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바야흐 이야기[in 바야흐동]※013
"이곳이 가출청소년 바야흐가 살고있는 바야흐동입니다, 여러분
사람들이 떠난지 오래되서 아직은 삭막한 동네이지만,
이곳에 아주 가슴따뜻해지는 일이 있다고 해서 찾아와 봤는데요.
자~ 그럼 우선 주인공들을 만나본 후에 확인해볼까요?"
이른아침...
더 자고싶었지만 소리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나오게 되었다.
리포터가 카메라에 대고 뭐라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커다란 방송국차에 우리를 태우고는 노숙자들의 쉼터로 향하는 방송국 사람들.
"우선 대표로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아, 저는 바야흐의 마스코트! 이화루라고 합니다! 하하하하!!!"
"생각보다 굉장히 밝으신 분들인 것 같아요.
여기 노숙자들의 쉼터라고 팻말이 있는데 이곳인가 보죠?"
"그렇습니다! 하하하!"
"하하, 노숙자분들은 많이 들어와 계십니까?"
"네! 저희가 몽땅 다 모셔왔습니다!
혹시 아직도 안오신 분들! 주저말고 오셔서 저희와 함께해요~"
"함께해요~ 하하하...그럼 한번 들어가보도록 하죠."
마치 지가 리포터라도 되는냥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 화루.
어제 두번 촬영한거 가지고 벌써 몸에 다 뱄나보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들~ 불은 잘 들어오죠?"
"허허...덕분에 아주 편합니다."
맙소사...설마했는데...
정말로 어느새 이곳을 가득 메운 노숙자들이,
우리의 등장에 하나같이 밖으로 나와서 반갑게 인사했다.
"대표로 한말씀 해주세요."
"전 원래 서울역 앞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었는데,
우리 학생들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생활을 할수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저희에게 지원해주신 다른 분들도 너무 감사하구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답하고 싶어요!"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군요.
그럼 한번 집안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가며,
한참동안 리포터의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줘야했다.
그리고 드디어 바깥으로 나와서 조금 쉬려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리포터 양반.
"아까부터 계속 조용하시던데 한말씀 해주세요!"
제기랄...저걸 때릴수도 없고...
"하하하! 아저씨, 지휴는 쑥쓰러워서 그런거 못해요! 하하하!!"
"그, 그런가요? 죄송합니다...하하하..."
"제가 지휴 대신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계시고,
바야흐동을 아주 먼곳처럼 생각하시는데요.
그런 생각은 이제 버려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아직은 삭막하고 조용한 곳이지만...
이제 곧 저희같은 청소년들에겐 천국같은 곳이 될거예요.
그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결환이가 모두를 대표해서 한 말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들으셨지요?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어서 이곳이 천국같은 곳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뭐 노숙자분들에게는 이미 천국이겠지만 말이죠!
그럼 여기 바야흐동에서 리포터 백치미였습니다!"
*****
"바쁘다, 바뻐...여기저기서 촬영온다고 난리야 아주."
"으으으...나도 이젠 귀찮아질라고 해."
아까는 아주 신나서 날뛰더니만 변덕도 심하다.
한편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노트북을 펼치는 결환이.
그러고보니까 어제부터 제주감귤이 안보인다.
"제주감귤은?"
"갔어."
"어딜?"
"몰라...기다리지 말라던데..."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틈만 나면 사라졌다가 어느새 돌아와있고 항상 그런다, 제주감귤은.
그런데 기다리지 말라니...이번엔 조금 멀리 가는 건가.
"결환이 네 전화다."
"응, 줘봐."
결환이 전화가 왜 수호핸드폰으로 온거지?
난 의아한 눈빛으로 결환이를 쳐다봤다.
"아, 오늘 오후부터 시작할것 같다구요?
네네, 감사합니다. 간식같은 건 저희가 준비할게요."
어제 말한 리모델링 문제인가보다.
전화를 마친 결환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리모델링 오늘부터 시작한데!
그러면 적어도 한달안에는 모든게 완성될거야!!!"
"진짜, 진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화루랑 수호, 너희 둘이 나가서 먹을 것좀 사와라."
