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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직하신 분께서 쓰신 글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글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재난 현장 경험이 있으신가요?
1. 이 글을 쓰는 이유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언론이나 국민들이 다들 이구동성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같이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내가 서울시청 감사실 계장으로 근무당시인 1994.10.21. 성수대교가 무너졌다고 해서 조사를 위해 바로 현장에 갔고 비를 흠뻑 맞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오는데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하여 조사는 하지 않았다.
약 2달 뒤인 1994년12월 급히 만든 조직인 도시시설안전관리본부 서무과장으로 발령이 났는데 6개월 뒤인 1995.6.29 저녁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자 전 직원이 거의 현장에 매달려 있는 관계로 나도 현장을 수시로 갔고 저녁 퇴근 후에는 현장에 가서 밤 12시 까지 있다가 집으로 가는 생활을 약 2달간 하였다. 96년 초 조직이 개편되어 건설분야까지 통합되었는데 98.5.2 태릉역 침수사고가 발생하자 간부들이 또 현장에 가서 매달리므로 수시로 현장을 다녀야 했다.
이렇게 현장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므로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2. 매뉴얼이 없어 사고 수습이 잘 안되는가?
지금 언론은 매뉴얼이 없거나 부실해서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난리고 정부는 매뉴얼을 새로 만든다고 난리다. 과연 그럴까?
성수대교가 무너진 당일 아침 평소처럼 아침 8시 20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누가 현장을 가라고 하지 않았지만 가봐야 될 것 같아 당시는 핸드폰이 시청 총무과에만 몇 대있어 그걸 빌려오고 카메라를 준비하고 과장이 국장과 상의한 뒤 바로 현장을 갔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그 시각은 최병렬 시장 퇴임식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되기로 되어있었는데 간부들이 퇴임식장으로 가다가 붕괴소식을 들었는데 기술직들이 본부장과 전화로 상의하여 바로 인근에서 성수대교 복구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현장에 있는 인부들과 장비를 가지고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으로 가라고 하였다.
즉 간부들이 내 일처럼 생각하고 즉각 조치를 취해야지 사고가 매일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매일 매뉴얼만 들여다 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사고가 나면 언제 매뉴얼을 찾아 읽어보고 하여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책임자 급이 되면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즉각적인 반응을 하여야지 매뉴얼을 보고 한다는 것은 초보자가 하는 짓이다.
3. 전담조직이 없어 잘 안된다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소방방재청을 만들고 기구와 장비를 늘리고 요란 하였는데 그 뒤 새로 생긴 기구가 할 일이 거의 없으므로 그저 훈련이나 하고 하였는데 다른 눈으로 보면 예산 낭비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재난에 대비한다고 각 기초자치단체에 과(課)를 신설하라고 정원을 늘려주었다. 그런데 막상 할 일이 없고 권한도 없으니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가 되었고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필요 없는 기구처럼 보였다.
지금이니까 기구를 신설해야 된다, 전문가를 채용해야한다 난리인데 5년이고 10년 동안 대형사고가 나지 않는데 그런 기구와 인원, 장비가 필요하다고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하는데 대형사고가 났으니 무언가 하였다는 하나의 면피행위일 뿐이다. 당장은 예산도, 인력도 잘 확보가 될 것이지만 3년 쯤 지나면 슬슬 달라질 것이다. 예산도 덜 줄 것이고 직원들은 슬슬 다른데로 도망갈 궁리나 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모든 사고는 안전처가 도맡아 처리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그저 옥상옥일 것이다. 다른 부처를 들들 볶다가 언제부터 인가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 업무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것은 특별한 것을 제외한다면 해당 지역(도) 소방본부장이 책임자가 되어 지휘하도록 하고 바다는 지방 해양경찰청장이 지휘하면 된다. 군부대 사고는 군부대장이 하면 되고 환경오염 관계 등은 관할 관청에서 지휘하면 된다. 지하철은 해당 자치단체장이 하면 되고.. 평소 각 지역에 있는 소방이나 경찰, 군부대 등이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에 본부를 설치한들 해당기관에 대고 보고하라고 독촉이나 하지 자기네가 가서 수습할 것인가?. 엊그제 서울지하철 사고가 나자 국토교통부에 대책본부를 설치하였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자료 보내라, 보고서 내용이 미흡하다 등등 사고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을 한다. 중앙에서는 예비비를 신속히 보내주면 된다.
4. 현장을 아시나요?
(1) 일하는 사람보다 보고 받으려는 사람이 많다.
