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서원瀟陽書院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 769
소양서원瀟陽書院
소양瀟陽
무슨 뜻일까.
-소양서원瀟陽書院-
瀟(소) : 풍우소리 ‘소’
陽(양) : 볕 ‘양’
바람소리...! 비 소리...!
풍우...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가슴이 찡하게 통할까. 고고 창창하고 의미심장하다. 만일
한시漢詩에 <瀟陽>이란 문구가 등장했다면 이걸 한글로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까. 무슨 영감을
두드려야 하나. 한글과 한자사이에서 미아가 되어 한참 헤맸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加恩邑 왕릉리旺陵里
후끈후끈한 대지의 열기와 함께 모처럼 밟아본 고향 땅이 흡사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희양산, 대야산이 북쪽을 둘러막고 동쪽으론 주흘산이 버티고 있어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한양천리 과거길 선비들의 면면이 서려있는 새재의 3관문이 턱을 고이고 있고, 문경8경중
3경으로 일컬어지는 용추계곡, 선유동계곡 백운대등으로 충북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수도사찰 봉암사, 후백제 견훤의 출생에 관한 전설이 있는 ‘금하굴’ 또 근년에는 항일독립
투사 이강년선생의 탄생지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가은읍加恩邑과 농암면籠岩面 사이에 ‘소양서원’이 있다.
그러니 6.25전란 시 하기방학 때, 신문지를 잔뜩 묶어 둘러메고 한자글씨공부(주로 之자를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난다)를 위해 이 길을 지나갔지만 여기에 서원이 있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수 십 년 세월을 그냥 지나치다가...이번에 못난 후손에 의해 쓸쓸히 발견된 걸 보면,
무상하기도 하고, 또 뭔가 놀라운 데가 있다.
직계조상의 면학 터임에 틀림이 없으렷다.
후손을 어떻게 교육시킬까보단 조상이 어떤 분위기에서 면학을 하였는지가 더 궁금하다.
나이는 먹고 볼 일이다. 이제 철이 좀 드나. 역사적이란, 항상 담 너머에 있는 남의 집 문패
가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곳이 아득한 옛날엔 백제 땅이었다는 사실이 왠지 향수를 더 자극한다.
서원書院 앞, 누가 보아도 배산임수가 명확한 곳...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하여 방치된 연못의 풍광이 예리한 바람을 일으키며 가슴을 도려낸다.
몇 천 년 전 고궁의 뜰 앞에 선 기분이다. 땅도 빛이 바래나. 연꽃은 어디쯤에서 고고했을까.
비도 비다운 비가 나리지 않았나. 바람도 바람다운 바람이 불지 않았나.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기 보단 삼추가 여일각이란 말에 더 실감이 간다.
-‘사라호’ 때 연못사건-
그러니 고2추석 무렵...비바람이 좀 세차다싶은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그렇게 역사적인 비
바람인 줄이야 나중에 알았다. 마침 우리 집은 수성 못에서 발원하는 농업용수로를 이용하여
마당에 연못을 꾸미는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배수로 설치가 미흡하여 마당이
그만 하룻밤 사이에 물바다가 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무엇을 염두에 두고,
아니 무슨 영감으로...아니 무슨 유전인자가 작동하여 넓은 마당을 송두리째 연못 화하려고
하셨을까. 며칠 후 낯선 흙으로 복구되긴 하였지만 허망한 꿈이 되고 만...연못사건이었다.
옛날... 소양서원 앞 연못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숙연하다
불현듯 무슨 영감이 떠오를 땐 뭔가가 있다.
차츰 농도가 진해진다. 숙원사업인가. 감개라기 보단 교감이 앞서고, 감회라기 보단 영감이다.
이번 고향방문은 무언가 얻을게 있을 것이란 감은 잡았지만 이렇게 알뜰한 망외소득을
올릴 줄이란 예상 밖이다.
-소양 지池-
보고 싶구나. 송두리째 안아보고 싶구나. 인근에 산다면 연못복원사업에 집착이 실린다.
불어라 바람아.
어떤 바람이라도 좋아할 나이가 되었다. 작은 어항이라도 하나 장만하여 붕어 몇 마리 넣어
책상머리에 갖다 놓아야 되나 어쩌나. 아서라, 방생이다. 이제부턴 무조건 방생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세월도 한바탕 방생이 아니던가. 천지가 개벽 되는 파도소리가 들리는듯하다.
태풍이 지나간 풍우소리 해맑다.
세상사가‘비바람’이라면...소양은‘바람비’라고 적고 싶다.
지나간 일이‘비바람’이라면 다가올 일은‘바람비’일러라.
서늘한 아침공기
애연가시절에 입에 물었던 한 대의 담배가 그립다.
아, 태양의 향기여.
圓柱
물 없는 연못... 아침햇살에 목이 젖는다
첫댓글 소양서원瀟陽書院----과문한 탓인지ㅡ 처음 접해보는 서원입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문경을 수없이 드나들고 지나 다녔어도, 소양서원---그 이름 처음 들어보네요!
다음 기회, 지날때 꼭들려, 연못 앞에서서 圓柱 兄의 소회를 생각하며
떠 오르는 감회가 있다면 짧은 글이나마 써보고 싶군요!
부끄럽소이다. 少弟도 이제야 들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