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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03. 수요일
타데우스
국제늬우스 지난 기사 |
감청 논란 시즌2
에드워드 스노든이 세상에 폭탄을 투하한 지도 2년 여가 지났다. 폭탄이 투하 될 당시만 해도 관련국가 모두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였던 이 사안은 시간이 지남에따라 시들해지고야 말았다. 독일만 빼고.
일단 지금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석 줄 요약해 보자면,
1.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이 너거들 다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한 후 러시아로 'ㄱㄱ'
2. 근데 느그 정치인들(대표적으로 독일 메르켈 총리 포함)역시 포함되어 있었음. 메르켈 살짝 삐짐.
3. 근데 알고 보니 독일도 미국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자국 언론에서 다 까발림. 메르켈 살짝 삐질;;
위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일 년이 넘게 독일 국회에서는 위원회를 구성해 BND와 NSA가 헌법을 얼마나 위반했는지, 과연 독일 정부는 BND와 NSA의 활동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 대해 조사해왔다. 그리고 의례 그렇듯 그 과정에서 수많은 뒷말과 추측성 기사, 음모론들이 퍼져 나갔다.
NSA(National Security Agency)미국국가안전보장국/BND(Bundesnachrichtendienst)독일비밀정보기관
그러던 지난달 29일 살짝 좌측 리버럴로 분류되는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이라는 매체에서 살포시 터뜨린 기사 하나가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BND가 NSA의 프랑스와 유럽의회 감시를 도와왔다."
기사 석 줄 요약.
1. BND감청센터가 다년간 NSA의 유럽국가들 감시활동에 이용됐다. 이는 내부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2. 확인된 곳 중에 프랑스 외교부의 가장 높은 인물도 포함되어 있으며 유럽의회도 들어가 있다.
3. 독일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으며 독일 기업들도 특별히 발견된 것은 없다.
그 이후 이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 연일 독일언론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독일의 정보기관이 미국의 정보기관을 위해 우방국인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 국가를 감시하고 사찰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NSA와 BND)가 생각보다 깊고 오래된 사이였다는 점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꼬붕, 아니 우방국들을 동원해야 했다. 아무리 미국이 강대국이며 정보에 능하다 해도 전 세계를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한편 독일은 당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과 IT 기술력을 가진 개발 도상국들이 신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자 독일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원래 독일이라는 나라는 느리게 돌아가고 안정된 사회를 좋아한다. 그만큼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조금은 느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독일의 IT 기술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독일에 미국이 달콤한 제안을 한다. 바로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 감청 데이터 센터의 맛을 보여 주겠다고 한 것이다.
BND 감청센터 / 바이에른 주 바드 아이블링(Bad Aibling) 소재
물론 독일을 위해 이 시설을 새로 지어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미국이 사용하고 있던 시설을 독일로 양도하겠는 것.(미국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시설을 독일에 넘겨준다는 것만으로 독일의 입장에서는 손녀딸을 안고 팔짝팔짝 뒤고 싶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한다) 당시 총리실 비서실장이던 슈타인마이어(현 제1야당인 SPD의 당수)의 주도로 NSA의 수장이던 마이클 헤이든과 BND 수장이던 아우구스트 한닝이 합의 각서를 (MOA:Memorandum of Agreement) 체결하기에 이른다. 그 안에는 두 정보기관의 정보공유(라고 쓰고 '일방적인 독일의 정보제공'이라 읽자)와 감청행위에 대한 모든 절차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2002년 바드 아이블링에서 독일 BND와 미국의 NSA의 한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무언가를 받았다면 그만큼 다시 토해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미국은 독일에 감청센터를 넘겨주는 대신 독일이 감청한 정보를 미국이 볼 수 있도록 합의했다. 독일은 미국이 원하는 정보 리스트를 넘겨받아 정보수집을 해주고 미국은 이 정보를 수집했다. 이러한 독일과 미국의 밀월관계는 여러 해 이어졌다. 이 스파이 혹은 감시프로젝트를 가리켜 아이코날(Eikonal)이라고 부른다.(아이코날이란 무슨 광학용어로 어쩌구 저쩌구한 의미라는데 읽어봐도 모르겠다. 아무튼, 옛 그리스어의 그림(εἰκών: 아이콘) 이란 뜻에서 나온 물리학 용어란다)
'코드명: 아이코날'
이 아이코날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미국과 독일은 아니 정확히는 독일 정보기관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해왔다. 2004년 BND는 독일 최대의 통신회사 텔레콤(Telekom 최근엔 T-com)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고 합법적으로 텔레콤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텔레콤(Telekom)은 독일 텔레콤 주식회사의 약칭으로 유럽 최대의 통신회사이다. 미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어마 무지한데 미국에서는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이 많지만 적어도 독일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망을 갖추고 있고 값도 비싸다.
