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이었나 보다
2023년 6월 21일 (수) 오전 5:58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날(Father's Day)이었다. 매년 같다. 6월 3째 주 일요일. 그리고 참고로 어머니날(Mother's Day)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이다.
그 며칠 전, 큰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요일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 같이 하자고. 메뉴는 아빠 좋아하는 생선회와 스시로 한다 고. 곧 이사 가기 위하여 준비에 바쁠텐데, 그냥 레스토랑에 가서 가족 식사했으면 좋을텐데... 우리 크로이 할무이(아내)와 둘째는 그렇게 걱정 겸 중얼되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오랫만에 회와 스시 신나게 맛있게 먹어보자!'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틈나면 잘한다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테이크 아웃하여 먹었기에 모두가 잘 먹고 좋아한다. 할무이만 아이들이 보채서 겨우 억지로 몇 점 먹는 것 같고. 며느리도 손녀 크로이도 제법 먹는다.
일요일 아침, 가볍게 아침을 먹고 오전 11시 반에 도착하니 그때 마침 며느리 차가 저거 집 입구에 도착하더라.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고 나는 당연히 손녀 크로이를 잡고 얼싸 안았다. 많이 컷다.
"하라부지 멋져요~ 잠깐 여기서 기다려요"
하고는 집 안으로 달려갔다 가 이내 손에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라부지 이거."
하고 내미는 푸른색 봉투를 열어보니 지가 직접 쓴 글 '내 할아버지가 되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내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라고 쓴 카드와 3만 오천원 짜리 즉석 복권이 들어 있었다. 나는 감격해서 다시 그 넘을 꼭 끌어 안았다. '이 넘이 70 할배를 울리는 구나. 벌써 이렇게 재주가 좋아 커서 무엇이 될꼬' 생각했다. 오늘까지 그 복권은 카드 속에 넣고 바로 내 옆 벽에 그 카드를 붙혀 놓았다. 안 그려 볼거다. 그리면 끝. 안 그리고 안 벗겨보면 나 갈 때까지 함께 간다~. 오 마이 갓. 혹 35,000 달러가 되어 있다면 ㅎㅎㅎ. 이것이 소실대탐(小失大貪)이고 포기의 아름다움이다.
새로운 하우스로 이사 가니 왠만한 전자기기는 팔거나 두고 가게 되고 이미 날짜에 맞춰 구매하여 지불하고 배달을 예약해 두어서 집에는 생각 보다 오히려 간단하게 단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부엌 테이블에 가지런히 차려 둔 사시미와 스시 장국 셀러드 아이스크림 음료수 들을 입맞에 맞게 가져다가 먹었다.
며느리가 잘 먹고 손녀가 잘 먹고 할무이가 잘 먹고 두 아들이 잘 먹는 탓에 내가 더 잘 먹었다. 결국 다 잘 먹네 ㅎㅎㅎ. 나는 세 접시 가득. 좀 과한 거 아닌가 생각들 정도로 먹으며 집 팔고 사는 전 과정의 에피소드를 놀라기도 하고 혀도 차고 웃으며 들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진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몸이 무겁고 대화하기가 싫어지고 눕고 싶었다.
배가 아파서 눈을 떠 일어나니 새벽 2시였다. 바로 화장실 변기로 가서 설사. 그냥 누런 물 같았다. 이상하다 이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엉덩이를 물로 닦고 잤다. 다시 일어나니 4시 20분. 역시 물 같은 설사. 다시 엉덩이 곳 곳을 비누로 깨끗이 잘 닦았다. 할매 코가 너무 예민해서. 특별히 아픈데는 없었다. 출근할 때 할무이에게 운전대를 줄까 하다가 그래도 아직은... 하며 그래도 go~.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지 않았다.
"Are you sick? (You)look like so.
니 어디 아프냐? 그렇게 보인다."
몇 번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들었다.
'그래. 아프다. 맴이 아퍼서 죽겠다' 속으로 혼자 말하곤 정말 3시에 퇴근했다.
그 사이에 먹은 쌍화탕 1병과 밀크씨슬 500mg 한 알과 타이레놀(발 등 아크 부분이 갸웃으로 미세한 통증이 오고있었다) 1알 이 그제서야 작동하는지 점 점 상태가 좋아졌다. 에이진 코드 역에 도착하니 멀쩡하였다. 다만 다른 것은 잠이 억수같이 쏟아졌다. 할무이의 걱정을 뒤로 하고 흰죽을 한사발 먹고 그대로 침대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오늘. 평소와 같이 멀쩡하게 일어나 운동 가볍게 하고 출근하였다.
그 날, 먹은 음식은 사실 내가 좀 욕심내었다. 사시미는 튜나, 와이트 피쉬, 세먼 그리고 넙치(halibut)였다. 다 내가 좋아하는 회였다. 할무이가 금방 만든 초장(초장은 최고로 잘 만든다)으로 거의 내가 다 먹었다. 스시도 2 접시 다 먹었고 또 며느리가 손녀가 가져다가 주는 스시도 다 먹었다. 게다가 체리와 수박도 먹었고 아이스 크림도 주는대로 먹고 커피도 마셨고 밖에 나가서 담배도 2 가치 피웠다. 하여튼 분위기도 그렇게 만들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말을 새삼 알았다. 그리고 나는 더 내공 수련을 해야 한다. 허지만, 그게 잘 될까?
