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동마을의 시간은 자연의 흐름으로 알 수 있다. 관음봉 산자락에 있는 선학동마을은 다락밭이 둘러싸여 있는데 유채꽃이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면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다. 가을에는 메밀꽃에 자리를 내어준다. 밭 너머로는 짙푸른 남해가 넘실대는 고즈넉한 마을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꽃이 피는 속도로 천천히 걸으면 될 일이다.
선학동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봄날의 유채꽃 풍경
소설 속 한 페이지 속으로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그래 한 마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그 날아오르는 학의 품 안에 안겨진 마을인 셈이다.” 소설가 이청준은 선학동마을을 무대로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썼다. 예전에는 선학동 아래쪽까지 바닷물이 닿았었는데, 물에 비친 산의 그림자가 마치 학을 닮아 선학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마을 뒤편 언덕의 3만여평의 유채꽃밭에는 ‘이청준 소설문학길’이 지난다. 꽃길을 걸으면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안내판에 적힌 소설의 문구를 읽다 보면 마을 전체가 소설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꽃밭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정자는 그냥 지나치지 말자.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유채꽃밭과 그 너머의 집들,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꽃밭은 4월 말부터 5월 초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 옷을 갈아입는다.
선학동마을을 상징하는 두 마리 학의 조각상이 여행객을 반긴다.
유채꽃밭 사이에 마련해 놓은 정자
선학동마을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의 무대로도 사용됐다. 임권택 감독이 <선학동 나그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천년학>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화는 보지 못했더라도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세트장이 아직 남아있다. 마을 입구 길가로 낡은 집 한 채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다. 큼지막한 간판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집 주위로 철쭉과 유채가 띠를 두른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성큼성큼 세트장으로 들어가 마루에 턱 걸터앉으면 선학동마을과 뒤편의 관음봉이 보인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풍경이다. 세트장 뒤편으로는 너른 갯벌이 펼쳐져 있다. 선학동마을을 걸어서 둘러볼수록 친근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얼마 전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한 달 살기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선학동마을의 상징, <천년학> 세트장
영화 촬영 당시 지어 놓은 주막 세트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무 골조의 집 위로는 붉은 함석지붕을 얹었고, 벽은 황토를 발라 놓은 모양새가 꼭 그 시대의 있었을 법한 모습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천년학 세트장 앞으로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어 군사, 무기, 군량 등을 모아 명량대첩지로 이동한 길을 테마로 만든 ‘조선수군 재건로’가 지난다.
<천년학> 세트장과 세트장 주위로 피어난 유채꽃과 철쭉
한번 걸어볼까, 이청준 소설 문학길
이청준 소설 문학길은 소설가 이청준의 <서편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태어나는 말> 등 다섯 편의 ‘남도사람’ 연작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을 따라 걷는 길이다. 그중 2코스는 회령진성에서 출발해 선학동 메밀꽃단지를 지나 이청준 생가와 묘소까지 이어진다.
이청준 작가 생가
소설가의 유년의 추억이 깃든 이청준 생가
선학동마을에서 내친김에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까지 걸어볼 수 있다. 이청준 소설 문학길 2코스가 그리로 이어진다. 이청준이 태어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소년 시절을 보내고, 고향을 떠났던 그가 소설가가 되어 다시 돌아와 살던 집을 옛 모습대로 복원해 놓았다.
여행 정보
선학동마을
- 주소: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가학회진로 1212
- 문의: 061-860-0224
- 홈페이지: www.jangheung.go.kr/tour
여행 팁
인근의 한재공원은 3~4월이면 할미꽃이 지천이다. 득량만 바다가 내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한재공원은 국내 최대의 할미꽃 자생군락지로 10만㎡에 피어난 할미꽃은 장관이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뒤덮인 검붉은 할미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글: 강미숙(여행작가)
사진: 장흥군청 제공
※위 정보는 2022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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