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돈 빌려도 증여세 낼 수 있어
증여받으면 3개월 내 신고-납부해야
신고 후 석 달내 반환시 증여에만 과세
석 달 후엔 증여-반환거래 모두 과세
계약서 작성하고 적정 이자 상환해야
Q. 제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거래처의 대금 결제가 늦어지면서 원재료 구입비, 인건비 등을 위해 급전을 마련해야 했다. 방법이 마땅치 않자 부모님에게 1억 원의 현금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갚았다. A 씨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갚았다고 생각했으나 증여세가 부과된 것을 확인했다. 이런 경우에도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사업을 하다 보면 급전이나 큰돈이 갑자기 필요한 경우가 언제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이나 카드, 캐피털 등에서 단기성 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이자 부담이 큰 편이다. 그렇다 보니 부모님, 친구 등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빌리는 상황이 이따금 생긴다.
만약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돈을 빌리고 차후에 갚을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돈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증여세란 타인의 증여에 의해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을 과세 대상으로 삼아 그것을 취득한 이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증여를 받은 자는 그 재산에 대한 세금을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란 개념부터 숙지해야 한다. 증여세 취소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면 증여세 신고기한 내(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 취소를 하게 될 경우 당초 증여와 증여의 취소 모두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증여 자산이 현금일 경우 증여 취소로 보지 않고 증여가 두 차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증여, 증여 취소 모두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증여세 신고기한(3개월) 이후 증여의 취소 사유가 발생한 경우엔 반환 시점에 따라 과세 대상이 달라진다. 신고기한 이후 3개월 이내 증여자에게 반환할 때는 당초 증여에 대해선 과세하지만 반환하는 거래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3개월 이후 증여자에게 반환하는 경우는 당초 증여, 반환하는 거래 두 건을 모두 증여로 보고 모두 증여세가 과세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1월 1일에 현금으로 증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들이 4월 1일∼6월 30일 사이에 증여를 반환했다면 아버지는 증여세를 내야 하고 아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들이 7월 1일 이후에 증여를 반환할 경우 두 사람이 모두 증여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A 씨의 경우 증여 취소가 아닌 ‘금전 대여 및 회수 거래’로 봐야 증여세 과세를 피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금전 거래로 예상치 못한 증여세를 부과받지 않으려면 자녀가 현금을 빌릴 때 법정 대여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지불해야 하는 이자를 적절히 산출한 뒤 이자와 원금을 함께 상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여의 취소 규정’을 활용해 절세를 도모하는 방법도 있다. 증여한 주식의 가치가 증여일 이후 하락한다면 증여세 신고기한(3개월) 내 증여를 취소하고 시가가 떨어진 시점에 다시 증여해 절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당 시가가 1만 원인 상장주식 1만 주를 증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럴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은 1억 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증여로부터 한 달 뒤 주당 시가가 8000원으로 하락했다면 기존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를 해 증여가액 8000만 원에 대한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과세가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절세를 도모하는 사례가 제법 많다.
다만 증여받는 자산이 부동산이면 증여취득에 따른 세금(취득세)은 취소되지 않기 때문에 절세분과 비교해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한다면 ‘별일 없겠지’ 생각하다가 뜻밖의 증여세로 커다란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재희 세무법인 혜움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