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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약속해."
"....."
"너에 대한 내 심장을 너에게 줄께."
"..한호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악몽같은 과거. 죽고싶다. 죽이고 싶다. 그 남자를.
한때 내가 죽어라 사랑했던 남자를.
"한호야. 이거 우리 커플링!"
"네가 준비했어?"
"응! 꼭 하고싶어서~. 한호야, 필요한거 있어?"
"..어? 음.. 아냐."
"왜~. 내가 사줄께. 응? 부담가지지말고."
"요번에 나온 명품브랜드 시계 있잖아. 내가 이쁘다고 한거."
"아. 그거? 알았어! 한호한테 진짜진짜 어울리겠다!"
...................
.........
"명품가방. 출장다닐때 가지고 다니게."
출장? 다 핑계거리일뿐. 넌 그 가방을 다시 팔아, 그 돈가지고 여자를 끼면서 술 마시겠지.
"요번에 출시된 남자향수 있잖아. 네가 향 좋다고 한거."
나에게 그 향기를 맡게 해주려는게 아니라, 여자들에게 유혹하려고
그 고가인 향수를 나한테 사달라고 한거겠지.
"너가 돋보이려면 외제차 한두대 정도 있어야 하잖아."
내가 돋보일려는게 아니라, 네가 돋보이기 위해. 여자들을 꼬시기 위해
비싸다고 한 외제차가 필요한거겠지.
빌어먹을. 네가 옆에만 있으면 좋다고 뭘 모르던 나는 내 돈이 아닌,
엄마,아빠 돈으로 널 호강시켜줬어. 네가 받고서도 부족하단 표정을 지으면
난 더 말하라고 했지. 그 다음에는 넌 꼭 당연히해야하는것처럼 말했어.
젠장맞을 너.
"...이한호!!"
"정아야. 오해하지말고."
"오해안하게 생겼어? 내가 아는 후배를 네 집안에서 달랑 수건하나 걸치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넌 오해안하게 생겼냐고!!! 넌 왜 속옷차림인거야!"
"..후, 한정아."
"나쁜놈. 다 날 가지고 놀았어."
울었어. 다 쳐다볼정도로. 동정심 받을정도로 울고 울었어. 그래도, 넌 미안하다면서
돌아올줄 알았어. 나에게 무릎 꿇고 빌며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그럴줄 알았어.
그래도, 날 사랑한줄 알았어.
"엿같은 새끼."
"한정아!!"
"사랑한다고? 네 심장에는 여러여자를 담나보지? 그 하나뿐인 심장. 조각조각 쪼개서
여자애들한테 넙죽넙죽 다 주나봐?"
"야!!"
"왜? 그 애들은 나처럼 명품 안바쳐주니? 몸만 바쳐줘?"
"하. 미친년."
"넌 그만도 못한 새끼야."
날 사랑한다고. 필요할때만, 그런다는걸 알고 내가 얼마나 사랑속에서 허우적거렸는지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다들 눈치챌만한대도, 난 너와 팔짱을 끼며 잘도 돌아다녔어.
엿같은 약속들. 빌어먹을 달콤한말. 이젠 더 이상 안속아.
"이건 네가 나한테 준 상처에 새발의 피도 안돼."
"...크윽."
"빌어먹을 자식. 개같은 놈."
"...한..정아."
"다신 사랑한다고 못말하게 입 비틀고. 더 이상 아무것도 못보게 실명시켜."
입은 비틀수는 없었어. 나 외에도 다른여자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었지만, 그가
나한테 사랑해 라고 말했던 그 입을, 따스한 키스를 선물했던 그의 입술을.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 하지만, 눈은 실명 되었어. 난 그냥.. ..그렇게 까지 할 생각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 눈이 다른 여자들이
쳐다본다는 생각에 그런 말이 나와버렸어.
그리고...
내가 너때문에 실연당해서 울고 지내는것도 보여주기 싫어서.
내 이기심때문에.
사랑에 상처받아서 네 눈이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하게 했어.
난 너에게 아무것도 받지않은채, 네 뒤에 있었어.
선천적으로 눈이 안보이는게 아니라, 넌 여기저기에 치이며 다녔지.
바로 달려가고 싶었어.
괜찮냐고. 아프지 않냐고, 그렇게 말하면서 널 부축하고 싶었어.
"..빛을 못봐도, 넌 아직도 사랑을 받는구나."
부모님은 내가 한짓을 알고 몇년동안은 떨어져있기로 지냈어. ..근데, 넌 있지.
빛을 보지 못하는데도, 앞으로 세상을 못보는데도.
그렇게 날 배신했던 너인데. 왜.. 난 널 못잊고, 널 위해 심장이 빠르게 뛰는걸까.
..왜, 순수해보이는 여자가 네 옆에 있을까.
"한정아, 다 너때문이야. 전부 다!!! 빌어먹을, 좋아? 내가 앞을 못보고
다른 여자애들이 찝적거리지도 않으니까 좋냐고!!!"
알고있었어. 그는.. 알고있었어. 내가 그의 뒤를 밟으며 다치나 안다치나 살펴보는것도.