도이치 텔레콤 (Deutsche Telekom)
독일 정보기관은 텔레콤(Telekom)을 활용해 유선, 무선 통신 내용을 들여다 본 뒤 그곳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미국에 넘기고, 미국은 다시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의 리스트를 독일 정보기관에 넘겨주고 독일 기관은 또다시 텔레콤(Telekom)에서 그 정보들을 가져오는 식의 정보공유 무한루프를 근 십 년간 꼼꼼하게 진행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수많은 법망과 유럽연합의 조항들 그리고 국제법상의 많은 것들이 언제나 그래왔듯 살포시 무시되어 왔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독일의 법률에 따라 할 수 없던 정보수집을 독일의 정보기관이 나서서 대행해주고 이제 와서는 독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BND에 따르면 자신들이 모은 정보는 필터를 통해 독일과 관계없는 정보만을 미국에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하지도 않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까지 이어진 이 아이코날 프로젝트에서 독일 법률과 저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부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의혹에 따르면 독일은 미국을 위해 유럽 내 우방국 27개 국을 감청해 왔다. 물론 그 세세한 디테일들은 보안의 이유로 아직 덜 까인 상태. 하지만 독일 언론은 이 사안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 지지부진하게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에게 이 사안이 여전히 관심사인 이유도 바로 끊임없는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언론 자유도 14위정도 되니 언론이 '까고 또 까고'를 맘껏 시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안보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고 넘어가자. 9.11 테러 이후 안보를 내세워 많은 스파이 행위를 한 것이라면 미국이든 독일이든 소위 '제3세계'라고 불리는 지역 혹은 내전이나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 국가에 대해서 스파이 행위를 했어야 한다. 최소한의 이해를 바란다면 그랬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과 독일도 이 점을 앞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곳들을 보면 미국 혹은 독일의 안보와 하등 상관없는 곳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군수회사와 정부기관이 감시 대상이었다. 에어버스와 유로콥터, 프랑스 외무부,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 유럽연합(EU)의 의회격인 집행위원회(EC) 등이 여기 포함됐다고 한다. 또한 <빌트>지에 따르면 독일 회사인 지맨스 역시 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BND 감시 대상국에 포함된 유럽의 27개 국 모두가 제3세계 혹은 전쟁과 상관이 없는 국가다. 아니 오히려 모두가 우방국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과연 무엇을 알고 싶었기에 안보라는 이름으로 절친(?)들을 엿봤는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미국은 자신들이 캐내고 싶은 기업 혹은 인물에 대한 IP주소와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BND에 넘겼는데 이 리스트를 공개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현재 독일 정치권은 무쟈게 시끄럽다.
물론 필자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는 조사위원회 크리스티안 플리젝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BND역시 법률에 기초하여 모든 독일인의 정보를 들여다본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모든 국민의 통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모두 감시가 되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증인으로 나온 BND 요원들에 의해 확인된 사항이라고 한다. 그간 독일에 거주했던 필자의 품번, 아니 취향이 BND에 의해 낱낱이 감시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할 수 있겠다.