나는 지독히도 없는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오로지 몸뚱아리 밖에는 없었다. 말이 대구 명문고생이지 학비에서 먹는 것 까지 내가 다 벌어야 했다. 지금 생각에는, 전교에서 아마도 내가 제일 없었다. 매일 배 고팠다. 누가 나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 혼자 였으니까. 그때는 조폭에 들어 갈 기회도 있었다. 나 같은 넘이 적격이었으니까. 안 들어갔다. 대망의 꿈이 있었거든. 그래도 배는 고팠다. 하숙생이 아니고 돼지우리 같은 작은 방 하나에서 생활하는 자취생이었거든. 그 때도 제대로 잘 생겼었다. 그래서 몇 몇 친구 집에서 혹은 신문 배달 하며 혹은 그냥 아는 아줌마 집에서든 딱하고 애처럽다고 밥을 주면 이밥이든 보리밥이든 반찬 관계없이 사양않고 무조건 잘 먹었다. 그래도 자취방에 늦게 돌아가 힘들게 먹는 라면이나 수제비 보다 낫거든. 그래서, 많이 잘 먹어주는게 도리라 생각했고 또 내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는 아줌마들도 누나들도 많이 잘 먹는 나를 좋아하더라. 그게 어른이 되고 지금까지 버릇되고 생각이 그렇게 되었다. 먹고 죽은 귀신은 색깔도 이쁘다 라는 생각이 ㅎㅎㅎ.
이 나이에 다시 또 알겠다. 이제서야 잘못되었고 먹는 것에 대하여는 최소한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새겨야 된다 고.
이제서야 말하지만, 정말 소탐대실(小貪大失) 할 뻔했다. 끝.
아이구~ 두야 ㅎㅎㅎ.
첫댓글 아고 과식을 할 만하네요
맛있어 보입니다
과식. 이 나이에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위기에다 막고 싶은 것들. 결국은 유혹에 넘어가 뿟다 아닙니까. 정말 소탐 대실 할 뻔 랬습니다. 올리신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좋고요. 시간이 나지 않아 일일이 댓들을 달지 목해서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날들 되십시요~
제임스안 친구님
잘나가다 탈 났다는 소리에
가슴 덜컹
사실 이렇게 맛있는 응식 과식
당연하지요
한데 제경험 젊을땐 과식해도
넘어갔는데
지금은 맛있다고
과식하면 꼭 배탈나요
고로 저는 아무리 맛있어도
더 먹고싶을때 수저 내려놓치요.
오늘도 점심 쭈꾸미
욕심내다 남겼어요
지금 편해서 잘했다
저를 칭찬합니다.
친구님 잠시 고생 끝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아버지날 축하드려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걱정끼쳐서. 청담골 친구님, 감사합니다. 님 같이 유혹에 넘어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 넘의 회가 뭔지 ㅎㅎㅎ. 제 배는 아주 소화 잘 시키는 강철 톱니바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데요. 큰 일 날 뻔 했어요. 유혹에 넘어가 시림 갈 뻔 했습니다. 이제는 정상이고 점심시간에 겨우 댓글 씁니다. 좋고 아름답기 까지 한 글 잘 읽고 새기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 밤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주무시길 바랍니다~
ㅋㅋ 선배님 먹고 죽은 귀신은 색깔도 좋다더라가 아니구요 ㅎㅎ
묵고 죽은 구신은 땟깔도 좋다더라 입니더
ㅎㅎ 저도 학창 시절에 운동을 하였고 조폭 제의도 많이 받았죠
걔중의 몇몇 친구들은 조폭에 들어갔고 영화에도 한 번 씩 이름 내밀고 그러더군요
결과는 별루 이기에 그 때의 나의 선택이 올았다는 것이죠
선배님의 선택도 올바랬고요 그래서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죠
저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 식성이라서 열씨미 묵고 또 배탈에 들락거리고
그러는데 요즈음은 소식을 한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살도 한 10키로 뺏어요 지금도 한 덩치 하는데 100키로 육박하는몸
생각해보세요 완죤히 곰팅이죠 ㅎㅎㅎ 이렇게 선배님과 나누는 댓글이 재밉답니다.
언제나 홧팅하시고 건강하게 할무이님 하구 알콩달콩 하게 잘 시셔야 합니다^^
옛날 같으면, 그래. 니 똥 굴다. 니가 다 해묵어라! 했을텐데... 이 넘 바다가 파도가 심해 배를 못 띄우니 ㅎㅎㅎ. 박희정 님,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 정말 건강에 유의합시다.
특히 먹는 것의 유혹에. 한국은 더 심하겠지요. 냄새와 비주얼의 유혹이 난무하는 강호의 식 적들, 어찌됐든 싸워 이기십시요. 가끔은 적당히 져 주시고. 입도 삶을 즐겨야 하니까. 보고도 못 먹는 서러움. 아는 사람은 앎니다. 즐거운 나날 밝고 멋지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이 밤도 평안하게 주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