"엥? 왜 하필이면 우리 둘이야!"
"내눈에 제일 먼저 띈게 너희 둘이야."
"으악, 재수없어!"
투덜대는 화루와는 다르게 매우 즐거워하며 교실을 나가는 수호.
결환이는 그제서야 노트북을 접으며 내 옆에 와서 앉는다.
"넌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요새 우리 기쁜일만 생기잖아. 근데 넌 한번도 웃는걸 본적이 없어."
"글쎄...이상하게 난 웃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것 같애. 아니 항상 그랬어.
하지만 예전에는 기쁜일이 생기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즐거운 요즘에도 넌 한번도 웃은적이 없잖아."
그런가...
하긴 나도 내가 마지막으로 웃은게 언젠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생각인데...너말야. 감정결핍증에 걸린거 아냐?"
"감정...결핍증?"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적이 있어.
그사람도 처음엔 단순히 웃는횟수가 주는것부터 시작했어.
어떠한 것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거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말하는 것도 줄어들었고 아예 다른 사람과의 벽을 쌓아버렸지.
그러다가 모든 사람과, 심지어는 자신의 부인과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외톨이가 되고말았어."
"그런 병도 있냐?"
"웃어. 그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웃는것 뿐이야."
"훗..."
"그게 아니야, 지휴야. 하하하 하고 웃는거야."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하하하 하고 웃어본적이 없어.
그래서 그러지 못하는 거야.
감정결핍증? 그게 아니야.
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니라, 웃는걸 하지 못하는거야.
"지휴야, 그럼 우리 금방 올게. 기다려."
모두가 나갔다.
함께 나가자고 했지만 난 끝내 나가지 않았다.
결환이는...내가 웃는게 보고싶었던 걸까.
"하하하..."
용기를 내어 웃어보았지만, 내가 듣기에도 영 어설프다.
하지만 걱정마.
난 외톨이따위는 되지 않을 거니까.
왜냐하면 내옆엔 항상 너희가 있을 거잖아.
혼자가 아닌 외톨이 봤어?
"지휴야, 지휴야!"
"응?"
두시간가량이 흐르자, 온몸에 페인트를 묻힌 소리가
쿠당탕거리며 교실로 들어왔다.
"다른 애들은?"
"너도 빨리 와봐! 페인트 칠하는거 진짜 재밌어!"
"됐어~."
"진짜래두!!! 나와, 어서! 빨리!!!"
"알았어. 갈테니까 조용히좀 해라."
암튼 저녀석 고집은 아무도 못당한다.
결국 소리를 따라서 들어온 건물의 안은 벌써 엄청나게 깨끗해져 있었다.
"원래 그사람들이 다 해준다고 했는데, 우리가 그냥 한다고 했어!!!
이거 엄청 재미있다! 지휴 너도 해봐!"
얼굴에까지 페인트를 묻힌 수호가 나에게 페인트솔을 건내며 말했다.
그런 내모습을 저멀리에서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결환이...
한번...웃어볼까.
"그래, 재밌겠는데? 하하하..."
난 어설프게나마 웃어보이며 페인트솔을 손에 잡았다.
그러자 따라서 웃으며 계속 페인트칠을 시작하는 결환이.
그래...가끔은 이렇게 웃어도보자.
그러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날이 오겠지.
첫댓글 지휴 너 왜그러케 멋있니ㅠㅠ
맞아요 지휴는 뭔가 엄청 신비로운 아이가타요.하지만 결환이의 똑똑함과 화루의 엉뚱함과 소리의 깜찍함과 수호의 귀여움도 조아요^^진구랑 량이는...잘 모르겠음 ㅜ,ㅜ
ㅎㅎ 이거 엄청 재밋네요^-^ 늘 이거 읽으려고 하루를 기다리넴,ㅋㅋ 빨리 써주세요 작가님,~
역시 작가님 소설 너무 짱이세요. 재밌어요! 와 이런 색다른 소설이 나오다니 인터넷소설계점점 광대해질꺼라 믿습니다.
근데 지금 잘되는일 혹시??? 감귤이 도와 준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