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좋다고 한건 먼저 너 였잖아. 난 널 위해서 연지랑 깨졌어. 근데…… 이번엔 뭐가 맘에 안드는건데.”
“다시 말해줘? 질렸어.”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사랑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싫어하는거.”
“……”
“그게 사람 마음이야.”
그 말을 끝으로, 벙찐 얼굴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녀석을 까페에 두고, 까페를 나왔다.
까페를 나오자마자 난 가방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하나 꺼내어 펼쳤다. 그리고, 윤연지,배한준이라고 써져있는 부분을
볼펜으로 줄을 좌악- 그었다.
“……29번째.”
이때까지 밑줄을 그어온 이름들을 세어보니 모두 29개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피식-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사람의 마음이란 내가 이렇게 수첩에 밑줄을 긋는 것 처럼 쉬웠다. 그저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로를 약간의 오해를 하도록 만들었을뿐인데…아무리 금술이 좋기로 소문난 커플도. 한달도 채 안되어 깨지고말았다.
‘나’. 바로, 한온새라는 여자하나가 그들 사이에 낌으로써,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처럼 아주 간단히 깨져버렸다.
쉽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이처럼 쉽다. …… 눈물날정도로.
※ 통제구역 (부제: 나쁜 녀석들)
“온새야!!!!”
“민은아.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로 달려오는 은아.
아직 잠이 덜깬 난 소란스러움에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은아를 바라보았다.
“니가 윤연지,배한준 걔네들 다음에 깰려고 했던 김지혜, 강준혁 커플말이야!!!”
“응, 안그래도 오늘 작업할 생각이었……”
“깨졌데!!!!”
“……뭐??”
“바로 어제, 어떤 남자 때문에 깨졌데!!!!”
은아의 말에, 내가 놀란 얼굴로, 자리에 앉지 않고, 엉거주춤서있자, 은아가 날 억지로 앉히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알아낸 바로는! 그 둘을 깨뜨린 남자 이름이 오한울이래.우리랑 나이는 같은데, 학교는 안다니나봐.”
“……”
“…근데 그 남자 말이야, 너랑 같은 목적인 것 같에.”
“뭐가?”
“오한울이 김지혜한테 먼저 대쉬를 했데, 그래서 김지혜가 오한울이랑 사귀려고 강준혁을 차고 오한울한테 갔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이번엔 오한울이 김지혜를 찼데.”
“……”
“너랑 똑같은 전개야, 한온새.”
“……”
“어떻해?…어쩔수없이 그 다음커플을…어, 왜 그래?”
입술만 잘근잘근 씹던 내가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도로챙기자 흠칫- 놀라며, 내게 묻는 은아였다.
하지만, 난 은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어어? 온새야, 어디가?! 이번엔 니가 좋아하는 해부학수업이잖아! 온새야?! 한온새-!!!!”
별일 아니었다. 지구가 멸망할정도의 큰일도 아니었다. 다만, 애초부터 승부욕이 강했던 나에게
내가 계획했던 서른번째의 커플이 내가 아닌, 다른 이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는 사실이 내 화를 돋굳었다.
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인맥이 넓은 친구 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진희야. 물어볼게 있어서. 오한울에 대해서야.”
※ 통제구역 (부제: 나쁜 녀석들)
점심때여서 그런지 사람이 약간 많은 까페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까페를 한번 스윽- 둘러본 다음에, 햇빛이 잘 드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오한울.”
“…네??”
“오.한.울 불러주세요.”
오한울 이라는 이름에 악센트를 팍팍-주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한울을 부르러 가는 알바생.
그리고……
“……”
언제왔는지. 아무말 없이, 아무런 소리없이, 어느새 내 옆에 서서 날 약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
잘생긴 얼굴,매력있는 약간 까무잡잡한 구리빛피부에, 귀를 덮는 칠흙같은 검은머리가 굉장히 인상적인.
내 서른번째 먹잇감을 낚아챈 녀석. 오한울이었다.
“…오한울, 안녕.”
내가 보기좋게 생긋-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녀석.
“……”
“난 한온새. 서론 다 빼고, 본론만 말할게.”
“……”
“내가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거든, 니가 내 다음 사냥감을 가로채서 말이야.”
“……”
“그러니까.”
“……”
“나랑 내기하자”
내 말에 어처구니 없다는 실소를 터뜨리며, 그제서야 붉은 입술을 여는 오한울이었다.
“…뭐?”
“누가 더 나쁜지. 내기하자고.”
“……”
“희생양은…”
“이야- 진짜 질기다 질겨, 결국 백일까지 간거냐?”
“어쨌든 축하한다! 이혜인,신구름.”
난 까페에 들어올때부터 눈여겨봐두었던, 한쪽구석에서 백일파티를 하고 있던 두커플을 가리켰다.
“기간은 한달. 저 커플. 둘 중 한명이 상대방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하는 쪽이 이기는 거야.
당연히 내가 신구름. 니가 이혜인.”
내 손가락을 따라 그 둘을 잠시 바라보던 오한울이 이내,피식- 하고 웃더니, 싸늘하게 미소짓고는 날 보며,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들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아니, 이 게임에서 이기면, 각자의 쾌감이라는, 아주 달콤한 조건을 걸고서, 우리들의 잔인한 계약은 성립되었다.
아주아주 행복해 보이는 너희들. 처절하게 망가뜨려주겠어.
그렇게, 우리들의 잔인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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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짜 못됐네 아무 이유 없이 잘 사귀고 있는 커플을..
못되긴했는데.. 재밋네요 이런전개..
와우- 가상보고왔는데 진짜 재밌을것같에요!!!!!ㅋㅋㅋ
오!!!! 색다른 전개 내용. 구미가 당기는 군요!!!! 건필하세용.!!!!^^ 다음편 기대요~
우왕~소재,내용 모두다 반했어여!! 첨엔 걍 제목에만 끌려서 보게 됐는데 이젠 다음엔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해요ㅋㅋ십대는 물론 이십대도 생각지 못한 소재로 연재하시다닝ㅠㅠ매우 감탄했어용ㅋㅋ담편 기대 많이 걸고 가요ㅋㅋㅋㅋㅋㅋㅋ아 쪽지 보내주시는거 잊지말아주시구여;;;댓글 늦게 달아드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