사실 국가 안보를 위해 자신의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국민이 아니면 그 어떠한 정보보호도 필요 없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만연해왔다. 이를 반성하고 개선하자는 의미에서 독일에서는 현재 몇몇 국회의원이 자국민의 정보만큼 외국인의 통신정보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운동(자국민의 통신 정보가 잘 보호되지 않았다면 둘 다)을 진행 중이다. 물론 아직 그 힘은 개미 똥고 멍멍이만큼 미약하다.
이번 사건은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제 검찰도 개입하여 그간 정보기관이 어떠한 불법적인 일을 벌여왔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아이코날 프로젝트는 2008년 공식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이후 글로타익(Glotaic)이라는 프로젝트가 CIA와 시작되었고, 영국 정보통신본부 (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와도 '원숭이 어깨(Monkeyshoulder)'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각국의 거부로 인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NSA는 앞으로 미국인의 통신은 감청하지 않는다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미국인만 들어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특정 검색어를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는 통신에 대해서는 감청을 하게 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감청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건 현재 미국에서는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대세라고 한다.
입장 VS. 입장
“NSA 영국의 정보기관 그리고 우리의 정보기관에 따르면 독일에서 전방위적인 도·감청 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계속해서 음해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절대 법률을 위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총선이 있기 전 총리 비서실장 로날드 포팔라(Ronald Pofalla)가 언론에서 한 이야기다. 그의 말은 거짓, 즉 마치 누구처럼 그냥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그냥 막 질러본 말뿐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는 현재 도이체반(국영철도 기업) 대빵으로 낙하산을 타고 살포시 내려앉았다(그는 총리시절 EU가 추진한 철도운영 투명화 법안, 도이체반에 대한 감사 강화법을 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사건이 터지며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메르켈 총리는
“저는 이 자리에서 대외적으로 현재 총리실의 모든 구성원과 전임 직원 그리고 로날드 포팔라 역시 최선을 다해 자신의 할 일을 했다고 맹세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캐노답' 인 것 같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독일 정치권은 상당히 시끄럽다. 모든 자료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쪽, 안보를 위해 함부로 밝힐 수 없다는 쪽, 그 사이에 끼어있는 쪽 등 각자의 입장과 대응이 다 다르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60% 가량은 미국이 BND에 사찰하라고 건네 준 리스트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나머지 40% 가량이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딱 이만큼 메르켈 총리의 입장도 난처하다. 리스트를 공개할 경우 미국과 독일의 사이가 서먹해짐은 물론 독일에 어떠한 방향으로든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독일 내에서 총리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진다. 자국의 정보기관이 다른 나라를 위해 온갖 일을 자행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메르켈 총리의 다음 선거 '빠이빠이'가 당연해 보이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것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지' 좃선에겐 1면에 올릴 정도로 중요한 것일지 몰라도, 현지 독일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치인으로서의 본분이다.
어쨌든 독일은 독일 나름대로, 미국도 미국 나름대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적어도 이전보다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게 다 에드워드 스노든 덕인가? 아무튼 한 발짝 나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완전이 거꾸로 가는 나라가 있다고 해서 화제다. 바로 한국이다.
이번엔 넉 줄 요약.
1. 6월 1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회 제출 예정
2. 이통사의 휴대전화 감청 설비 의무화
3. 미래부 산하 통신제한조치감시위원회 설치 조항 포함
4. 여론조사에선 감청 실시 찬성 41.1%, 반대 42.4%로 팽팽
이란다. 어때 ㅎㄷㄷ 하신가. 이거 남일이 아니라 대놓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 일이다.
"이 모든 일은 결코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산업 스파이, 사회 통제, 그리고 외교적 우위를 위해서만 작동해왔고 앞으로도 작동할 것이다. 즉 이것은 권력을 위해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에드워드 스노든
참으로 다이내믹한 코리아라 할 수 있겠다. 그것도 거꾸로 다이내믹한.
아무튼 다들 깨톡에 쓸데없는 소리 하다 잡혀가지덜 마시고 무사히 다음 주에 보자.
출처: http://www.ddanzi.com/ddanziNews/958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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