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 한술,
커피 한잔,
컴 켜놓고 사진(자료) 정리,
컴 앞으로 보이는 앞산 쏟아지는 가을볕이 좋아 환장하다.
후다닥 카메라, 물한병 챙겨들고 거의 현관근처를 뒹굴고 있는 베낭 둘러맨다.
휘리릭,
화순동복 연둔리 둔동마을 가을숲은 올해는 못보고 넘어가나 싶다.
나뭇잎은 다 떨어졌을테고
동복천에 부서지는 은비늘이라도 보고와야 겠다.
숲과사람은
길을 가도
사람들 흔적이 많거나 차가 잘 다닐수 있는 길은 가지 않는다.
남들은 터널을 끼어 1분이면 넘는 고개를
걷가 놀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보니 몇 시간이 걸린다.
어김없이 3시간이 걸렸다.
왜? 이러고 노느라고...
너릿재 옛길은 70년대 후반이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난 이길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이곳에 데리고 다녔고
하루 일과중 1시간만 비어도 이곳에 간다.
가다가 차를 만나면 누구나 절절 매야하는 이길,
이른 봄 연둣빛 옹아리들이 즐비한곳,
벚꽃이 흐드러지기가 무섭게 뒤를 이은 아카시향이 황홀한 곳
가을의 끝자락까지 산국과 취꽃과 꽃향유가 방석 마냥 깔리는 곳
시가 어울어지고
시비가 서 있는 곳,
반은 광주광역시이고
반은 화순인 길,
그래서 반은 포장이 되고
나머지 반은 흙길인 길.
흙길인 거기 바로 장승이 서 있고
아직도 누군가 순박한 서원을 담아 진설한 흔적이 늘 있는 곳,
뒤 오는 발걸음에게 남겨두는 탁배기병
그리고 몇미터 아래를 보면
커다란 당산목에 무당들이 아직도 2박3일의 굿판을 벌이는 곳,
저 멀리 골짜기 사이로 빨리갈 수 있는 세상의 길이 보이고
화순읍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너릿재도 작년부터 숲가꾸기를 하였다.
이젠 다 된 것 같다.
오른쪽 능선을 타고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을 향하는데
숭숭한 숲의 머릿칼 사이로
광역 도시의 바람이 오른쪽 귓뺨을 칼질한다.
한사람이나 겨우 오르던 그길을 사륜구동의 차가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다듬어져 있다.
나나 오르던 길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왜 한사코 멀리만 가서 해를 만나려 하는걸까?
왜 바다에 떠오르는 해만 가슴에 안으려는 걸까?
저멀리 겹겹이 이웃한 산락들이 바다 같지 않은가?
구름이라도 한자락 걸쳐놓으면 섬이 되는 곳.
새해는 지인들과 이곳에 해를 맞으러 올라보리라 마음 먹으며 가고 또 가고 숲길을 걷는다.
갑자기 가슴에 닿는 바람이 군불지핀 아랫목 같다.
얼굴로 쏴 붓는 볕은 눈이 부시다.
너른 곳이 나온다.
양지 바른 곳,
몇 평 안되는 밭뙈기에선 노부부가 늦은 콩을 턴다.
한참을 두분 곁에 머문다.
배꼽 시계가 더는 못견디겠나보다.
사평까지는 한참을 가야한다.
오늘 꼭 해야할 일중에
다슬기수제비를 먹는 일이다.
다슬기국물에 합 한그릇을 뚝딱 말아 후루룩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둔동마을 숲정이로 향한다.
텅빈 둑방,
한참 후에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2쌍이 웨딩포토를찍으러 왔나보다.
봄에 단오제를 올리고
이른 여름날 다녀가고 지금이다.
전화가 울린다.
지인스님이다.
어디냐고
다음주에 뵙겠다고 어제 통화했는데 숲햇살언니가 와서 차한잔 하고 있단다.
곧 가겠노라 말씀드리고 관음사를 향한다.
숲정이에서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니 저거 좀 보아 마치 우리나라 형상을 닮았네!!!
동복 근처엔 새로 난 길들이 많다. 송광사(주암)까지 가로지르는 큰길 아래 전에 못보던 비석 하나가 보인다.
차를 멈추고 살펴본다
화순 동복 남덕원비 - 옛 역원의 흔적을 나타낸 우리나라 유일한 역원비라 한다.
독재터널을 지나 장승의 무리가 보이다. 성덕산 관음사 진입로다.
역시 골깊은 관음사...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숲길 끝에 관음사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가장 편히 머무는 곳, 기운이 참으로 좋아 기쁨도 슬픔도 나 내려놓는 곳.
스님과 차를 마시고
보살님들과 처사님들과 스님과 저녁 공양하고
스님주신 구절초차 들고
별이 뜨는 하늘 보며 초녁 숲길을 나선다.
황혼의 왈츠 - Takashi Kako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