내가 아직도 그를 증오하고, 사랑한다는것도.
아니.
그는 이제 내가 그를 증오한다는 사실만 알고있어.
"...미안해. 미안해. 내가 이렇게 빌께. 정말 미안해. 죽을 죄를 지었어."
선글라스 낀 네 앞에 무릎을 꿇으며, 빌었어.
넌 안보이겠지만, 난 정말 빌면서. 울었어. 또 너에게 내 눈물이 흐르다니.
..미안해.
내가 너무 잔인했어. 정말로, 미안해.
"꺼져, 내 앞에서. 난 앞이 안보이는것만으로도 충분해. ..더 이상 날 비참하게 만들지마."
"....미안해. 미안해. 한호야. 정말로 미안해."
"미안하다고만 해서 내 눈이 다시 보여? 어? 보이냐고! 네가 나한테 눈을 주는것도 아니잖아."
"..아..."
그래. 그 방법이 있었어. 정말 난 어쩔수 없나봐. 그렇게, 날 꼬시며 나에게서
명품이나 돈을 가져간 너인데.
내 마음을 가져가서 짓밟아버린 너인데. 아직도 널 사랑하니.
너에게 내 눈을 주고싶어하다니.
정말, 사랑에 빠지면 어쩔수없나봐.
"바보같은 생각하지마. 난 네 눈 받고 싶지도 않아."
"..아, 안그래. 안그럴꺼야. 난 너한테 내 눈을 준다고 한적.. 없어."
"거짓말 하지마. 정말로. 넌 거짓말에 서툴러."
"아니야! 난 저,정혼자가 있어. 그니까, 그 사람하고 행복하게 살꺼니까 너한테 안줄꺼야."
..그래. 난 거짓말에 서툴러.
그는 내 말을 듣고 대답도 하지않은채, 자신의 집으로 가버렸어.
그래.
네가 세상의 빛을 못본지 1년. 그래도, 처음때보단 많이 익숙해졌나봐.
난 아직도 무릎을 꿇고있었어.
근데 있지.
비가 흐르더라고. 20분, 30분 시간이 흐르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는데
한 여자가 우산을 쓰면서 날 바라보더라.
그 여자였어. 내가 한호의 뒤를 밟으며 다가가지도 못하고, 한호가 넘어져도
바라보기만 했던 나와 달리.
그 옆에 서서 한호를 부축해주던 여자였어.
한호가 이 여자 참 많이 사랑하는거 같았는데. 계속 비참해지네.
"안녕하세요.."
"나 알아요? 난 댁 모르니까 아는척 하지마요."
내 쌀쌀맞은 말에 입을 다물고 나한테 다가와 우산을 씌여주었어.
..참 순수해보이는 여자야.
미인이라 할정도로 이쁘고 살짝 살짝 짓는 그 미소가 아름다워보였어.
"이 우산 쓰고가세요."
"필요없어요."
"당신이죠? 한호오빠 눈 멀게한 사람이."
"..그래서요? 맞아요. 내가 눈 멀게 했어요."
"한호오빠. 많이 괴로워해요."
"나도 그래요."
"한호오빠. 많이 아파해요. 그래서 하루에도 수도없이 많이 자해했어요."
"..나랑 비슷하네. 이한호."
그 여자는 울었다. 빗속에서 눈물이 씻겨나가기는 했지만.
그 여자는 슬프게 울었다.
"난 언제나 그의 옆에 서있을꺼에요. 당신은요?"
"...한호가 좋아요?"
"좋아한다고 말 못할만큼, 너무나 많이 사랑해요."
"눈이 제 기능을 못하는데도요?"
"..당신도 그를 사랑하잖아요. 나라고 사랑 못할 이유가 없지요."
"당신은 그를 사랑해요?"
"네.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요. 지금 눈을 줄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오빠는 싫어해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날 바라보기 싫다고."
나쁜놈. 이한호 정말 나쁜놈이야.
눈을 잃고서도 이렇게 이쁜 여자를 얻고, 정말 착한 여자를 얻고.
..날 더욱 비참하게 만들어. 너는.
"결혼한다고요? 축..하해요. 그는 내가 그의 결혼식에 오는걸 싫어하니
한달 뒤, 선물을 주겠어요. 정확한 장소와 시간은 사람을 보내서 말해드리죠.
이젠 더 이상 행복을 깨트릴 이유가 없으니까 그냥 고맙게 받아줬으면 해요."
.................
......
..
.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결혼식이 있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축복해주려고 왔다. 그 와 그녀. 말을 할필요도 없이 행복에 겨워 얼굴에
미소 한가득 짓고 있었다.
"거의 몇개월전에 눈을 기증했다며? 수술 잘 됬나보네. 진짜 다행이다."
"어, 고맙다."
"그나저나, 너가 대학생때 좋아했던 그 여자애는 안오나봐?"
"누구?"
"한정아인가? 네 눈 그렇게 만든애 있잖아. 하긴, 네가 걔말고도 사귄애가 많았지.
