날개님.안녕하셨어요?하하! 역시 눈치가 빠르십니다 ! 달콤한 소설로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엄마를 많이 사랑하니까요 ! 하하 >< 한순간에....장난이라 흑흑 !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
서훈이가 진소 좋아하는거같은데.....으잉 저만 서훈이랑잘되길 바라는건가요?ㅋㅋㅋ하하 잘봤어용!!
★행복만원해요님.안녕하셨어요?역시....눈치가 빠르십니다>< 하하.. 미묘했지만 조금의 감정이 보였죠? 저는 많은 분들이 눈치 채실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늘 좋은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아 번외 필요해요ㅠㅠㅠ근데 저도 철수말고 서훈이랑 되는걸 원했는데ㅋㅋㅋ어쨌든 잘 보고 갑니다~
★풀잎한조각님.안녕하셨어요?하하......서훈이가 은근히 인기가 많네요? 저는 이렇게 서훈이가 인기가 있을줄이야.....하하 ! 감기조심하세요. 요즘 날씨가 변덕스러워요. 늘 좋은하루보내시고요 ! 아자아자 !
번외꼭써주세요!!!!!!!!!!!!!!!!!!!!!!!!!!!!!!!!!!!!!번외!!철수랑잘댔음저케따 ㅠㅠㅠ
★시큼새큼세희님.안녕하세요? 어머나. 깜짝놀랐어요 >< 느낌표가 너무 많아서... 저 번외안쓰면 미워하실꺼에요 ? 하하! >< 기다려주세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요즘 날씨가 변덕이니까 따듯하게 옷 챙겨입고 다니시고요 그럼 전 이만 ~~
와우와우,번외꼭꼭써주실거요!? 기다리고있을거에요!!!!!!!
★블루말로우님.안녕하세요?하하! ㅠ_- 아이쿠..이렇게 말하시니까 할말이 없네요. 꼭 써야할것같은 하하 ! 기다려주세요 >< 늘 제소설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고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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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님.안녕하세요?하하...철수가 좋으신가요 ? 어쩌면 좋습니다. ㅠ_- 철수가 좋다, 서훈이가 좋다. 다들 이렇게 말이 다르셔서 제가 너무 힘듭니다. 하하 ! 그래도 늘 좋은하루 보내시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
안뇽 하세요^^ 저 지금 감기인데ㅠㅠ인터넷카페에 들어와서 소설을 보고 있답니다ㅠㅠ 사랑하는바보님 저 내일모레 졸업해요^^번외편 써주실꺼죠???????? 중학생졸업이에ㅛ^^
★기분저아님.안녕하셨어요?하하! 감기 걸리셨어요 ? 따듯하게 입고 다니시지 ㅠ_- ! 아프면 안됩니다 ! 졸업하세요 ? 어머, 축하드려요 ! 전 고등학교 졸업을 벌써 마쳤답니다. 너무 밀가루 날리지 마시고요 >< 조심하세요 아자 !
우와.. 정말잘쓰시네요!! 슬퍼요. 저도 막 서훈이한테 서운해지구.. 재미있게봤어요!
★빨간여우、님.안녕하세요?하하! 감사합니다 ㅠ_- 서훈이가 그렇게 말하는게 참 못됐죠? 하지만 친구니까 걱정이 되니까 해주는 말이니까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요즘 날씨가 부쩍 지멋대로 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
번외올려주세요!!!!!
★Insodot님.안녕하세요?하하.......번외는 준비중이랍니다 >< 기다려주세요. 여러분이 너무 번외편을 원하셔서 바쁘게 준비중이에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럼 늘 좋은하루 보내시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철수,서훈이 둘다 좋은데..ㅎㅎ 저도 운명을 믿어서 ㅋ 언젠간 저의 짝도..빨리 좀 나타 나줬으면 좋으련만..ㅋㅋ 암튼 번외 기다리겠어요 ~ㅋㅋ
★맛난ⓘ쮸크림♬님.안녕하셨어요?하하! 둘다 좋아요 ? 욕심쟁이 우후훗 >< 저의 짝도 제발 좀......흑흑 ! 네네 ! 번외편 올려야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준비중이랍니다 하하! 늘 좋은하루보내시고요 감기조심하세요
우왓제가엄청늦게왓군용..ㅠ,ㅠ.......진짜이번소설은달콤하네욤............우와아앙......난언제쯤달콤하게..쩝쩝...츄릅 이번소설 번외진짜기다려져용................................................!!언제라도올려주시기만하세용 당장읽어버릴께요♥♥
★슈퍼맨님이다님.안녕하셨어요?하하! 너무 늦으셨어요 !!! 하하.. 저도 매일 늦는데. 하하 제가 반성해야죠 ㅠ_- 흑흑... 번외편 기다려주실꺼죠 ? 준비중이랍니다 후다다닥 어서 올려드릴게요 ! 그럼 좋은하루 보내시고요 언제든지 당장 읽어주세요 ><
쪼끔처음에상콤한맛이나서 해피구나ㅋㅋㅋㅋ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새드를 적어버리신 우리 바보님ㅜㅜ 아증말!! 번외에서 또 새드면 정말 가만히 안둘꺼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이구요ㅋㅋㅋㅋ언능 번외 올려주세요~
★류은입니다♬님.안녕하셨어요?하하..저의 주특기가 새드엔딩아닙니까? 히히! 그래도 저 용서해주실꺼죠 ? 그래도 번외편 준비중이랍니다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히히 ! 그래도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번외!번외난번외를원합니다!번외 번외 ㅋㅋㅋ
★촐랑촐랑☆님.안녕하셨어요?하하 >< 번외편 기다려주실꺼죠 ? 준비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헤헤 !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헤헤 !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재밌어요 ㅠㅠ 번외기달리고있을게요!! 화이팅!!!<
★진주러브님.안녕하세요?하하.....너무너무너무너무감사해요><!번외편기다려주실꺼죠?준비중이랍니다. 어서 후다다닥 마치고 올릴게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주시고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아자아자 !
아............저 급하게 달려갑니다ㅠㅠ...번외보러 휭~
★임볼아님.안녕하셨어요?하하!감사합니다.. 후다다닥 달려가세요 >< 벌써 보셨죠? 번외편이 바로 준비되어 있으니까,저도 맘이 놓입니다. 헤헤 ! 늘 기분좋아요 >< 다음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아아.. 저도 빨리 번외 보러 가야겠어요.. 님 좀 짱인듯? ㅋㅋ// 잘 읽고 가요.
★아코에님.안녕하세요?하하 !ㄴ네네 어서 번외편보러가세요 >< 제가 좀 짱 ? 자꾸 짱이라고 하시면 저 진짜 거만해집니다 ㅠ_- 그러지마세용 ~~ 헤헤 다음 소설도 그럼 꼭 사랑해주세요 그럼 좋은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