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묵호 시내를 돌아다니다 왔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돌아다녔다. 할 일도 별로 없으니까.
돌아다니다 보면 운동기구가 있고, 걷다보면 버려진 화분이 있고, 눈 여겨 보면 문 닫은 가게가 있고, 하늘을 보면 별이 있고, 멀리 바라다 보면 동문산이 있고, 지나다 보면 이쁜 여자 엉덩이가 있고,
사람이 있고 하늘이 있고 별이 있고 바람이 지나가고 사람도 지나가고 구름도 지나가고 나도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단지 그것 뿐이다. 삶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나갈 뿐이다. 삶은 스쳐서 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일 뿐이다.
목적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목적을 가진다 해도 도달하지 못한다. 목적을 이룬다 해도 또 다른 목적이 생긴다.
과정은 힘들고 슬프고 화나고 기쁘다. 힘들면 힘들어 하라. 슬프면 눈물을 흘려라. 화나면 잠시 화를 내라. 기쁘면 잠시 즐거워 해라.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
과정 자체가 목적이다.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은 위험한 생각이다. 성장률이라는 각국의 통계는 국가간의 갈등을 낳는다. 전쟁이 된다.
현대 경제학은 목표만을 생각하는 수학적 통계다. 경제는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인문학이다.
어느새 잘못된 수치만으로 국민의 삶을 난도질 하고 있다. 성장률의 수치가 행복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현대 국가는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히틀러와 다름 없다.
우리의 삶은 과정이다. 목적은 오로지 죽음이다. 아니, 죽음도 과정이다.
죽어서도 썩고 분해되고 흡수되고 나누어지고 날아가고 흩어지고 다시 합해서 또다른 무엇이 되고 ......
이런 것들이 양자 역학이다. 양자 역학은 원자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원자 주위를 도는 전자와 또 다른 원자의 전자와 충돌하고 합쳐지고 그래서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래서 원자의 핵이 합해지고 분열하고 그 과정이 원자폭탄이 되고 수소 폭탄이 되고..... 전쟁이 되고 제노사이드가 되고
삶의 법칙과 다를 바 없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다시 봄이 오고
단지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