거기다가 네 눈까지 그렇게 만들어버렸었으니. 죄책감에 못오기도 하겠지.
그나저나, 너 형수님한테 잘해라. 안그러면 네 비밀 다 불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아, 한정아."
참 맑고 깨끗한 아이였다. 부자집 딸 답지않게 나름대로 소박하게 생활했고 나를
위해서 명품이든 뭐든 바쳤던 아이다.
내 눈을 실명시키고 뒤에서 날 바라보았다는건 직감적으로 알수있었다. 그애의
향이 났었으니까.
그 애에게 모질게 말한뒤, 더 이상 볼수없었던. 아니, 그 향을 맡을수가 없었는데.
조금은 그립다.
좋게 생각하면, 그 애때문에 내 아내를 만날수 있었으니.
..................
.......
..
..
.
"아가씨가 보냈습니다. 그럼."
한 아기자기한 글씨가 보였다. ..눈물이 났다. 참 착한여자다. 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착한여자가 내 남편 될 사람의 눈을 실명시켰다니.
역시, 사랑하면 ..정말 어쩔수 없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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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해요. 지금 1월 20일 맞죠? 딱 한달뒤인 2월 20일에 선물을 드릴께요.
이 편지는 꼭 당신만 가지고 있거나 보고 나서 버렸으면 좋겠어요.
죽어서도 말하지 마시고, 혼자만 아시는 비밀을 간직하세요. 그를 참 많이 사랑했어요.
몇일전에 당신을 처음 볼때. 그니까, 그에게 용서 빌때요.
그가 사랑하는 여자하고 결혼한다니. 이젠 그에게 사랑을 받을수 없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미래의 결혼을 정말 축하드려요. 너무 길게 쓰진 않을께요.
앞에서 말했듯이 꼭 2월 19일에 한호.. 아니, 이한호씨를 한국병원에 입원시키세요.
2월 20일에 수술을 예약했어요.
당신이 나한테 그랬죠. 그는 다른사람의 눈으로 당신을 보기 싫다고.
그래도, 남자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게 아니고. 정말 죄송하지만 그를 정말로
사랑했던 한 여자의 부탁이에요. 그가 당신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참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부디, 내 선물이자 부탁이니. 꼭 그가 수술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행복하게 사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눈이라는걸 말하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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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마치고 그렇게 5년이 흘렀다.
4살인 나와 그 사이의 아들이 있다. 남이 정말 부러워할 정도로 우린
참 행복하게 살고있다.
그는 1월 20일마다 휴일이든 평일이든 잠시 어디를 간다. 나도 정확하게 몰라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라서 오늘은 남편 뒤를 쫓아가봤다.
한마디로 미행이라고나 할까나. 그렇게 남편 눈을 피해 따라왔는데.
그곳은 한 납골당이었다.
남편은 꽃을 놓고는 중얼거렸다. 잘 안들려서 앞으로 좀 다가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그땐 참 뭣도 몰라서 이여자,저여자 많이 만났는데. 지금 아내한테도 철없던
행동들이 미안하지만, 너한테도 미안해. 그렇게 날 많이 사랑해줬는데.
난 그걸 이용해 널 부려먹었지. 5년전 결혼하고나서 한 편지 발견했어. 아내가 그걸 보고
울길래, 아내가 잤을때 그 편지를 꺼내서 읽어봤어. 네가 내 아내한테 보냈던 편지더라.
이 눈이 네 눈이구나. 사실을 알았어. 아내에게 조금 화가 났지만 네가 원한거였으니 아내도
나한테 말을 안했겠지. 아무것도 모르고 갑자기 수술일정이 잡아지니 난 안한다고 끝까지
고집부렸지만, 아내때문에 할수없이 수술해서 지금 네 눈으로 아내의 얼굴을 보고
아들의 얼굴을 보고 참 아름다운 세상을 봐. 고맙다. 정화야. 그리고, 미안하다. 좀 더 너를
아껴줄껄.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겠다. 이젠 나도 한 가정의 남자니까.
고맙다. 정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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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번에 올린건데. 좀 뭔가 맘에 안들어서 나름 재수정했다만. 눈치 못채실분들도 계실꺼에요.
오타난것들이나, 그런 조그마한 것들을 수정해서*.*
첫댓글 역시 재밌군요~>< 근데 이름이 바뀐거 같아요..처음엔 정아 였다가...뒤에선 정화?
읭..... 또 오타난건가요ㅠㅠ? 수정했어요... 감사합니다!!
역시꽃님의소설은언제나쵝오군여 급하게눌러서읽었다죠-,-짱짱짱
특별판님 소설도 재밌게 보고있어요*.* 우리서로잘하자구요!
재밌어요!!근데한호이색히!!!!정아보다더나빠보여요ㅋㅋㅋㅋㅋ
한호는 나쁜남자!!!!!!!!
어디선가 읽어본 거 같다 했더니...ㅋ 정아였나..? 그 여자도... 뭐랄까... 불쌍...? 쨌든 정아도 참 안 됬어요... 잘 읽었어요-
수정전에껄 읽으셨나요? 뭐 결국엔 다 불쌍한거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