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는
풍자와 해학으로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가
자신의 묘비문*으로 남긴 마지막 유머이다.
우리나라의 '조병화' 시인은
비문으로 쓸 짧은 시를 이렇게 남겼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길어도 두세 줄에 불과한
묘비문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다면, 고인과 그를
그리워할 이들 모두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내적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짧지만 의미 있는 문장으로 후손들에게
오랜 삶의 지혜를 전하는 묘비문을 소개하겠다.
『망드르디, 태평양의 끝』, 『외면일기』등의
작품을 남긴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트루니에',
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은 2016년
그가 사망한 뒤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백 배나 많은 것을 내게 돌려줬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라고 새긴 비문이
많은 이들의 삶에 지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음악인 중에는 독일의 작곡가
'알프레드 슈나트케'의 묘비문이 인상적이다.
고전음악에서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작곡해온 그의 묘비에는
글자 대신 오선지 상의 악보 기호인
늘임표「𝄐」와 쉼표「,」그리고
포르티시시모「fff」를 새겨넣음으로써,
'늘어지게 쉬며 더욱 더 강렬하게'라는
삶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네덜란드의 수학자 '루돌프 코일렌'(1540~1610)의
묘비에는, 자신이 밝혀낸 35자리까지의 원주율(π) 값,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
이 새겨져 있다.
또한, 방정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디오판토스'의 묘비에는, 「신의 축복으로 태어난 그는
인생의 1/6을 소년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인생의 1/12이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1/7이 지난 뒤 그는 아름다운 여인을 맞이하여
화촉을 밝혔으며, 결혼한 지 5년 만에 귀한 아들을 얻었다.
아! 그러나 그의 가엾은 아들은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그 뒤 4 년간 정수론(整數論)에 몰입,
스스로를 달래다가 일생을 마쳤다」라고
그의 제자들이 디오판토스의 사망 시의 나이**를
암시하는 문장을 새겨놓았다.
독특하고 의미 있는 비문은
비단 서구사회만의 문화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고인의 성명과 신분, 생몰년월일,
자녀와 손자녀의 이름 정도를 새겨온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친밀하고 정감 넘치는
비문을 새기는 사례가 최근에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왔니? 고맙다.
사랑한다. 행복해라"라는 비문이 대표적이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저것 좀 보오. 하늘이 참 청명하오.
나는 저곳으로 가는 것이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등도
자주 이용되는 비문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참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진중히 돌이켜보고,
남기고 싶은 인생의 지혜와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미리미리 사색해보면 어떨까?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디오판토스의 사망 당시 나이를 x라고 놓고
방정식을 세우면,
x=(x/6)+(x/12)+(x/7)+5+(x/2)+4
를 풀면 x=84이다.
이로써 디오판토스는 84세에 사망했음을 알 수 있다
(●유영식의 雜想 45● 참조).
출처 : '유영식의 잡상(雜想)' 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