왜 이런 사고가 나면 모두들 난리인지 모른다. 직접 관련도 없는데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이상한 것 같아 부하 직원에게 현장 돌아가는 것을 알아보라고 한다. 일할 사람은 적고 보고 받을 사람은 많고 지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말단직원은 높은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니 급하게 보고하다 보니 자꾸 틀린다. 그러면 왜 틀리냐고 꾸중을 하니 실무자들은 일하기도 싫고 짜증이 나고 더 정신이 없다. 과연 높은 사람들이 몰려가고 특히 정치인들이 몰려가서 무슨 도움을 주나.
제발 현장에 높은 사람들 가지 말고 직접 관련자가 아니면 보고서를 보려고 하지 말고 공식 발표가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2) 전문가가 너무 많다.
사고가 나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전문가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다들 나름대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악을 쓴다. 그러면 마음이 급한 관련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외면하자니 찜찜하고 내용을 모르는 주장이니 들어주기도 그렇고 하여 망설인다. 그러면 주위에 있는 훈수꾼들이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래서 또 우왕좌왕하게 만드는데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을 결정하는데 너무도 자기주장이 강하여 일을 더디게 한다. 장기 두는 사람은 하나인데 수십명이 훈수를 두면 장기가 잘 두어질까?
(3) 자원봉사자가 조금만 있었으면
요즈음도 언론은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많이 왔다고 칭찬을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적십자봉사단이나 부녀회, 해병전우회 등은 정말 열심히 조직적으로 일을 하여 현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 외에 많은 자원봉사단체가 오는데 잘 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일부는 생색나는 일은 서로 한다고 하고 일부는 술먹고 행패를 부리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일부는 도둑질을 하기도 하여 현장을 어렵게 한다.
어떤 분들은 밥 먹고 술 먹고 간식 먹고 아주 살판이 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단체나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이들을 통제하거나 이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도 일손을 빼앗는 일이다.
5. 언론이 문제다.
제일 문제는 언론이다. 1995년 초에 일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었다. 내가 근무하던 도시시설안전본부에서 토목직5급 1명을 현장에 보냈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오라고...갔다온 사람은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일본도 잘못 된 부분이 많이 있는데 언론 스스로 잘못된 부분은 보도를 하지 않더란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그런 보도가 전부 외국으로 나갈 수 있으니 결국은 나라 망신이 아니냐 하더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떤가? 언론사마다 검증되지도 않은 이야기를 사실인양 보도를 하고 뭐 지금 보면 전부 문제투성이라고 한다. 악조건 속에서 고생하는 잠수부나 민간인이 어선을 가지고 와 고생하는 분들을 대서특필하여 사기를 높여주면 안되나? 그저 나쁜 것만 골라서 보도를 하는 그 사고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몇달전 기름 유출되는 선박에 밧줄을 타고 내려가 막은 해경 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그런 사람들 보도는 아주 인색하고 그저 남이 잘못 한 것 보도에는 열을 내는 언론사 자체나 기자 자체는 과연 얼마나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인가? 단연코 그 사람들도 그런데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니면서 자기들은 무슨 달나라에서 온 사람들처럼 떠들고 있다.
6. 이론으로만 떠드는 사회
이번 사고가 나니 감사원에서 감사를 하겠다고 나섰다는 보도를 보았다. 아니 이 판국에 감사원까지 나서서 난리를 치면 일할 사람은 빤한데 언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감사원은 그동안 무엇했나? 우리가 하는 일이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불이나면 소방관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끄고 인명을 구출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기자나 감사부서나 국민들은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생각하여 소방관들이 이렇게 이렇게 했으면 불 번지는 것을 막고 인명 손실이 적었을 것 아니냐고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잘 안다고 하는 정치인과 전문가, 기자 등으로 현장사무실을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왜? 그들은 현실도 모르면서 이론만 알고 입으로만 떠들고 있으니까...
7. 요즈음 공무원 생리를 모르는 사람들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논조를 보면 공무원들이 변한 것을 모르는 눈치다. 내가 느끼기에는 김영삼대통령 때부터 변하기 시작하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많이 변했다.
