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우경화되는 포퓰리즘 현상을 연구하면서 ‘왜 우파에 표를 주는가’에 대해 인터뷰했더니 ‘외로움’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했다. 의존할 친구가 없고 정치, 정치인, 제도권으로부터 단절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이들에게 투표한다. 동시에 이 ‘외로운’ 유권자들은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즉 공동체를 찾았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던 철도 노동자들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버림받았다’ ‘민주당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끼자 ‘국민을 보살피는 후보는 나뿐’이라고 주장하며 ‘우리’(We)를 자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의 캠페인을 지지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극우정당도 이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해 정치 집회를 일종의 사교모임처럼 운영한다. 가족 같은 존재임을 강조하며 소속감을 조성한다. 유권자는 이곳을 자신이 속할 수 있는 공동체로 인식한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에 견줘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더 적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시간은 2배 더 많았다. 유럽에서도 자원 활동이나 마을조합 등에 참여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허츠 교수는 고립될수록 “포용적 민주주의를 연습할 기회”가 줄기 때문에 포퓰리스트가 말하는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공동체에 끌린다”고 말한다.
고립돼 타인과의 차이를 조율하거나 협력하거나 신뢰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주도권을 쥔 정당이 불평등 심화, 실업 증가 등에 무관심했고 유권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상실된 소속감 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도 우파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정치인이 등장했다. 다만 인종보다 성별을 매개로 편가르기를 시도한다. 실제 현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이행하려 한다. 성별을 정치인이 무기화하는 현상이 충격적이다. 특히 한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8∼29살 유권자층에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지는 점이 흥미로웠다. 유럽에서도 보수 정당 지지자 중 남성이 좀 더 많지만 한국처럼 두드러지게 분열돼 있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젊은 남성들에게서 그런 성향이 나타난 점이 독특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은 ‘레딧’(Reddit·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도 발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도 매우 높다. 실제 한국 커뮤니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통상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남성 비율이 높고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반향실’(Echo Chamber) 구실을 하는 온라인 공간에 갇혀 다른 관점을 접하지 못해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영국도 브렉시트 논쟁 때 온라인에서 극단적인 분열이 벌어졌다. 특히 젊은층에서 대면 활동이 점차 줄고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