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철의 풋볼스토리 42번째 이야기 : 만들어진 전력, 감사할 줄 모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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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포항부터 2013년 서울까지. K리그의 팀들은 5년 연속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전에 진출했다. 2011년 승부차기 끝에 아깝게 패한 전북을 제외하곤, 아직 결승전이 끝나지 않은 서울을 제외한 4팀 중 3팀이 모두 결승전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5년간 결승에 진출했던 팀이 포항, 성남, 전북, 울산, 서울로 제각기 다른 팀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된 기록은 무척이나 많지만, 계속 얘기하다간 입만 아프니 간단하게 마치겠다. 확실한 건 최근 5년 연속으로 K리그 팀이 ACL 결승에 진출했다는 이 진기 명기한 기록은 현재 K리그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ACL에 임하는 주변국의 현 상황을 보면 K리그가 보유하고 있는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축구협회까지 나서 ACL 상대팀의 전력 분석을 도울 만큼, 국가적으로 J리그 팀의 ACL 선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다. 팬들과 언론의 열기 역시 무척이나 뜨겁다. 이렇듯 항상 ACL 참가에 엄청난 공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본이지만, 막상 성적표를 보면 굉장히 초라하다. K리그 팀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ACL 준결승까지 올랐던 가시와 레이솔도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만나 통합스코어 1:8로 무너지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중국 역시 ACL에 공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중국의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축구팀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축구팀이 서서히 강해지기 시작했다. 축구팀의 머니 파워가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레 중국 리그를 찾는 스타플레이어와 감독들이 많아졌고, 중국 리그의 경쟁력도 엄청나게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ACL 선전은 꿈도 꾸지 못했던 중국 국민들과 언론들 역시 ACL 선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매 경기 상대 팀 전력 분석과 양질의 자료를 언론에서 분석하면서 대내적으로 축구팀의 선전을 위해 함께 뛰고 싸웠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광저우가 ACL 결승에 오르자, 중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상상치도 못했던 ACL 우승의 기회가 축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눈앞으로 다가왔다. ACL에 임하는 중국인들과 중국 언론의 태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아시아나 중동 역시 잘 알려진 만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FC서울이 토너먼트에서 꺾었던 알 아흘리와 에스테그랄 모두 서울보다 더 엄청난 지원과 도움을 받았다. 이렇듯 아시아 전체에서 ACL에 임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대내적으로 많은 노력과 지원을 기울일 만큼, 엄청난 가치와 명예를 자랑하는 무대가 ACL이다. 남들은 이루고 싶어도 이루지 못하는... 결승전이라는 무대는 오직 꿈에만 불과한 나라가 수두룩한 ACL에서 5년 연속으로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한 대한민국의 K리그는 정말 대단한 리그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 등 다른 나라의 팀들은 저 정도의 지원을 받고도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럼 5년 연속으로 이 명예로운 무대의 결승에 진출한 K리그의 팀들은 자국 내에서 많은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을까? 나는 이 문제를 곱씹어보고자 이번 칼럼을 작성했다.
(KBS)
(SBS)
(MBC)
(△ ACL 결승 1차전이 열리기 전 날, 10월 25일 방송 3사의 스포츠 뉴스 목록. KBS를 제외한 SBS-MBC 뉴스에서는 ACL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ACL 결승 1차전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FC 서울이 출전했다.)
ACL 결승전에 5년 연속으로 자국 리그의 팀을 배출한 나라라고 하기 에는 무언가가 이상하다. 분명 자기 나라에서 치러지는 경기임에도 중계가 없고, 경기가 있다는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언론 보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주다 보니 ACL이 무슨 대회인지 모르는 사람도 제법 있다. 결승전이 열려도 그 분위기를 띄우기 보다는 감추는 데에 급급하다.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ACL 결승에 5년 연속으로 진출할 만큼 자랑스런 K리그 팀들에 대한 대우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선수단과 팀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보단, 어떻게 해서든 그 열기와 노고를 죽이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실제로 지난 26일 열렸던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결승 1차전 경기에 대한 언론 보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명 KBS와 SBS, MBC 모두 케이블 스포츠채널을 통해 중계함에도 SBS와 MBC는 경기 전 날, ACL 결승전에 대한 소식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나 신문사들 역시 ACL 결승전에 대한 보도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자국 팀이 결승에 올랐다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던 광저우의 중국과 비교하면 정말 상반되는 입장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경기 전날 경기 관련 소식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지상파 중계까지 바라는 게 과욕이라면 최소한 ACL의 열기와 중요성만큼은 올바르게 보도해주는 언론이었으면 좋겠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만 봐도 우리 입장과는 정반대다. 언론의 태도도 정반대고, 성적도 정반대다. 우리는 성적은 독보적이지만, 언론의 태도는 이를 깎아내기에 바쁘다. 우리는 우리를 대표해 ACL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주고 있는 축구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 팀들에겐 오직 꿈에만 불과한 ACL 무대에 5년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있다.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해선 확실히 감사하게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
(△ 서울에서 열린 ACL 결승 1차전 덕분에 FC서울과 서울시, 관광 및 숙박 업체, 인근 마트, 술집, 공항 등 나라 전체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방송사와 언론이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 중요한 건 그들의 태도와 의지다. 지금과 같은 사태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증거다.)
FC서울과 알 아흘리의 8강 2차전을 보러가던 중 지하철에서 사우디에서 온 알 아흘리 팬과 만났다.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 이 경기를 국내 방송사 어느 곳에서도 중계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알 아흘리 팬에게 전달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알 아흘리 팬은 “한국 축구팬이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서 무조건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현실”이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아시아의 강호이자 최고 리그인 K리그의 팬들과 팀들은 이렇게 기본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무조건 중계해달라고, 무조건 홍보해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여러 차례 말하기 지겨운 탓도 있지만, 내가 모르는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마디만은 하고 싶다. 우리를 대표해 좋은 성적을 거둬주고 있는 K리그 팀들에 대해 모두가 감사해하는 태도를 가져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풋볼스토리 / 풋볼스토리 페이스북 바로가기 / stron19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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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고갑니다~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더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음 좋겠네요
전에 서울이 결승에 올라갔을때인가 1차전 하기 전날인가 기억은 안나는데.. 아챔을 한 줄(간추린) 뉴스로 끝내버림..ㅡㅡ