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조사선을 하게 되면 삿된 길로 안 가고 바른 길로 가게 되고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철에 여기서 철야정진을 할 때, 어떤 도반이 정진을 열심히 하다가 뭘 외우는 듯이 중얼중얼해요. 그러더니 일어나서 칠판에 뭘 써요. 진언을 쓰는 것 같아요. 나중에 왜 그랬냐 물어보니까, 삼매 가운데 그 진언이 생각이 나더라는 거에요. 그래서 그걸 썼다고 그러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면 스님도 아시겠지만 여기 공부하는 도반 중에 열심히 공부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은 사람도 있거든요. 몇 개월 상당히 오래.
그런데, 스님 말씀대로라면, 또 스님이 여기 주석해 계시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부처님의 정법안장 심인법이 조사스님들을 통해서 스님까지 내려와 있는 선지식 도량인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궁금합니다. 그 사람 업(業) 때문에 그런 건지, 바른 공부를 한다면, 그 동안에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인데, 왜 그런 정신병에 걸리는 건지 우선 알고 싶고, 두 번째, 어떻게 해야만 그런데 안 빠지는 건가? 세 번째, 만약 그런데 빠졌다면 어떻게 해서 바로 갈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궁금합니다.
[대원스님]
그건 공부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런 소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요. 정신적인 성분을 타고날 때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이 공부를 안 하고 딴 걸 해도 그래요. 전에 내가 아는 분이지만 대학교수인데 갑자기 정신이상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교수를 못했지요. 자꾸 희한한 소리를 하니까, 남이 이해를 못하는 소리를 자꾸 하니까 그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걸 의학적으로 조사를 하니까 그런 소지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났어요.
그러니, 그런 사람이 여기 절에 와서 참선한다고 하니까 그게 드러나는 거지요.
그런 사람일수록 여기 스님한테 와서 공부하는 방향이라든가 나아가는 길을 철저하게 단속을 받아야 되는 거라요. 경책을 받으면서 안 하고 그냥 혼자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요. 철저하게 스님한테 지도를 받아야 돼요. 그 공부하는 화두하는 가운데 어떠한 것도 다른 생각이 일어나는 거는 용납하지 않는다, 긍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딱 서 있어야 되거든요. 화두 이 외에, 내가 화두를 ‘왜 뜰 앞의 잣나무라 했을까?’ 그 해답을 얻으려고 깊이 자꾸 참구해 들어가는 길에 다른 ‘그건 이런 것이지’하는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건 아니다.' 하고 그걸 긍정하는 게 아니라 부정해 버리고 다시 화두를 참구해 나가는 것이 공부 지어가는 방법이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나쁜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아요. 없어요 그건 절대. 그런데 그게 약한 사람이 있어요. 끌려가요 자기라는 생각에. 끌려가는 사람은 정신이상이 있는 거라요. 스님들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대중]
그럼 만약에 그런 마장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됩니까?
[대원스님]
그런 마장에 빠졌을 때는 화두를 바로 해 나갈 수 있도록 경책을 해줘야지요.
[대중]
아까 사례로 말씀드린 두 분 다 지금 우리 도반이고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들 그걸 느껴야 되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는 겁니다. 중요한 문제라서.
[대원스님]
그래 그러니까 그 사람이 끄달려서 그렇다니까. 자기한테. 자기한테 일어나는 망견(妄見)이거든. 망견에 끄달려서.
안 끄달릴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다시 깊이 몰두해 들어가야지. 그러면 그게 제거가 됩니다. 다른 일체 모든 생각이 제거가 되지요. 얼른 ‘내가 속았구나. 내가 화두를 놓쳤구나.’ 얼른 알고 빨리 화두로 되돌려야지요. 이것(생각)을 보고 긍정하는 상대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긍정하는 거 아닌가. 안으로 내면적으로도 객관적인 생각이 돼 있고 주관적인 생각이 돼 있듯이, 안의 내면세계에서도 뭔가 일어났을 때 그건 벌써 객관이란 말이야. 내가 보는 주체가 있고, 나온 생각은 벌써 객관, 객체란 말이지. 객체를 보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 일어나는 현상(객체)을 보는 주체가 있잖아. 보는 놈을 되돌려서 ‘이 놈은 뭐냐?’ 하고 그 놈을 다시 깊이 추구해 참구해 들어가버리면 그 나타난 망념에 끄달려 가는 게 아니라 그 놈이 일체가 다 무너져 버리지요. 그러면 그 사람은 절대 그런 현상이 안 나타나지요. 열심히 그렇게 참구해 들어가면 그런 게 나타나질 않고 속지도 않지요.
(17.02.19 대원 큰스님 소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