그 전에는 대통령은 여당만 했으므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야당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고위직으로 왔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는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고위직으로 많이 왔고 그런 연줄을 타고 승진을 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제는 한곳만 쳐다보면 안 되게 되어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고위직이 되면 여당, 야당 양쪽에 줄을 대고 적당히 인연을 맺어두어야 하고 내부 자료도 적당히 주어야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대통령은 5년 단임이니 지시를 하면 하는 척 하다가 자기에게 불리하면 뭉개고 세월 가기만 기다린다. 개인회사로 치면 오너는 없고 낙하산 사장이 와서 5년 있다가 가니 그간 적당히 하면 되는 것이지 뼈 빠지게 해 보았자 사장이 바뀌면 찍히기만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더하다. 그전에는 뭐라고 해도 대체로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러므로 열심히 하면 무언가 된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 일 열심히 한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다. 주차단속을 열심히 하거나 노점상을 열심히 단속하거나 음식점 영업 위반을 열심히 단속하면 주민들이 선출직들 한테 불평을 하므로 선출직들은 표 생각을 해서 그런 단속을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저 적당히 일하면 되고 승진은 줄을 잘 서느냐에 달려있지 일하는 것 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는 실정인데 누가 신명나서 일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인들은 그저 자기 생색만 내려하고 공무원들도 몸 사리는데 정신을 쏟고 언론은 자기들 행태는 안 바꾸면서 남 욕이나 하고 국민들도 자기는 바뀌지 않으면서 정부 욕하고 정치인 욕을 한다. 정치인들을 누가 뽑아주었나. 국민들이 잘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고향 따지고 학교 따지고 성씨 따지고 투표하고는 욕을 한다. 며칠 있으면 지방선거가 있지만 프로필이라도 읽어보고 나라 장래를 생각하고 투표할 사람이 몇이나 되나. 그저 투표장에 갔다가 대충 투표를 하던지 아니면 놀러가던지 하고는 정치인들을 욕한다.
8.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성수대교 사고 이후 1개월에 한번 정도 일요일에 한강에 있는 다리 하나를 교통통제하고 상판을 들고 보수공사를 하였다. 처음에는 불만이 없었는데 6개월쯤 지나니 슬슬 항의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바쁜데 다른 다리로 돌아가라고 한다면서.. 그러다 1년 쯤 지나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하고 언론도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국민들이 안전, 안전 하는데 1년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을 것이다. 요사이 다들 입으로 안전불감증이라고 하면서도 에스컬레이터 탈 때 손잡이를 잡는 사람은 10%도 안 되고 걷거나 뛰지 말고 두 줄로 타라고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좌측에 타고 서 있으면 지나가면서 궁시렁 거린다.
또 지하철에서 서 있을 때는 손잡이를 잡으라고 하지만 그저 카톡하느라고 두 손이 정신이 없다. 승용차 뒷좌석도 안전벨트를 하라고 하지만 나 자신도 앞좌석에서는 꼭 하지만 뒷좌석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민방위 훈련할 때 동참하기 보다는 바쁜데 귀찮게 한다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거의 전부다. 이렇게 나 자신을 포함하여 국민 거의가 안전에 대해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수로 안전한 국가를 만들 것인가?
나는 국민들이나 공무원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삼풍 사고 같은 대형 사고가 나면 또 허둥댈 것이다 고 장담을 하였는데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을 보면서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지금 또 얘기하지만 10년 뒤쯤 이번처럼 대형사건이 터지면 또 마찬가지로 허둥댈 것이다.
누구의 책임이다. 누가 책임을 져야한다 난리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 어느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다. 다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나부터 안전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https://blog.naver.com/2008jsl/70190310512
첫댓글 이런 분들은 정년후 10년 정도 그 분야에 일을 더 책임있게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소신있게 일을 해야 되는데.....
삼풍 현장부터 잔뼈 굵었던 공무원 다수 퇴직. 그래도 또다른 전문가들이 있어요.
제일 문제는 언론이라는군요~
자기 불편한거 못참는 조중동 개돼지들이 문제죠.
현장직을 무시하고 책상물림들이 이래라 저래라 위에서 난리니 될 것도 안되죠. 세월호 때도 해경이 지휘를 맡고 정치인들은 가만히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문가야 천지 아닌가 ? 정부에, 국회에 ...
좋은글입니다 현장에서 경험한분이니 이런 깊은 속내막을 알수있는거죠 결론은 메뉴얼만 보강해도 안되고 윗대가리만 바꾼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다같이 바꾸어야한다는거
서울시 재직 후 퇴직하신분 글 읽고 조그마한 보탬이 될까 글 올려봄니다.
위 글은 앞으로 대형재난에서 잘 대응해서 피해를 줄이고 빠른 복구를 바라는 글로 이해하고 말씀드림니다
참고로 전 현장에서만 28년 근무하고있슴니다.
*대응 매뉴얼, 전담조직 있음니다. 각 공무원조직 군 경찰별로 시청 종합상황실까지
*왜 잘 대응했다 체감하지 못할까요-윗 글에서 처럼 여러가지 요인이 있슴니다.
*평상시에는 말도 많고 서로 밥그릇 차지하려 예산을 배정받고 인력을 추가하려 아귀다툼이지만 정작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손에 피묻히고 대응하는건 소방입니다.
*제천화재에서 누구나 다 알수 있게되였지만
*
고견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100번 누르고 싶은데 1번 밖에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