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처럼 안아 줘

[푸른 눈동자]

 

안도현詩人의 러브레터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옥탑방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으니 색다른 일이 생겨날 리 없었다. 
한번만 안아 봤으면 좋겠다고 내가 어둠 속에서 말했을 때, 젖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그녀는 내게 등을 보이고 돌아누웠다. 
그리고는 사마귀처럼 안아 줘,하고 속삭이듯 말했다. 사마귀처럼 
안아 달라는 말, 그게 무슨 뜻인지를 선뜻 알아차리지 못해 나는 
잠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거렸다. 
그런 뒤 비로소 그것의 중의적인 의미를 알아차리고 허전한 심정
으로 그녀의 등을 껴안았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내 쪽으로 돌아눕지 못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꿈을 존중하기 위해서 사마귀처럼 등을 껴안아야 
하는 나! 그것도 "한 쌍"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생물의 행태였을까. 

                               -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 중에서 -






‘옥탑방’이라는 말 속에는 묘한 슬픔이 깃들여 있습니다.  옥상 위의 
방이라는 점에서 물위에 뜬 부초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안착하지 못한 생의 가난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 옥탑방의 문을 열면 라면 냄새가 코끝에 닿을 것 같고, 몇 권의 
책이 책꽂이없이 벽에 쌓여 있을 것 같고, "젊다"라는 형용사가 "곤궁
하다"라는 형용사를 만나 낮잠을 자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옥탑
방의 서랍에는 주택청약적금 통장이 하나쯤 들어 있을 것 같고, 구석
에는 그 옛날의 ‘비키니 옷장’이 덩그마니 놓여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마귀처럼 안아 줘." 

사마귀는 격렬한 교미가 끝난 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곤충입니다. 
사랑하는 암컷과 앞으로 태어날 2세를 위해 수컷은 기꺼이 몸을 내
놓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사랑, 사마귀를 따를 자 없습니다. 

배경음악 : Wild Flower / Richard Clayderman

[푸른 눈동자]

그 소설을 흔히들 '옥탑방 고양이'라고들 부릅디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

[쿠르테니]

사마귀가 부러워요.눈동자님 눈을 즐겁게 해주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